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우
아시아기자협회 운영위원
우울한 가정의 달
5월은 기념일이 많다. 한 달에 무려 12개가 된다. 이 가운데, 가정사와 관련된 기념일이 4개, 3분의 1을 차지한다. 우선 5월 5일 어린이 날을 시작으로 8일 어버이 날, 15일 스승의 날, 21일은 성년의 날이다. 말 그대로 가정의 달이다. 여기에다, 해마다 5월이면 음력으로 사월 초파일(4월 8일)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한다.
그러나, 한 달 내내 가정 관련 기념일이 이어지지만, 서민은 우울하다. 물가가 오르면서 소득은 줄어들고 있는데 이래 저래 돈 나갈 일이 많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행복의 척도는 돈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지만, 현실을 살아가는 서민들의 속사정은 그렇지 않다. 특히, 중고교 자녀를 둔 서민 학부모의 살림은 설상가상으로 하루 하루 더 힘들어지고 있다.
저소득층 체감물가 심각
실제로 최근 생필품 가격이 계속 상승세를 유지하면서, 저소득층의 생활고가 심화되고 있다. 저소득층의 체감물가가 고소득층을 넘어섰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소비자 물가상승이 주요 원인이다. 한마디로, 가뜩이나 저소득층은 버는 돈이 적은데, 물가가 오르면서 형편이 더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체감물가가 저소득층이 고소득층 보다 최대 0.91%포인트 상회한 것으로 조사됐다. 저소득층에 속하는 소득 1분위의 체감물가는 지난해 9월 4.35%에서 오름세를 유지하면서 지난 4월에는 4.91%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고소득층인 소득 5분위 체감물가는 3.41%에서 4.45%로 오히려 저소득층 보다 낮았다.
이에 따라, 소득 1분위와 5분위간 물가 격차는 2010년 9월 0.88%포인트에서 지난 3월 0.46%포인트를 보였다. 이같은 추세는 2008년 물가 상승기에 고소득층 체감물가가 저소득층이 보다 높았던 것과 비교할 때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잘 사는 사람은 더 잘 살게 되었고, 못 사는 사람은 더 못 살게 되었다는 말이다.
소득 양극화 갈수록 심화
사회갈등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소득 양극화도 계속 심각해 지고 있다. 우선 월급생활자를 대표사례로 볼 수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종합소득세를 내는 근로소득자는 2006년부터 2009년까지 3년간 30만명 증가했다. 이들의 소득 또한 18조원에서 30조원으로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종합소득세는 이자와 배당, 부동산 임대, 근로소득 등 여러 소득을 합쳐서, 누진세율을 적용해 과세하는 세금을 말한다. 근로자가 종합소득세를 낸다는 것은 월급외에 사업소득이 있거나, 예금 이자와 주식 배당금, 부당산 임대료 등 다른 소득원이 있다는 의미다.
2009년 전체 근로자 평균급여는 2천 6백만원 정도였다. 그러나, 종합소득세를 납부한 월급쟁이의 평균 급여는 4천 3백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부수입을 뺀 급여만 계산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 평균 소득은 보통 월급쟁이의 2배 가량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마디로, 연봉이 높은 월급쟁이가 부수입까지 챙기는 <월급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 평균 연봉이 9천만원 정도인데 정말이지 고소득 월급쟁이가 아닐 수 없다.
소득 격차는 평균수명에도 영향
소득 격차는 일상생활뿐 아니라 수명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소득이 상위 50%인 고소득 남성이 하위 50%저소득 남성 보다 기대여명(期待餘命)이 4세 가량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연구원이 발표한 <사회계층별 차별 사망력과 공적연금제도>보고서에 따르면 1949년생 고소득 남성이 60세에 도달했을 때 기대여명이 27.94세로 저소득 남성 23.98세 보다 3.96세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소득별 노령연금 수급비율도 다르게 나타났다. 고소득층의 78.44%는 노령연금 수급권을 갖췄으나, 하위 소득계층은 41.18% 수준에 그쳤다. 특수직 근로자 등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본인이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는 비중도 차이가 났다. 하위소득계층의 경우 13.2%로, 상위 소득계층의 3.46%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으로 산출됐다. 국민연금 마저도 소득 격차에 따라 소득 재분배 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기대여명의 차이가 발생해 그 효과가 낮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못 사는 사람은 살면서 어려움을 겪을 뿐 아니라 오래 살지도 못하면서 국민연금 혜택도 제대도 볼 수 없다는 얘기다.
전세가격 오르면 가계소비 하락
최근에는 전월세 가격이 오르면서 가계 소비도 떨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전월세 가격이 가계소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하반기 이후 전세가격이 큰 폭의 오름세를 보이면서, 소비회복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실질 전세와 월세가격이 소비자 물가 상승률 보다 1% 포인트 상승하면, 가계소비가 장기적으로 각각 0.15%와 0.09%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됐다. 단기적으로 실질 전세가격 상승률이 1% 확대되면, 소비증가율은 0.44%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소득층은 전세가격이 1% 오르면, 소비가 장기적으로 0.22%, 단기적으로 0.87% 줄어들었다. 월세가격 변동은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다.
반면 저소득층은 월세가격이 1% 오르면, 소비가 0.3% 감소했다.
또 전세가격 상승은 예상과는 달리 소비를 증가시켰고, 주택 매매가격 상승은 소비를 감소시켰다. 고소득층은 주거비 기준으로 볼 때 자가 또는 전세 비중이 높지만, 월세비중은 전세의 10% 정도로 매우 낮기 때문에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다 우리나라 임차가구가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주요 18개 선진국 평균인 34.3% 보다 크게 높은 41.3%로 집계돼, 전월세 가격변동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이 큰 편으로 나타났다.
분배강화로 빈곤화 성장 막아야
소득격차와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한국경제의 가장 큰 과제로 <빈곤화 성장(貧困化 成長)>이 지적되고 있다. 성장은 하지만 소득격차가 커지고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의 양극화가 더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개인 보다 기업 소득증가율이 상당히 빠르게 진행되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기업은 돈을 더 벌고 성장하지만, 직원들의 생활형편은 반비례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분배정책을 보다 더 강조하고 확대해야 할 필요가 제기되고 있다. 다소 포퓰리즘(populism)이라 불러도 좋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재분배 정책을 강화해서 서민경제의 견조세(堅調勢)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를 위해, 대기업이 경제성장을 독점하는 산업의 양극화를 해소하고, 고용없는 성장 등 빈곤화 성장과정을 재검검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먼저 당장 대기업의 국내 투자를 확대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두 번째로는 대기업이 보다 많은 세금을 내고, 사회환원과 재분배 과정에 깊이 관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