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새로운 한 해 임진년(壬辰年) 새날 새아침의 해가 서서히 밝아오고 있습니다.
12간지로 보면 임진년은 불교를 보호하고 번창시키는 호법의 화신이요, 모든 재앙으로부터 우리 인간을 지켜주는 수호신, 그리고 강인한 힘과 용맹성으로 상징되는 용띠에 해당됩니다. 이처럼 우리에게 진취적이고 희망에 찬 새날을 열어가게 해 줄 새해를 맞이하여 우리 민족과 불자에게 있어 용의 의미는 무엇이며 그 상징성에 대해 알아보기로 합니다.
우리 문헌 속의 용
문헌에 등장하는 용의 기록은 문자의 사용과 함께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역사가 깊습니다.
먼저 《삼국유사》에 보면, 신라 탈해왕은 용의 아들로서 인간 세상에 내려왔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고려사》에는 서해 용왕이 고려 태조 왕건의 아버지에게 먼 훗날 아들이 왕이 될 것을 예언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용은 특히 물과 관련이 깊은데, 비를 내리게 하는 등 자연의 조화를 마음대로 부리는 존재로 신격화하고 있습니다. 신라 진평왕 때 용 그림을 그려놓고 비를 내리게 하는 화룡제를 지냈다거나, 고려 헌종 때 흙으로 용의 형상을 만들어 토룡제를, 조선시대에는 오해와 오강을 정하여 용신제를 지냈다는 기록 등이 그것입니다. 토속신앙에서는 용왕에게 제사를 지내 풍어와 풍년을 기원하기도 했습니다.
용은 또 우리 민족에게는 호국의 상징이었습니다.
《삼국유사》에는 황룡사에 구층탑을 세우면 이웃나라의 항복을 받아 국태민안할 것이라는 예언에 따라 탑을 세우게 되었다는 기록도 나옵니다.
용은 임금에 비유되기도 했는데, 예컨대 임금의 얼굴을 용안(龍顔), 임금이 입는 옷을 곤룡포(崑龍袍), 임금이 앉는 의자를 용상(龍床), 임금이 앉는 방석을 용좌(龍座), 임금이 타는 가마를 용가(龍駕) 라고 하는 것이 그 예라 할 것입니다.
용은 특히 불교를 보호하고 번창시키는 호법의 화신으로 신격화 되어 불법을 지키는 수호신으로서 팔부신 중 하나로 받들어 모셔지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새해 들어 첫 진일(辰日)을 용의 날이라 하는데, 이날은 하늘에 있는 용이 지상으로 내려와 우물 속에 알을 낳는데 이 물을 길어다 밥을 지으면 그해에 풍년이 든다고 믿었습니다.
속담속에 등장하는 용
또 속담에도 용은 자주 등장하는데, 몇 가지만 예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개천에서 용난다 = 변변치 않은 집안에서 인물이 났을 때의 비유.
길 닦아놓으니 용천배기 지랄한다 = 공들여 놓은 일이 보람 없이 일그러졌을 때의 비유.
용 못된 이무기 = 심술만 남아 남의 일에 훼방 놓는 심술쟁이를 비유.
용이 물 밖에 나니 개미새끼까지 까불싹댄다 = 잘난 사람이 한번 실패해서 기가 죽으면 하찮은 것들도 함부로 대한다는 비유.
용과 관련된 세시풍속
상진일 = 음력 정월 첫 진일을 용의 날이라 하여 이 날을 상진일이라고 하는데, 이 날 새벽에 하늘에 사는 용이 지상에 내려와 우물에 알을 풀어놓고 간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우물의 물을 제일 먼저 길어다가 밥을 지어 먹으면 그해에 운이 좋아 농사가 대풍이 든다고 믿었습니다. 따라서 부녀자들은 이 날 남보다 먼저 일어나 우물물을 길어오기에 바빴다고 합니다. 동국세시기에는 이러한 풍습을 용알뜨기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용의 알을 먼저 떠간 사람이 그 표시로 지푸라기를 잘라 우물에 띄워두면 다음에 온 사람은 용의 알이 있을 딴 우물을 찾아갔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날 머리를 감으면 두발이 용의 머리털처럼 길어진다고 해서 여인들은 머리를 감았습니다. 또, 콩을 볶아 먹으면 그해에 곡식에 좀이 슬지 않는다고 해서 농가에서는 콩을 볶아 아이들이 가지고 다니면서 먹기도 했습니다. 농경민족인 우리 조상들은 비가 골고루 내려 풍년이 들게 하기 위해서는 수신으로서의 용신을 잘 섬겨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따라서 첫 진일은 일년 농사의 풍흉과 관계가 있다고 믿어 풍년을 기원하는 민속행사가 있었습니다.
어부슴 = 정월 대보름날 행하는 액막이의 하나로, 어버슴 또는 어부시라고 합니다. 《열왕세시기》에는 “깨끗한 종이에 흰밥을 싸서 물에 던지는 것을 어부슴이라 한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즉, 대보름날 아침에 흰 종이에 액막이를 하는 사람의 이름과 생년월일시를 적고 거기에 흰밥을 나이 수대로 조금씩 떠 넣은 뒤 싸서 깨끗한 개울이나 강물에 던져 한 해 동안의 액을 막는 의식을 치렀던 의식이 바로 이것입니다.
용의 밭갈이 = 동지를 전후하여 못에 언 얼음의 갈라진 방향을 보고 그 해의 풍흉을 알아보는 농사점을 치는 것을 용의 밭갈이라고 합니다. 용갈이 또는 용경(龍耕)이라고도 하는데, 저수지에 언 얼음이 마치 쟁기로 밭을 갈아놓은 듯이 얼음장이 양쪽으로 넘겨져 있어 사람들은 이것을 용의 짓이라 여겨, 갈라진 얼음을 보고 그 해의 풍흉을 점친 것을 말합니다.
용의 상징
용은 왕이나 남성 또는 권력을 상징합니다. 그리하여 꿈도 용꿈이면 좋은 꿈이고, 길지도 용이 있는 곳이면 상서로운 곳이라 믿었습니다. 민속놀이, 속담, 세시풍속에 나타난 용의 상징은 대개 초복신과 수신, 지신, 수송신, 수호신의 상징으로 표현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인간으로 보면 비상인·제왕·예언자적 위치를 점하고 있습니다.
특히 용은 동양의 유·불·선을 비롯하여 무속과 서양의 기독교, 이슬람교까지 용이 등장하지 않는 종교는 찾아보기조차 힘들 정도입니다. 그 중 불교는 더욱 가까운 존재로 받들어지고 있습니다. 불교에서 용은 처음에는 부처님과 부처님의 제자들을 적대시하고 위협하는 존재였습니다. 그러나 부처님께 교화된 이후 포악했던 성격도 온순해지고 결국에는 불교를 수호하는 호법신으로 그 역할이 바뀌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통도사 극락보전 벽에 반야용선도(般若龍船圖)가 그려져 있는데, 중생들을 고통의 사바세계에서 안락하고 평온한 피안의 세계로 인도하고자 하는 간절한 서원에서였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