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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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하는 여행


송금엽 / 수필가 


혼자 여행을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그 마음이 얼마나 홀가분하고 그 몸이 얼마나 자유로운가를. 나도 그 맛에 혼자의 여행을 즐기는 편이다.


혼자 하는 여행은 그 준비부터가 간편해서 좋다. 번거롭지를 않다. 그것도 1박2일 정도면 준비랄 것이 없다. 칫솔이나 하나 주머니에 넣고 타올이나 한 장 목에 걸치고 나서 운동화에 모자만 하나 눌러쓰면 그만이다.


설령, 3박4일이라든가 그 이상이 걸린다 해도 그렇다. 배낭에 양말이나 서너 켤레 하고 팬티 두 세장 그리고 세면도구나 챙겨 넣으면 더 이상은 필요가 없다.


나는 목적지를 미리 정해놓고 떠나는 때도 있지만, 대개는 집을 나서면서 결정하는 때가 허다하다. 그것도 가다가 중간에 마음이 바뀌면 행선지도 바뀌어버리기가 일쑤다.


차도 주로 완행열차를 이용한다. 차비가 싸서도 그렇지만 바빠야 할 일이 전혀 없어서다. 또 완행열차는 작은 역까지 쉬어가는 바람에 아무 데서나 내리고 타기가 쉽기 때문이다.


혼자 하는 여행에서는 또 여럿이서 하는 여행과는 달리 숙식 문제도 별로 신경 쓸 일이 없다. 도시에서는 아무 식당이나 들어가 자리 하나만 잡으면 밥을 먹을 수가 있다. 시골에도 요즘은 마을마다 가게가 있어서 빵이나 토스트 정도는 얼마든지 살 수가 있다.


잠자리 문제도 그렇다. 도시에서야 말할 것이 없지만, 시골에도 지금은 동네마다 회관이 있고 경로당이 있어서 말만 잘 하면 몸뚱이 하나 눌 자리는 쉽게 얻을 수가 있다. 뿐 아니다. 재수가 좋으면 끼니까지도 해결이 가능하다. 이런 일은 여럿이서는 좀 어렵다. 한 두 사람이래야 가능한 일이다. 좌우간, 나는 혼자 하는 여행을 좋아한다.


이런 나를 보고 어떤 이는 무슨 재미로 혼자 여행을 하느냐고 한다. 물론, 여럿이서 또는 단체로 하는 여행도 그 나름대로의 멋도 있고 재미가 있다. 서로 담소를 나누고 희희낙락 하며 시끌벅적 하게 돌아다니는 재미도 보통 재미는 아니다.


그러나 나는 내 성격 탓인지는 몰라도 시끌벅적 하고 떠들썩한 게 싫다. 조용한 게 좋다. 그래서 여럿이서 다니다보면 더러는 나도 모르게 이맛살을 찌푸리는 때가 없지를 않다.


또 여럿이서 몰려다니다보면 보고 듣는 걸 제대로 할 수가 없는 경우가 있다. 마치, 말 타고 산을 구경하듯 건성일 때가 없지 않다는 말이다. 사실, 여행이나 관광은 보고 듣는 재미로 하는 게 아닌가. 나는 그렇다.


혼자 하는 여행에는 바로 그 보고 듣는 재미가 제법 쏠쏠한 편이다. 볼 것이 있으면 시간이야 가든가 말든가다. 세심하게 살펴보고 또 굽어다본다. 듣는 것도 그렇다. 들을 것이 있으면 귀를 기우려가면서까지 귀에다 담는다. 이럴 때는 어떤 생각과 사색도 따르기 마련이다. 이런 사유에서도 나는 혼자 하는 여행을 즐기고 있는 지도 알 수 없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내가 혼자서 여행을 즐기는 데는 또 다른 이유 하나가 더 있다. 나는 요즘말로 하면 지체장애인이다. 어려서 다리를 다쳐 발을 절름거린다. 그래서 남들과는 어울리기가 그리 쉽지를 않다. 어렵다.


이런 형편에 남들과 사귀자면 내 자신이 부담을 갖게 된다. 또 상대편도 마찬가지, 부담을 가질 것이다. 그래서 나는 늘 혼자일 때가 많다. 그것이 습관이 되어버렸는지 혼자 있음을 좋아하고 혼자 행동하기를 즐기게 되었는지를 모른다. 그래서 여행도 혼자 하기를 좋아한 것 같다.


사정이 이런 지경이면, 혼자일망정 여행도 하지 말아야 하고 산행도 하지를 말아야 옳을 일이다. 그런데 그렇지를 못 하다. 이런 몸으로도 사지팔방 안 가본 데가 없고 국내에서는 산도 산이란 산은 올라보지 않은 산이 없다. 이럴 때는, 어쩌면 이것도 팔잔가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저 지난 달만해도 그렇다. 엄동설한 임에도 불구하고 2박3일로 호남지방 한 쪽을 돌아보고 온 일이 있다. 마침 눈이 내려 백양사 설경을 보고는 버스를 타려고 버스정거장을 향해 절름거리고 있을 때였다. 때는 석양이었다. 어느 마을 앞을 지나는데 마을 앞 정자나무에 많은 새들이 모여 무척 시끄러웠다. 참새들의 무리였다. 이런 풍경은 시골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지만, 그날따라 그것이 유난히 새삼스럽게 보였다.


그러나 이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해질녘이 되면 새들, 특히 참새들은 같은 나무, 같은 숲에 들어 잠을 잔다. 그렇게 잠을 자기 위하여 모여든 놈들이 잠들기 전 향연이라도 벌리듯 그렇게 소란들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놈들은 그렇게 한 숲에 들어 잠을 자다가도 날 밝은 아침이 되면 어디론가 다 날아가 버리고 한 마리도 보이지를 않는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그렇게 소란들을 피우고 있는 참새 떼들을 한참동안이나 우두커니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러고 있는데 문득 옛 사람의 시 한 구절이 머릿속에 와서 찰칵 담겼다.


 


衆鳥同枝宿 天明各自飛 / 중조동지숙 천명각자비


해가 지면 뭇 새들이 한 숲에 들어 잠을 들어 자지만


아침 날이 밝으면 각자 제 갈 길로 홀로 날아가 버린다.


 


그렇다. 우리 인간도 마찬가지. 이 세상에 발붙이고 사는 동안에는 함께들 어울려 산다. 가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또는 직장과 단체, 사회, 국가라는 조직 안에서 서로 정을 주고받으며 기쁨과 슬픔, 고통을 나누며 살아간다.


그러다가도 때가 되면 즉, 세상 인연이 다 하면 마치 한 숲에서 잠자던 새들이 날 밝은 아침에 각자 홀로 어디론가 날아가 버리듯, 우리도 그와 같이 각자 떠나 가버리는 게 아닌가.


그러고 보면, 내가 혼자의 여행을 즐기는 것도 어쩌면 세상을 홀로 떠나기 위한 리허설, 그 예행연습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