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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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처럼 사는 것은 우주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

정천기 연합뉴스 문화부 차장


“우리 주위에는 총총한 별들이 마치 헤아릴 수 없이 거대한 양떼처럼 고분고분하게 고요히 그들의 운행을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프랑스 작가 알퐁스 도데의 단편‘별’에 나오는 이 구절은 마치 천상의 어디에선가 흘러 나온 목소리처럼 잔잔하고 부드럽게 온몸에 스며들어 세속에 찌든 심신을 정화해주곤 한다.

인적이 끊어진 산골에서 외롭게 살아가는 ‘별’의 주인공 양치기 청년은 깨달음을 얻은 성자 같다.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의 고요한 운행을 순한 양떼의 움직임에 비유하는 그는 만약 실제 인물이라면 얼마나 선한 목동일 것인가!

그의 말갛게 씻긴 영혼과 밤하늘 별세계 사 이에는 어떠한 이물질도 끼어있지 않고 투명하다. 시공을 초월한 그 투명함 속에서 영혼은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교감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대 교수를 지낸 천문학자 이시우(70) 박사는 불교계에 매우 특별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천문학을 불교와 연결시키는 과학자라는 점에서 그는 우리나라 불교계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어려운 학자라고 할 수 있다.

이 박사는 정년을 5년 앞둔 1998년 서울대에서 은퇴했다. 불교에 심취한 것이 원인이다.
그는 대학에서 퇴직하기 2~3년 전부터 불자(佛子)였던 아내가 보던 불교경전을 읽으면서

천문학을 불교사상으로 풀이한 이시우 박사나 성철스님의 중도사상은
종교와 과학이 둘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시우 박사는
불교의 진리가 경전의 가르침에 갇혀있지 않고 천문학적 통찰,
별들과의 대화를 통해서도 이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절문 밖의 아름다운 풍경소리로 기억해둬야 할 것이다.


부처의 가르침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대학을 그만두고 출가를 결심할 정도였으니 뒤늦게 만난 부처의 가르침이 노학자를 얼마나 흔들어놓았는지 짐작할 만하다. 그는 당시 40세로 출가연령을 제한해놓은 조계종 규정 때문에 출가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 대신 부산의 한 사찰에서 하안거 수행을 하면서 출가체험을 하기도 했다.

그동안「천문학자와 붓다의 대화」,「 천문학자, 우주에서 붓다를 찾다」,「 천문학자가 풀어낸 금강경의 비밀」등 천문학과 불교를 연관시킨 책을 잇따라 펴냈던 그가 최근 신간「별처럼 사는 법」(우리출판사)을 출간했다.
신간 출간을 계기로 서울 인사동에서 만났던이 박사는“별처럼 산다는 것은 물리학에서 말하는‘최소작용의 원리’로 산다는 것을 의미 한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직장에서 상사에게 기분 나쁜 말을 들었을 때 화를 내거나 스트레스로 속을 끓이기보다‘최소의 에너지’로 대응하는 것이‘최소작용의 원리’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냄비처럼 쉽게 끓다가 식는 한국인보다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중국인들의 마음이 훨씬 안정적인 상태에 놓여 있는 셈이다.
이 박사는“최소작용의 원리로 살아가는 것은 존재의 본성인 우주심(宇宙心)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면서“그러려면 탐(貪.욕심), 진(瞋.화냄), 치(痴.어리석음) 등 삼독(三毒)과 변치않는 자아가 있다고 생각하는 아상(我相), 내가 다른 생명체보다 잘났다고 생각하는 인상(人相), 집단적 심리작용인 중생상(衆生相), 오래 살고 싶어하는 수자상(壽者相) 등 사상 (四相)에서 벗어나 별처럼 청정한 마음에 이르도록 끊임없이 수행정진해야 한다”고 강조 했다.

물리학에서 말하는‘최소작용의 원리’를 일상적 삶에서 지키려면 스스로 가장 안정되고 낮은 에너지의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불교식으로 설명하자면 그것은 마음을 비우고 고요의 바닥에 이른 상태인 선정(禪定)에 드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알퐁스 도데의 소설에 묘사된 ‘거대한 양떼처럼 고분고분하게 고요히 그들의 운행을 계속하고 있는’별들이야말로 ‘선정에 든 붓다의 마음’과 같이‘최소작용의 원리’를 가장 완벽하게 지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서일까? 이 박사는“별은 항상 깨달음의 상태에서 우주의 섭리를 따른다”면서“별과 같은 마음을 지니고 있다면 그야말로 진리 속에서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알퐁스 도데는 양치기 청년의 마음에 싹튼 순수한 사랑의 대상을 별에 비유했다. 그가 사랑한 목장 주인의 딸 스테파네트는 근방 백리안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에 그치지 않고 그 의 가슴에 내려앉은 우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별이었던 것이다.
현대문명사회는 그러한 별과 대화할 시간을 인간에게서 빼앗아갔다. 이는 인간이 자초한 일이다. 도시의 환한 불빛은 인간의 시야에서 별빛을 사라지게 했다. 인간의 마음에서 별빛이 사라진다는 것은 원초적 고향을 잃는 것과 같다.

이 박사는 이를 과학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지구의 모든 물질은 별이 폭발하면서 생긴 것이며, 인간의 씨앗 역시 별에서 왔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인간의 씨앗은 과학적으로 볼 때 외계에서 온 것이 거의 확실하다.
원시 태양계 물질에서 형성된 혜성이 지구와 충돌하면서 탄소를 주성분으로 하는 유기물질을 지구에 제공했으며, 그 속에 생명의 씨앗이 되는 유기화합물이 들어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간과 박테리아 등 지구상 생물을 구성하는 성분은 휘발성이 강한 헬륨을 제외하면 태양을 구성하는 수소, 산소, 탄소, 질소의 함량 순서와 같다고 한다.

이 박사는“만약 인간의 씨앗이 지구에서 왔다면 인간은 주로 산소, 철, 규소로 이뤄져야 하고, 지구의 대기 성분으로 구성됐다면 질소와 산소로 이뤄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태양계를 구성하는 원시 태양계 물질은 그 전 세대 별들이 죽으면서 방출한 물질이다. 따 라서 우리 은하계에서 태양은 제4세대 별이므로 인간도 제4세대 별의 정보를 고스란히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의상대사가‘하나의 티끌속에 우주가 들어 있다’(一微塵中含十方)고 말한 것처럼 세상 만물에 수억년 누적된 우주적 정보가 들어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인간 자체가 제4세대 별이므로‘별처럼 산다’는 것은‘우주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그런 점에서 밤하늘의 별빛을 잃고 산다는 것은 인간 존재의 본향(本鄕)을 잊고 지내는 것이나 다름
없다.
이 박사는“별처럼 산다는 것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결코 아니다”면서“별도 평생 핵융합 반응을 하면서 힘들게 살아가다가 에너지가 고갈되면 물질을 방출하면서 초신성으로 폭발해 일생을 마친다”고 말했다.
이어“일생을 다한 별들이 죽으면서 방출한 물질은 새로운 별을 만드는 재료가 된다”면서“인간도 죽으면 한줌의 재로 돌아가지만 그 것은 새 생명을 잉태시키는‘살아있는 재’라는 점에서 우주의 생명은 영원하다”고 덧붙였다.

성 철 스 님 은 “중도실상의 부처님 세계가 우주의 본모습”이라면서“상대성 이론에서 제시한 등가원리는 에너지가 곧 질량이고 질량이 곧 에너지임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는 부처님이 말씀하신 불생불멸의 원리가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것”(법어집「자기를 바로 봅시다」중)이라고 설파한 바 있다.

천문학을 불교사상으로 풀이한 이시우 박사나 성철스님의 중도사상은 종교와 과학이 둘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시우 박사는 불교의 진리가 경전의 가르침에 갇혀있지 않고 천문학적 통찰, 별들과의 대화를 통해서도 이를 수 있음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절문 밖의 아름다운 풍경소리’로 기억해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