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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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나무, 참나무

홍성범
숲해설가


숲은 우리 인간에게 많은 것을 제공한다. 신선한 공기와 맑은 물은 물론 피톤치드, 음이온 등 건강에 유익한 각종 치유 물질도 제공한다.
우리 민족은 숲에서 많은 것을 얻고 살았다. 초근목피로 끼니를 때웠다는 건 지금 시대에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가 되었지만 헐벗고 가난한 시절을 버티게 해준 것은 숲이었다.
우리에게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여러 나무 중에서 참나무류를 빼놓을 수 없다. 묵의 재료인 도토리를 열매로 맺는 참(眞), 참나무.
서양에서 도토리는 권력과 부를 상징한다. 컴퓨터 사이버머니로 도토리를 차용한 이유다. 반면에 ‘도토리 키 재기’, ‘개밥에 도토리’처럼 부정적인 표현들도 있다.
다람쥐의 식사인 도토리는 밤과 달리 타닌 성분이 많아 떫다. 그래서 묵을 쑤어 먹어야 한다. 이제는 향수를 달래주는 웰빙 식품이 되었지만, 옛날 먹거리가 부족했던 시절에는 구황식물로 각종 음식 재료로 사용했다. 마을 입구에 덩치 큰 상수리나무 줄기에 상처가 나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대개 도토리를 따려고 나무를 흔들고 돌로 때린 흔적이다.
건강 식재료인 표고버섯도 참나무의 선물이다. 표고버섯은 죽은 참나무 섬유소를 분해하여 먹고 자란다. 참나무가 우리에게 주는 귀한 버섯이다.
참나무의 쓰임은 먹거리에 그치지 않는다. 참나무로 만든 숯을 참숯이라고 부른다. 백탄 참숯은 매연이 많이 나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오래 잘 타기 때문에 최고의 대우를 받는다. 숯불구이를 즐기는 우리 민족에게 참숯은 귀중한 연료다. 소나무는 송진 때문에 화력은 좋지만 매캐한 연기가 많이 나는 편이다. 한국에서 고급 땔감으로 유통되는 대부분이 참나무인 이유다.
참숯은 달구어져 다리미질에도 사용되었다. 지금은 자료에서나 볼 수 있지만, 전기다리미가 없던 시절 참숯은 옷감을 손질하는 데도 유용하게 사용됐다.
상수리와 굴참나무는 목재가 단단하여 ‘강참’이라 불리며 표고골목, 농기구자루 등에 이용하였고 신갈, 졸참나무, 갈참나무는 ‘물참’이라 하여 목재가 연하여 건축내장재로 사용되었다. 더 크고 곧은 나무가 필요한 건축재나 선재로는 사용된 경우가 드물다. 수형이 대체로 구불구불한 참나무의 특성 때문이다.
굴참나무 껍질인 굴피는 강원도 지방에서는 지붕의 재료로 사용했다. 굴참나무, 상수리나무의 두꺼운 나무껍질을 평평하게 한 후 적정한 크기로 잘라 지붕을 이었다. 굴피집이다. 짚, 기와 등 지붕 재료를 얻기 어려운 화전민 주거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참나무속에 속하는 식물은 전 세계적으로 약 500여 종에 이른다. 원시적인 꽃을 피우고 도토리 열매를 맺는다. 60m에 달하는 거목에서부터 3m가량밖에 자라지 않는 관목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영어 단어 ‘oak’와 한국어 단어 ‘참나무’는 도토리가 열리는 참나무과(Fagaceae) 참나무속(Quercus)의 다양한 나무들을 부른다는 점에서 같은 단어라고 볼 수 있다.
서양에서 고급 포도주나 위스키를 숙성시키는데 사용되는 오크통이 바로 참나무이다. 참나무의 페놀 성분이 태워져 만들어지는 바닐린 성분이 바닐라 향을 더해준다. 타바스코 소스도 오크통에 숙성해 만들어진다. 코르크 마개의 재료도 참나무다.
참나무는 긍정적인 의미의 접두사인 ‘참’이 붙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이처럼 쓰임새가 많은 나무다.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에서 참나무라고 함은 참나무과, 참나무속에 속하는 상수리나무, 신갈나무, 떡갈나무, 굴참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를 가리킨다. 이 나무들은 제각기 도토리를 맺기 때문에 ‘도토리나무’라고 부르며 6종이기에 참나무 6형제라고 한다.
이들은 대체로 서로 다른 산 높이에서 터 잡고 살아가는데, 상수리나무가 제일 밑인 산 아랫마을 근처에, 그 바로 위에 굴참나무, 졸참나무, 갈참나무가 살고 맨 위쪽에 신갈나무가 산다.
참나무는 변종과 잡종이 많아 각각을 정확하게 식별하기는 쉽지가 않다. 그나마 쉽게 식별할 수 있는 것은 겨울철 떡갈나무다. 겨울철에는 잎자루와 가지 사이에 떨겨세포가 잘 형성되지 않기 때문에 떡갈나무는 겨울에도 시든 잎을 매달고 있다.
지름 50cm의 굵은 참나무 한 그루에는 보통 1만 개의 도토리가 달린다. 다람쥐와 새들은 도토리를 먹고 나머지는 다음에 먹기 위해 이끼나 낙엽으로 덮어 감춘다. 이 중에서 반절 정도는 되찾아 먹고 나머지는 잊는다. 덕분에 남은 도토리는 다음 해 싹을 틔우니 참으로 오묘한 숲의 공존이다.
우리 인간계는 언제쯤 상시적인 평화와 공존이 올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