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돈
한의학 박사
원광대학교 한의대 외래교수
햇살고운한의원 대표 원장
요즘 날씨는 봄 가을이 없어지고 추웠다싶다가 더워져 어느덧 여름이, 더웠다싶다가 추워져 어느덧 겨울이 되는 종잡을 수 없는 기후로 변했다. 지금이 절기로는 봄이지만 뜨겁게 달아오르는 기세로 볼 때 올해도 봄을 건너뛰어 바로 여름으로 직행할 것 같다.
날씨가 더워지고 의복이 얇아지는 노출의 계절을 유난히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땀이 많이 나서 싫고 더워서 싫고 무엇보다도 뚱뚱한 모습을 남에게 보여주기 싫은 살찐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비만한 사람은 체내에 지방을 필요이상으로 축적하고 있어서 지방을 섭취하는 것에 대해 상당히 경계한다. 어찌됐든 지방이 줄어야만 비만에서 탈출할 수 있고 멋지게 의복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방을 섭취하지 않을 순 없다.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은 인체를 이루는 3대 영양소이므로, 지방을 너무 제한한다면 건망증, 우울증, 과잉행동장애 등의 신경증상이 일어날 수 있고 결핍정도가 심하면 생명에 위협이 된다. 지방은 뼈와 근육을 유연하게 하고 세포막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이며, 지방이 부족할 경우 눈, 피부, 면역계에 문제가 생긴다.
얼마 전 어떤 학자가 지방이 해롭다는 것을 몸소 증명하기 위해 지방을 뺀 식단을 선택했다가 결국에는 암에 걸려 젊은 나이에 사망했다는 보고도 있다. 지방 축적이 심장병과 당뇨병이나 암을 초래하는 원인임에도 불구하고 그리스의 크레타 섬 사람들은 칼로리의 45%를 지방으로 섭취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심장병과 당뇨병의 발병률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또 에스키모인들은 지방섭취를 아주 많이 하는 편이지만 심장병 당뇨병 암 등의 성인병에 잘 걸리지 않는다. 지방섭취량이 많은 크레타 섬 사람이나 에스키모인들이 성인병에 더 많이 노출되지 않고 오히려 건강한 것은 좋은 지방을 섭취한 결과이다. 하지만 국가의 정책에 따라 삶의 터전을 잃고 사냥을 그만 두면서 가공식품을 통해서 지방을 먹게 된 에스키모인들은 성인병 발생률이 급격하게 상승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예를 살펴보자면 지방이 무조건 몸에 나쁜 것이 아니라 지방에도 좋은 것이 있는가 하면 나쁜 지방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동물성 지방이 모두 나쁘고 식물성 지방이 모두 좋은 것도 아니다. 육류나 계란에 포함된 지방은 에너지 활용도가 높고 몸에 나쁜 중성 지방을 녹여주는 기능이 있는가 하면 식물성 지방으로 만든 마가린은 섭취하면 수개월을 체내에 머물러 배설되지 않고 노폐물로 고여 있을 수 있다. 마가린과 쇼트닝은 비록 식물성 지방이지만 나쁜 지방의 대표선수 격이라고 할 수 있다.
한때는 식물성 지방이므로 건강에 좋고 값도 저렴한 마가린과 쇼트닝이 오히려 버터와 같은 동물성 지방을 대체하여 많이 애용된 적도 있었고, 오늘날에도 인스턴트식품, 튀김식품, 과자류 등에 거의 마가린과 쇼트닝이 들어가지 않는 제품이 없을 정도이다. 문제는 이런 질 낮은 지방은 인체 내에 한번 들어오면 체외로 배설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늘어난 시점과 마가린과 쇼트닝이 대량으로 소비되기 시작한 시점이 일치한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지방을 선택해야 할까?
우리 조상들은 훌륭한 지방을 만들어 사용하였다. 대표적인 지방이 들기름, 참기름이다.(지방과 기름은 같은 물질이며, 고체형태일 때는 지방, 액체형태일 때는 기름이라고 한다.)
옛날에는 참기름을 얻기 위해서 참깨를 짠다고 했다. 견과류나 씨앗류를 압착하여 기름을 얻는 방식이었던 것이다. 압착을 통해서 기름을 얻는다는 것은 좋은 품질의 지방을 확보하는 것이지만 문제는 많은 기름을 얻기 힘들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참깨 1킬로그램을 압착하여 얻을 수 있는 참기름은 30%가 안 되지만 화학물질을 사용하면 참기름을 100%에 가깝게 우려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좋은 지방은 비쌀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여건상 질 높고 비싼 지방을 구입할 수 없다면 우선 몸에 나쁜 마가린, 쇼트닝 같은 트랜스 지방만이라도 피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