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01월호

    다시듣는 큰스님 법문
    이달의 법문
    화 보
    급변하는 사회, 초발심의 자세로 1
    급변하는 사회, 초발심의 자세로 2
    급변하는 사회, 초발심의 자세로 3
    지상법문
    금강계단
    소박한 삶을 꿈꾸는 사람들
    취재현장에서 본 불교
    절문밖 풍경소리
    깨달음을 주는 영화
    선원탐방
    즐거움을 뿌려라
    반야샘터
    건강한 생활
    입시광장
    치아건강 칼럼

과월호보기

좋은 불서에서 희망을 찾자

최승천
금강불교신문 편집국장


안타깝고 냉소적인 언어들
해마다 연말이면 기다려지는 게 있다. 올해의 사자성어는 무엇일까 하는 것이다. 대학교수 212명이 뽑은 2010년의 사자성어는 `장두노미'(藏頭露尾)다. 머리는 숨겼지만 꼬리는 숨기지 못하고 드러낸 모습을 뜻하는 말로, 쫓기던 타조가 머리를 덤불 속에 처박고서 꼬리는 미처 숨기지 못한 채 쩔쩔매는 모습에서 생겨난 말이다. 이 말은 진실을 밝히지 않고 꼭꼭 숨겨두려 하지만 그 실마리는 이미 만천하에 드러나 있다는 뜻과 함께 속으로 감추는 것이 많아서 행여 들통날까봐 전전긍긍하는 태도를 뜻하기도 한다.
지난해에는 4대강 논란, 천안함 침몰, 민간인 불법사찰, 영포 논란, 한미 FTA, 예산안 날치기 처리 등 국민적 관심을 끄는 많은 사건들이 일어났다. 하지만 정부가 국민을 설득하고 의혹을 깨끗이 해소하려는 노력보다 오히려 진실을 감추려는 모습을 보였다는 게 교수들의 지적이다. 교수들은 “위키리크스의 외교문서 공개도 결국 은폐된 진실은 언젠가 밝혀진다는 진리를 보여준 것”이라며 “공정한 사회를 표방하는 정부가 오히려 불공정한 행태를 반복하는 이중성을 보였다”고 논평하기도 했다.
그 이전엔 어떤 사자성어들이 뽑혔는지 살펴보자. 오리무중(五里霧中), 이합집산(離合集散),
우왕좌왕(右往左往), 당동벌이(黨同伐異), 상화하택(上火下澤), 약팽소선(若烹小鮮), 밀운불우(密雲不雨), 반구저기(反求諸己), 광풍제월(光風霽月), 방기곡경(旁岐曲逕)등이 2001년부터 2009년까지의 사자성어다. 하나같이 안타깝고 냉소적인 성어들이다.


새해에 읽어야 할 <초발심자경문>
사람들은 새해가 되면 새로운 마음으로 한 해를 살겠다는 다짐을 한다. 나라의 지도자들도 기회만 있으면 자신의 각오를 펼쳐 보이며 국민들에게 이해와 협조를 당부한다. 신년사. 연두기자회견 등을 듣고 있노라면 올해는 정말 나라가 발전하고, 사회가 안정돼 그야말로 태평성대를 이룰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갖게 된다. 하지만 연말이 되면 연초에 가졌던 기대와 희망이 성취됐는지는 늘 불투명하기만 하다. 그래서 스님들은 불자들에게 새해에는 <초발심자경문>을 읽기를 권해마지 않는다.     
<초발심자경문>은 「계초심학인문」,「발심수행장」,「자경문」이라는 세 가지 글로 이루어진 책이다. 특히 스님이 되어 수행에 임하는 기본자세와 정신을 배우기 위해 제일 먼저 접하는 교재로, 예로부터 불교 입문의 필독서로 여겨져왔다.
「계초심학인문」은 고려 때 보조국사 지눌이 지은 것으로 제목 그대로 불교에 처음 입문한 초심자를 훈계하는 내용에서부터 사찰 내에서의 대중 생활의 규범과 선방에서의 참선 수행을 하는 사람들을 경각시키는 내용이 설해져 있다. 지눌이 고려 희종 1년(1205년)에 조계산에서 수선사(修禪社)를 설립한 후 초심자들에게 올바른 수행 정신을 가르쳐 새로운 승가의 기강을 확립하기 위하여 저술한 것이다.
「발심수행장」은 신라 때 원효 스님이 지은 것으로 발심수행을 독려하는 내용이다. 이 역시 초심자들에게 열심히 수행 정진할 것을 권하며 부처님과 중생의 차이가 수행하고 수행하지 않는 차이임을 설하고 있다. 수행을 하는 자는 한시도 방일하고 쉴 틈 없이 매일 정진에 정진을 거듭해야 할 것을 강조한다. 모두 706자의 비교적 짧은 글이지만 발심을 일으키게 하는 감동적인 글이다.
「자경문」은 고려 때 야운 스님이 지은 것으로 선수행 공부를 잘 하도록 채찍질하는 글이다. 주인공이란 말을 써서 스스로를 타이르고 반성하게 하는 내용이다. 세 편 가운데 가장 긴 글로 글자 수가 2,000자에 가까운 1,987자이다. 수행자가 반드시 지켜야 할 사항들을 열 가지 문으로 나누어 경책하는 말을 싣고 게송을 붙였다. 「자경문」은 선수행 특히 조사선을 참구하라고 권하면서 엄격한 율행을 지키며 빈틈없는 공부를 해 나갈 것을 강조했다. 대중의 가장 모범이 될 만한 청규 이상의 수행 지침이라 할 수 있다.


참살이로 안내하는 길라잡이
“처음 발심할 때 바로 정각을 이룬다(初發心時便正覺)”고 했듯이 세상의 모든 일은 초발심에서 시작된다. 세상을 살다보면 나도 모르게 일상의 타성에 젖어 초심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사실 초심을 지키기는 매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수행이 나태해질 때 곧잘 초심으로 돌아가라고 옛 스님들은 경책했던 것이다. 초발심자경문은 출가수행자를 경책하는 필독서이지만, 인간다운 정신을 일깨워주는 훌륭한 내용이 가득하다. 사람 사는 곳에는 어디든 수행이 있는 법이고 인간적 성숙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하기에 일반교양서로도 손색이 없는 책이다. <초발심자경문>을 탐독한 어느 서평가는 “출가수행자만이 아니라 세속인들의 삶에서도 경문에 조금만 반추해 보면 삼가고 행함으로써 평온함으로 가는 골목,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 또렷해지니 참살이로 안내하는 가이드라인이며 길라잡이가 될 것”이라고 극찬을 이끼지 않았다.
“중생마다 불난 집의 문을 윤회하는 것은 한량없는 세상을 살아오면서 탐욕을 버리지 못한 탓이니라. 못 오게 막지 않는 천당에 가는 사람이 적은 것은 욕심 ? 성냄 ? 어리석음으로 자기 집 재물을 삼은 까닭이고, 꾀지 않는 악도에 가는 사람이 많은 것은 네 마리 독사와 다섯 가지 욕락으로 진심이 아닌 망심의 보배를 삼았기 때문이다.” <초발심자경문>에 나오는 글이다. 새해 새아침, 우리 모두가 초심으로 돌아가 망심이 아닌 진심의 보배를 보자. 그리하여 ‘장두노미’나 ‘오리무중’같은 사자성어가 더 이상 필요 없는 세상이기를 발원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