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돈
한의학 박사 | 전 원광대학교 한의대 외래교수 | 햇살고운 한의원 대표원장
기립성 어지럼증은 누워 있거나 앉아 있다가 갑자기 일어설 때 발생한다.
어지럼증과 더불어 눈앞이 캄캄해지는 느낌, 휘청거림 등이 오기도 한다.
심한 경우 실신으로 이어질 수 있어 일상생활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증상이다.
이는 단순한 어지럼증이 아니라 혈압과 자율신경,
호르몬 조절 기능의 이상을 반영하는 신호로 이해해야 한다.
사람이 일어설 때 중력의 영향으로 혈액은 하체로 몰리게 된다.
정상적인 경우 자율신경과 호르몬 작용을 통해 혈관이 수축하고
심박수가 증가하여 뇌혈류를 유지하지만,
이 조절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기립성 어지럼증이 발생한다.
대표적인 원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자율신경 기능 이상이다.
노화, 당뇨병, 파킨슨병, 장기간의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혈압을 조절하는 자율신경 반응이 둔해질 수 있다.
둘째, 혈액량 감소이다.
탈수, 출혈, 이뇨제 사용, 염분 부족 등은 혈액량을 줄여
기립 시 뇌혈류를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게 만든다.
셋째, 부신저하증과 같은 호르몬 이상이다.
코르티솔이나 알도스테론이 부족하면
혈압 유지와 염분·수분 균형이 깨져 기립성 저혈압과 어지럼증이 반복된다.
넷째, 약물의 영향이다.
혈압약, 항우울제, 진정제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이처럼 기립성 어지럼증은 하나의 병이라기보다는
여러 전신적 문제의 결과로 나타나는 증상이다.
한의학에서는 기립성 어지럼증을 주로 현훈眩暈, 허로虛勞의 범주로 본다.
특히 다음과 같은 허증虛證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기허氣虛 : 기운이 부족하여 혈압을 지탱하지 못하는 상태
혈허血虛 : 혈액이 부족하거나 순환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
신허腎虛 : 하체와 하복부의 생명 에너지가 약해져 혈압 유지가 어려운 상태
한의원에는 주로 부신저하증으로 인한 어지럼증으로 내원한다.
부신저하증으로 인한 기립성 어지럼증은
한의학적으로 신양허와 기허가 함께 있는 경우로 설명되는 경우가 많다.
한방치료는 원인에 따라 맞춤형으로 진행된다.
* 기허가 주된 경우 : 보중익기탕, 팔물탕
* 신양허가 동반된 경우 : 팔미지황환, 우귀환 가감
* 만성 피로와 냉증이 있는 경우 : 십전대보탕 계열을 많이 쓴다.
한약은 기혈을 보강하고 자율신경 안정 및 혈압 유지 능력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
침 약침 뜸치료가 어지럼증에 효과적이다
백회, 족삼리, 내관, 태충 등의 혈자리를 활용하여
어지럼 증상을 완화하고 자율신경 균형을 돕는다.
근래에는 두피에 약물을 시술하는 두침頭針을 많이 사용한다.
두침은 혈관을 확장시키는 기능이 있어 기립성 어지럼증에
효과가 빠르고 지속적인 특징을 가지는 의료 신기술이다.
관원, 기해, 신수 부위의 뜸은 하복부와 신양을 따뜻하게 하여
저혈압과 기립성 증상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경우가 많다.
기립성 어지럼증 관리에서 생활요법은 치료만큼 중요하다.
* 갑자기 일어나지 말고 누운 상태 → 앉은 상태 → 선 상태를 거친다
* 기상 직후 다리와 발을 움직여 혈류를 준비시킨다
* 충분한 수분 섭취와 필요시 적절한 염분 보충을 해준다
* 과로, 수면 부족, 과도한 공복 상태를 피한다
* 하체 근육을 강화하는 가벼운 운동을 꾸준히 시행한다
특히 부신저하증이 있는 경우,
무리한 운동·단식·저염식은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기립성 어지럼증은 단순한 불편 증상이 아니라
몸의 에너지, 혈압 조절, 호르몬 균형이 무너졌다는 신호일 수 있다.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필요시 양방 치료와 한방 치료를 병행하며,
올바른 생활관리를 함께 실천할 때 증상은 충분히 호전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참고 버티는 것이 아니라,
몸이 보내는 신호를 이해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