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우
아시아기자협회 운영위원
서민물가 도미노 급등사태
새해 벽두부터 서민 물가가 불안하다. 설탕 출고가격이 10%가량 오른데 이어 밀가루와 라면 등이 잇따라 오르고 있다. 설탕가격 인상은 브라질과 러시아 등 주요 원당 생산국의 수확량이 감소한데 따른 것이다. 이어, 설탕 관련 품목 인상 도미노 현상이 예상되고 있다. 또한 커피와 면화 가격 인상 등으로 생활물가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이에 앞서 지난해 말 콜라와 음료 가격이 인상되면서 서민물가 전면에 걸쳐 인상 러시의 파고(波高)가 간단치 않게 요동치고 있다. 품목에 따라 9% 중반에서 15%의 비교적 높은 인상률을 보이고 있다.
잠잠하던 유가도 덩달아 뛰어
지난해 비교적 안정세를 보였던 유가(油價)도 크게 뛰고 있다. 지난해 말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다. 원유 값 급등 여파는 산업계 전반에 미친다. 당장 서민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교통비와 난방비, 전기세 등도 가격 압박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현실은 일반 물가인상에 그치지 않고 있다. 서울과 인천, 대전 등 자치단체들은 새해 초부터 상-하수도 요금과 버스요금 등을 인상할 계획이다. 주택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주택시장 수요급변으로 인해 치솟았던 전세 값이 올해도 멈추지 않고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물가 인상에 학부모들의 허리도 휘고 있다. 대학등록금이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상당수 대학들이 등록금 인상폭을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
정부 대책 실효성은 의문
새해 벽두부터 닥친 물가인상사태에 당국의 입장은 그리 넉넉하지 않은 것 같다. 내외 경제여건도 양호한 편이 아니지만, 정부의 정책방향이 불안요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경제기조가 여전히 성장 중심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하루가 멀다하고 오르는 물가를 통제하기가 역부족이라는 진단이다.
특히 정부가 발표한 대책의 상당수가 실효성이 떨어지는데다 그동안 내놨던 대책을 재탕삼탕하는 식으로 반복하다 보니 시장에 약효(藥效)가 떨어지고 있다. 실제 올해 경제정책의 핵심은 부동산 규제 완화에 두고 있다. 다시 말해서, 오히려 물가를 더 띄우겠다는 속셈이다. 사정을 이렇게 보면,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당장 물가안정을 기대하기란 연목구어(緣木求魚)다. 금리인상과 같은 통화정책은 수개월의 시차(時差)를 두고 발생하기 때문이다.
복지국가 허구론 제기
서민물가와 경제전망이 그다지 밝지 않다는 시각을 보면 이명박 대통령이 강조하는 복지국가론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보건복지부 새해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약 30% 가까운 예산이 복지에 들어간다고 하면서 복지국가론을 주창했다. 이어서, 교육비가 23%이고, 다음이 국방비라면서 복지예산 증액을 강조했다. 또, 해마다 복지예산이 늘어나고, 올해 복지예산이 역대 최대라며, 이제 아주 부자들 빼고는 이제 모두 보육비를 지원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주장은 민주당 등 야당이 한나라당의 새해 예산안 날치기 과정에서 서민복지예산이 대폭 삭감됐다고 주장한데 대한 반박 논리의 성격이 강하다. 야당은 올해 복지예산 증가율은 지난해 역대 최저로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복지예산은 오히려 삭감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새해 초부터 물가가 잇따라 인상되면서, 서민에게는 어느 정도 혜택이 돌아갈지는 의문이다.
경제성장률 전망도 엇갈려
올해 경제성장률에 대해서도 청와대와 기업 간에는 시각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올해 성장률 목표를 5%로 설정했다. 지난해 기획재정부가 세운 목표가 5%였지만, 6.1%를 달성했다면서 최소한 목표치를 밑돌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한 근거로, 재고를 뺀, 소비와 투자, 순수출, 최종 수요 면에서 보면 체감적으로 질이 좋은 성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기업들은 4%대의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게 공통된 시각이다. 세계경제 성장률 회복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지난해보다는 낮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는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세계경제 상황에서 더블딥의 위험도 고려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여기에다 선진국 경제가 타격을 받으면 국내 수출기업들은 신흥시장에만 의존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경제대통령의 성적표 관리 비상
올해는 정치일정상 중요한 해가 되고 있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사실상 대선 캠프가 꾸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가을부터 일부 출마 예상 후보 측 인사들은 정기모임 등을 통해 구체적인 조직구성에 들어갔다고 한다. 그래서 정부도 경제성적표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그러나 지난 3년간 눈에 보이는 경제지표는 좋지 않았다. 주택시장 규제를 대폭 풀었고, 4대강 사업 등 중점 사업에 힘을 실어줄 관련법도 국회를 통과했지만 여전히 불안한 물가는 민심이반(民心離反)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다 가계 빚을 줄인다는 명목으로 정부 부채규모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올해 국가 채무가 435조 5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4백조원대 턱밑까지 올라갔던 지난해 보다 40조원 가까이 늘어나는 액수이다. 이미 정부의 빚은 현 정부 출범 이후 급속도로 늘어나, 통합재정지수가 최근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그래서 성장 중심의 올해 경제정책 기조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세 선순환 경제구조가 펼쳐질 지는 올해 말에 가야 판단할 수 있지만, 만약 물가통제정책이 실패로 끝나고, 빚잔치에다 성장세마저 바닥을 친다면 민심은 정권교체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