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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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경』이 출현하게 된 ‘가까운 인연’-「화장세계품 제5」

‘신해행증’으로 읽는 『화엄경』 열두 꼭지⑤ 믿음
『화엄경』이 출현하게 된 ‘가까운 인연’-「화장세계품 제5」


신규탁
연세대 철학과 교수


1.
‘과목’을 나누어가면서 경을 읽으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훨씬 더 잘 이해가 된다. 이 점은 이미 인도에서도 중국에서도 검증되어, 뒷날 경학 연구가들의 오랜 전통이 되었다. 지난 1월호부터 금년 6월까지는 <거과권락생신분擧果勸樂生信分> 과목에 해당하는 총 6품을 대상으로 글을 쓰고 있다. 6품 중에서 「세계성취품 제4」, 「화장세계품 제5」, 「비로자나품 제6」은 <거과권락생신분>의 핵심이다. 이 세 3품品 중에서 「비로자나품 제6」에 묘사된 비로자나 부처님의 전생 수행이 ‘원인’이 되어, 그 앞의 두 품에 묘사된 세계가 ‘결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즉, 수행과 원력이 ‘원인’이 되어서, 그 ‘결과’로서 시방의 모든 세계가 만들어지고, 특정해서 비로자나 부처님께서 장엄하게 꾸민 불국토인 ‘화장세계’가 건설되었단다. 창조가 아니라 서원의 힘이다. 「화장세계품」은 모두 세 ‘과목’으로 나눌 수 있는데, (1)‘화장세계의 인과因果 자체’를 밝히는 대목, (2)‘찰해(刹海 바다처럼 드넓게 펼쳐진 국토들) 속에 설치된 장엄한 모습’을 밝히는 대목, (3)‘찰망(刹網 그물처럼 서로 얽혀 있는 국토들)의 다양한 모습’을 밝히는 대목이다.


2.
먼저, (1)‘화장세계 인과因果 자체’를 밝히고 있는 부분인데, 네 대목으로 나누어진다.  ‘화장세계’는 ‘연화장세계蓮華藏世界’의 준말로서, 이 세계는 비로자나 부처님께서 꾸미신 정토이다. 수많은 ‘바람 둘레[풍륜風輪]’가 ‘화장세계’의 밑을 떠받치고 있다. ①맨 아래의 ‘풍륜’ 이름은 ‘평등하게 머물음[평등지平等持]’이다. 그 위로 무수한 풍륜이 있는데, 그 중 맨 위의 ‘풍륜’ 이름은 ‘수승위광장殊勝威光藏’으로, 운허 스님은 ‘훌륭한 위엄 광명’이라고 번역하셨다. ②그 ‘풍륜’이 ‘보광마니장엄普光摩尼莊嚴’이라는 향수해를 떠받치고 있다. ③이 향수해香水海 위로 ‘큰 연꽃[대련화大蓮華]’이 피어올라왔는데 이름이 ‘종종광명예향당種種光明.香幢’이다. ④이 연꽃 한복판에 ‘화장세계’가 들어있는데, 사방이 고루 평탄하며 청정하고 견고한데, 그 주변을 ‘금강륜산金剛輪山’이 한 바퀴 에두르고 있으며, 땅과 바다와 모든 나무들이 각각 구별되어 있다.


3.
다음으로, (2)‘찰해 속에 펼쳐진 화장세계의 장엄’을 밝히는 대목인데, 요점만 추려본다. 『화엄경』 본문에서는 이 대목을 여섯 문단으로 나누어 묘사한다. ①사방을 두른 산, ②펼쳐진 보배 대지, ③대지 위의 향수해, ④향 물로 된 강, ⑤나무와 꽃, ⑥전체를 끝맺음. 순서대로 살펴보기로 하자.
① 사방을 두른 산 : “화장장엄세계해의 대철위산이 ‘일주왕연화(日珠王蓮華 태양처럼 빛나고 구슬처럼 생긴 최고의 연꽃)’ 위에 머물러 있다”고 한다. ‘일주왕연화’는 앞에서 말한 ‘향수해 위로 피어나온 큰 연꽃’ 그 자체이다. 경전의 본문에는 대철위산의 멋진 모습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② 펼쳐진 보배 대지 : “이 세계해의 대철위산 안에 있는 큰 땅들은, 첫째는 모두 금강으로 되어서 견고한 장엄을 깨뜨릴 수 없으며, 둘째는 청정하고 평탄하여 높고 낮은 데가 없으며”, 이렇게 나아가 총 열 가지로 설명을 이어가고 있다.
③ 대지 위의 향수해 : “이 세계해의 큰 땅 안에는 말할 수 없는 부처님 세계의 티끌 수 향수해가 있으니”로 시작하여, 향수해의 모습을 열 가지 측면에서 묘사하고 있다. 열이란, 바닥, 언덕, 그물, 물[수水], 꽃, 전단향 앙금, 소리, 빛, 사람이 둘러 모여 신통을 보이는 것, 넓어서 끝이 없음 등이다. 이어서 그 외의 다른 장엄을 또 열 가지 묘사하고 있다.
④ 향 물로 된 강 : “낱낱 향수해마다 각각 4천하의 티끌 수처럼 많은 향 물로 된 강이 있어, 오른쪽으로 돌아 둘리었다”고 하여, 강의 숫자가 무수히 많음을 표시한다. 이어서 향 물로 된 강의 장엄을, 끝으로 그런 강이 무수하다고 끝맺는 방식으로 묘사된다.
⑤ 나무와 꽃 : 이 대목도 모두 셋으로 나누어지는데, 첫째는 “이 향 물로 된 강 사이에는 모두 아름다운 보배로 가지가지 장엄하였으니”라고 시작하는, 총체적 묘사가 있다. 둘째는 “낱낱 강마다 4천하 티끌 수의 모든 보배로 장엄하고 백련화白蓮華가 두루 가득하였으며”로 시작하는, 개별적 묘사로 이어진다. 셋째는 “이런 것이 세계해의 티끌 수가 있어 향 물로 된 강과 강 사이마다 낱낱이 이러한 장엄을 갖추었다”고 맺는 부분이다.
⑥ 전체를 끝맺음 : 이어서 보현보살께서 ‘찰해 속에 펼쳐진 화장세계의 장엄’을 다음과 같이 마무리 지으신다.
“여러 불자들이여, 모든 부처님 세계해의 장엄을 헤아릴 수 없느니라. 왜냐 하면, 이 화장장엄 세계해의 온갖 경계는 낱낱이 세계해 티끌 수의 청정한 공덕으로 장엄한 까닭이니라.”


4.
끝으로, (3)‘찰망刹網’ 즉 ‘그물처럼 서로 얽혀 있는 국토들’의 차별한 모습을 밝히면서, ‘세계’를 설하는 대목을 보자. 먼저 그물처럼 서로 얽혀 있는 국토들이 어떻게 묘사되고 있는지, 보현보살의 설법을 인용해 본다.
“여러 불자들이여, 이 말할 수 없는 세계의 티끌 수 같은 ‘향수해’ 가운데, 말할 수 없는 세계 티끌 수의 ‘세계종世界種’이 있고, 낱낱 ‘세계종’에는 말할 수 없는 세계의 티끌 수 같은 ‘세계’가 있느니라.”
 
‘세계종’에서 ‘종種’ 자는 ‘부류’라는 뜻으로, 비유하면 바다 속에 자라, 새우, 게, 물고기 등 다양한 ‘어종魚種’이 있는 것과 같다. ‘어魚’를 떠나 달리 ‘어종魚種’이 있는 것이 아니듯이, ‘세계’를 떠나 ‘세계종’이 달리 실체가 있는 것은 아니다. 무수한 ‘세계종’을 『화엄경』에서는 열 가지 측면에서 묘사하고 있다. ‘세계종’의 ①의지해서 머뭄[의주依住], ②모습[형상形狀], ③재질[체성體性], ④방소方所, ⑤향해 들어감[취입趣入], ⑥장엄莊嚴, ⑦범위[분제分齊], ⑧행렬行列, ⑨무차별無差別, ⑩힘으로 가지함[역가지力加持]이다.
간단히 말하면, 『화엄경』에서는 3단으로 세계 구조를 묘사하고 있다. 즉, ‘향수해’⇒큰 연꽃 속에 감싸인 ‘세계종’⇒‘세계’이다. 비로자나 부처님의 원력으로 만들어진 ‘화장세계’ 위에 수많은 ‘향수해’가 펼쳐져 있다. 한 ‘향수해’마다 그 위에는 무수한 ‘큰 연꽃’이 솟아올라  피었고 각 꽃마다 ‘세계종’을 하나씩 갈무리하고 있다. 이런 한 ‘세계종’ 속에는 또 다시 무수한 ‘세계’가 포진되어 있다.
그 중 맨 중앙에 있는 ‘향수해’를 ‘무변묘화광 향수해’라고 하는데, 이 향수해를 중심으로 오른쪽으로 돌면서 그 동쪽에 ①이구염장 향수해, 그 남쪽에 ②무진광명륜 향수해, 그 오른쪽으로 돌면서 계속해서 ③금강보염광 향수해, ④제청보장엄 향수해, ⑤금강륜장엄저 향수해, ⑥연화인다라망 향수해, ⑦적집보향장 향수해, ⑧보장엄 향수해, ⑨금강보취 향수해, ⑩천성보첩 향수해가 이어진다.
이런 10개 향수해 각각 마다 미진수의 무수한 세계가 딸려 있다. 딸려 있는 세계를 설명하는 방식은, 맨 아래 층에 있는 ‘세계’를 설명하고, 위로 무수한 세계를 지나, 다시 한 층의 세계를 설명하고, 이렇게 하여 총 20번 째 층에 있는 세계를 설명해간다.


5.
그럼, 우리가 살고 있는 ‘사바세계’는 어디에 위치하는가? 화장세계에 펼쳐진 무수한 향수해 중에서 가장 중앙에 있는 향수해가 ‘무변묘화광 향수해’라고 했다. 바로 이 ‘무변묘화광 향수해’에도 미진수의 무수한 ‘세계종’이 분포 배열되어 있다. 그 많은 ‘세계종’ 중에서 우리가 사는 ‘사바세계’는 ‘일체향마니왕장엄’이라는 이름의 큰 연꽃 위에 펼쳐진 ‘보조시방 치연보광명 세계종’ 속에 들어있다.
물론 ‘보조시방 치연보광명 세계종’ 속에도 미진수의 무수한 ‘세계’가 있는데, 맨 아래 층에 있는 세계가 ‘최승광변조 세계’이고, 사이사이 무수한 세계를 거쳐, 마지막 20번째 층에 ‘묘보엄 세계’가 있다고 한다. 층층 마다 사이에는 무수한 세계가 있다고만 할 뿐 설명은 생략되어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바세계는 그 중 13째 층에 있는데, 이렇게 묘사되고 있다.
“금강 장엄으로 가장자리를 삼고, 가지각색 빛 풍륜으로 유지하는 연꽃 그물을 의지하여 머물며, 형상은 둥글어서 허공에 있는 하늘 궁전을 장엄하는 허공구름이 그 위에 덮이고, 열세 부처님 세계의 티끌 수 세계가 두루 둘러쌌으며, 그 부처님은 곧 비로자나 여래 세존이시니라.”
비로자나 부처님은 ‘화장장엄세계’라는 불국토에 법신法身으로 상주하신다. 그런데 이 법신께서 ‘화장장엄세계’를 구성하는 천백억 세계 중의 하나인 ‘사바세계’에 사는 중생을 구제하시려고, 중생의 몸으로 오신 부처님이 석가모니이시다. 이런 화신불化身佛 석가모니께서 태어나신 날이 사월초파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