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담 스님
넓은 바닷가
해가 조금씩 기울어져 가는 시간이었다 마침 오래된 나무의자가 하나 있기에 조금 졸고 있었다 바람은 살살 불어오고 딱 길게 한잠자기 좋은 해변이었다
졸다가 멀리 바다의 끝을 좀 보다가 하면서 우두커니 앉아 있는데 어디선가 나이 지긋한 수수한 차림새의 남녀 한 무리가 마치 큰 새떼들 무리지어 앉듯이
내 앞에 앉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이들은 마치 선생님 없이 처음 도시에 온 섬소년들처럼 혹은 큰 사원이나 모스크에 들어가기 전에 손발을 씻는 듯한 자세로 바다 앞에 죽 늘어서는 것이었다 기분 좋은 바람에 돛단배 하나 타다가 말다가 하는데 이들의 풍경은 내가 마치 아직 가보지못한 아부다비의 어느 바닷가에 앉아있는 기분이었다 이들은 어느 이맘 없는 모스크에 들어선 사람처럼 말없이 혹은 어디 멀리서 들려오는 해질녘의 아잔소리를 기다리는 사람들처럼 그렇게 한참이고 앉아있는 것이었다 배고픈 섬소년들은 다 어디론가 사라지고 이제 나도 덩달아 손발 깨끗이 씻고 이들과 함께 하는듯 저 바다에 무언가 긴 귀를 내밀게 되었다 해는 이제 완전히 기울었고 이들의 이맘은 아직도 도착하지 않고 있었다 이제 배가 고파진 나는 할 수 없이 말해주었다 오늘은 달이 뜨지 않을 것이고 이맘은 어제도 그 전에도 오지 않았었다고- 그때까지 바다는 아무 말 없이 멀리서 우리들의 크게 늘어진 귀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