2008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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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사회복지 정체성 구현의 원년

이용권 조계종복지재단 사무국장


불가에‘구사칠년 유식삼년’이란 말이 있다.
요즘들어 부쩍 불교사회복지의 현실에 대한 생각을 곱씹게 하는 말이다.

지난 10여 년간 급성장한 불교사회복지 활동은 이제부터는 생로병사의 전 과정에 걸쳐 불교의 기본적 가치에 입각한 복지프로그램으로 환골탈태 해 가야할 때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우리 불교계에서 전문사회복지 사업 참여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한 것도 그럭저럭 20년이 되어간다. 1980년대말 까지도 민간의 사회복지 참여는 소위 고아원, 양로원, 재활원을 복지법인 형태로 운영하는 것이었으며, 당시 전국의 630여 개 법인시설 중 불교관련 시설은 모두 합쳐 25개 정도였다. 뒤이어 알게 된 사실이지만 ,한국전쟁 이후에 우후죽순처럼 생긴 그 시설들은 그 설립과 운영에 있어서 외원기관들의 지원으로 유지되었고, 외원기관들은 거의 예외 없이 기독교 선교계통에 연계되어 있었으니, 90% 이상의 시설 운영주체가 기독교 계열에 속해 있었던 것이다.

불교계 사정상 해방 이후 수십 년 간 사회 복지에 전념할 만한 여건이 안되었지만, 설혹 사회복지사업에 뜻을 둔 사찰이나 불교인이 있다 해도 복지시설을 외부 지원 없이 설치하여 운영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공식적인 복지시설이 아니더라도 오갈 데 없는 어린이나 노인을 사찰에서 거두어 생활하는 일은 불가의 전통이었으니, 공식적인 고아원, 양로원 수용인원보다 적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불교사회복지의 정체성은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를
복지와 봉사 현장에 뚝뚝 묻어나게 하는 일이며,
그 매개가 되는 실천가들을 대승보살의 화신으로 화현시키는 일이다.


1990년대를 지나면서 우리사회의 복지 방향이 사후조치보다는 예방복지를 지향하게 되었고, 1차적인 생존 욕구를 해결하는 문제는 공적 부조로 해결하더라도 국민생활의 질을 보장하는 문제는 사회보장의 강화와 함께, 이용시설, 전용시설을 설치·운영함으로써 지역 사회복지의 기틀을 다지기 시작했다.

우리 불교계로 보아서는 불행 중 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지역별 주민복지 증진을 위해 영유아보육법에 의한 어린이집, 종합사회복지관, 청소년독서실, 수련관, 노인복지관, 장애인복지관을 건립하여 역량 있는 민간 공익법인에 운영을 맡기기 시작한 것이다.

인적·물적 자원을 막론하고 워낙 사회복지사업의 인프라가 부족한 불교계에서는 필사적으로 이러한 복지시설을 수탁하여 운영하는 일이 중요하게 부각되었으며, 조계종, 진각종을 비롯한 각 종단에서는 그 기틀로써 사회복지법인을 설립하게 된다. 이들 법인이 기반이 되어 그야말로 일구월심 노력한 결과, 이제는 우리 불교가 사회복지사업에 무관심하다는 말은 어느 누구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을 거듭해 왔다.

현재 복지시설단체 운영 숫자로 보자면, 예수교장로회, 가톨릭과 더불어 조계종이 단일 교단으로서는 3대 그룹을 형성하게 되었으며, 정·관계나 사회복지계에서도 불교계 복지사업 참여에 대하여 그 공과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우리 불교계의 약진에 대하여 사회복지계와 타 종교계에서는 한동안 의구심을 가졌었다. 그것은 불교가 복지시설을 많이 운영하는 만큼 복지서비스의 질이 담보되고 있는가 하는 문제였다. 그런 의구심은 수년 전부터 종별 시설운영 평가 결과가 알려지면서 불식되기도 하였다.

장애인복지관, 종합사회복지관, 노인복지관등 평가에서 불교계운영주체인 시설들이 전국 1위를 석권하는 성과를 보면서 더 이상의 문제 제기를 삼가게 된 분위기의 반전이 감지되었다.

분위기가 이쯤 되자 개신교 복지 그룹에서는 불교계의 사회복지 약진현상을 선교 위기로 보고, 기독교사회복지 엑스포라는 수십억짜리 행사를 개최하여 복지참여를 독려하고 홍보를 하기도 하였으며, 작년에는 상암구장에서 기독교사회복지대회를 열어 그 세를 과시하기도 하였다.

각 종교계가 그토록 복지사업 현장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없는 이유는, 웬만한 규모의 도심 이용시설을 운영하는 효과가 대형 교회나 사찰의 선교나 포교와도 견줄 수 있는 효과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불교계가 현재 600여 복지시설단체를 운영 할 수 있게 된 저력은, 1차적으로 관련 종단, 사찰에서 재정적 투자와 전문 인력을 채용할 수 있는 능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에 버금가는 일이 있으니, 바로 자원봉사자의 개발과 활용 분야다.

복지시설이 몇 개 안될 때 종단의 복지활동은 우선 돈이 안 드는 자원봉사부터 접목하려 했다. 그러나 사찰 중심의 봉사활동은 사찰내 봉사와는 달리 지역활동이 전혀 전개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었다. 그 이유는 자명하다.
봉사처를 찾아서 파견하기가 용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각 지역별 복지시설이 운영되면서 복지전문 인력이 배치되고. 이에 따라 자원봉 사조직이 주변 사찰과 연계되어 붐을 이루는 성과를 내게 되었다.
단위복지시설에는 분야별 복지 전문가가 수십 명 배치되며, 이들 대부분의 역할은 관련 기획과 행정을 담당하게 되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이들 종사자의 10배에서 100배 많은 자원봉사 인력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지난 10 여년 불교계에서 수백 개의 복지시설을 확충 했다는 사실은 여기 필요한 자원봉사 인력을 최소한 수만 명 개발하여 활용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한 것이다.

또한 인증된 자원봉사 조직의 봉사활동 평가를 보면 , 그 지속성에서 우리 불교인 자원 봉사자들의 활동이 단연 타 종교봉사자들보다 앞서고 있는 결과를 보더라도 복지, 봉사에 관한 한 불교인들이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만큼 발전한 게 사실이다.

복지, 봉사활동의 전체적인 활동량을 타종교와 비교해 보면 우리 불교계의 각성과 함께 더 많은 참여와 노력이 요구된다. 그러나 복지전문가 수요에 비해 불교적 소양을 겸비한 인력을 찾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추산해 보면 전국 불교복지 종사자는 약 7천명 정도이다. 이들 중 적어도 30%이상이 불교에 대해 잘 모르거나 타 종교인으로 보인다.

이는 불교인 중에 관련분야별 전문가가 그 만큼 부족하다는 얘기다. 또한 안정적인 복지 재원 개발과 지원이 요구되며, 복지 시스템정비를 통한 관리감독의 효율성의 제고 등 각 개 약진해 온 교계 복지 그룹들이 서로 네트워킹을 강화하여 공동대처해야할 과제들을 안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 불교인들이 복지, 봉사활동에 기를 쓰고 참여하자는 이유가 무엇인가 되짚어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구제중생하려는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하는 효과적인 도구이기 때문이며, 궁극적으로는 인류가 공존공영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복지, 봉사활동 자체가 바로 대승보살의 수행 덕목이기 때문이다.

실은 조계종 복지재단이 설립되던 첫 해부터 야무진 꿈이 있었다.
그것은 적어도 불교의 명예를 걸고 부처님 가르침을 기반으로 질 높은 복지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보급함으로써 불교복지의 정체성을 확보하며 민간 종교복지계의 리더로 성장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 계획에 따라 몇 해 동안 불교복지프로그램 공모사업을 진행하였었다. 그러나 얼마 안가서 한계를 드러냈었던 원인은 그만큼 휠드가 양적으로 적었고, 결론적으로 현장경험의 절대 부족 현상의 결과였다.

불교사회복지의 정체성은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를 복지와 봉사 현장에 뚝뚝 묻어나게 하는 일이며, 그 매개가 되는 실천가들을 대승보살의 화신으로 화현시키는 일이다.
자비를 설하되 중생연자비, 법연자비, 무연자비를 제시한 것은 바로 물질적 구원의 단계에서, 정신적, 영적 구원의 단계까지 설정한 것이며, 자비의 실천사상인 보시를 설함에 있어서도 재시, 법시, 무외시를 재설정한 사실에서 마음법을 강조하는 불교복지의 궁극적 경지를 확인하게 된다.

이제부터 우리 불교사회복지는 이제껏 앞만 보고 달려온 양적 성장의 바탕 위에 부처님 법이 아니면 감히 어느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일상생활복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실천하여 , 복지기관이나 봉사 현장 뿐만 아니라 사찰에서, 시장에서, 거리에서 누구든 바른 깨달음을 얻어 대승보살로 거듭나는 복전을 일구어 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무자년 새해는 그렇게 불교 사회복지다운 정체성을 지향하는‘유식3년’ 의 원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