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우
불교방송 기자, 한국기자협회 감사
첫경기는 한국전쟁날 열려
세상에는 생각지 않거나 뜻하지 않았던 사건이 우연히 겹치는 기이한 일이 간혹 있다. 공교롭게도 월드컵과 한국의 운명도 그런 것 같다. 월드컵은 지금으로부터 60년 전, 1950년 우루과이에서 제1회 대회가 열렸다. 그런데, 제1회 대회의 첫 경기가 열린 오후 4시, 지구의 반대편 한반도에는 같은 날 새벽 4시, 6.25한국전쟁이 터졌다. 오후와 새벽이 다를 뿐, 몬테비디오와 서울은, 대척점(對蹠點, antipodes)에 있기 때문에 지구촌 시계로 보면, 같은 날 같은 시각(時刻)이다.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상기해 보면, 북한군은 1950년 6월 25일 새벽 4시 서해안의 옹진반도로부터 동해안에 이르는 38선 전역에 걸쳐, 사전에 어떠한 예고도 없이 남침했다. 특히, 한국은 비상경계령이 해제돼, 병력의 1/3 이상이 외출 중인 상태에서 기습공격을 받았다. 6.25참상은 일일이 열거하지 못할 정도로 민족의 비극 그 자체로 기록되고 있다. 호국영령의 명복을 빌면서, 6월 12일 개막한 월드컵을 즈음해 한국전쟁과 월드컵을 생각게 한다. 월드컵 첫 경기의 영광은 프랑스와 멕시코에게 돌아갔다. 주최국 우루과이가 첫 경기를 치르지 않은 것은 월드컵 산파역을 맡은 줄 리메(Jules Rimet)의 조국 프랑스를 배려한 조치였다. 이처럼 월드컵 첫 경기 개최 시각과 6.25전쟁 발발 시각을 대비하니, 월드컵과 한국 현대사가, 인연 아닌 인연(因緣)이 있는 것 같다. 오신통(五神通)은 아니더라도, 지구촌 한쪽에서는 세계스포츠사의 의미있는 경기의 시작을 알리고, 또 한쪽에서는 민족상잔 비극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아무리 서로 이기기 위한 인간행위라고 하지만, 인류사에 극명한 대조(對照)를 보여주는 사건이 교차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월드컵은 세계 최대 스포츠시장
축구는 단일 종목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가 높다. 6월 12일 개막되는 남아공월드컵 시청자는 연인원으로 260억 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세계 인구 68억 명의 약 4배에 해당되는 엄청난 규모이다. 여기에다, 이번에 처음으로 휴대폰을 통한 모바일(mobile) 중계가 성사될 것으로 보여, 수억 명의 새로운 시청자가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FIFA(Federation Internationale de Football Association), 즉 국제축구연맹은 방송중계비만 1억 6천만 달러를 투입했다. 전 세계 중계권료는 무려 3조 1,523억 원으로, 2006년 독일월드컵 보다 92%나 올랐다. 한국은 SBS가 단독중계하면서 755억 원에 계약했는데, 독일 대회 보다 168%나 오른 액수다. 일본이 3810억 원으로, 지난 대회 보다 105% 오른 점을 비교하면 한국중계료의 인상률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다. 이는 국가 경제력에 비례해 중계권료를 책정하기 때문에 일부 극빈국은 사실상 무료중계도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월드컵을 텔레컵이라 할 정도로 TV의 영향력이 막강하다. 올림픽이 텔레림픽(teleympic)이 된지는 오래지만, 월드컵도 TV의존률이 높아지면서 중계시장이 형성된 것이다.
월드컵은 스폰서 텔레컵(sponsor telecup)
FIFA는 예산수입의 4분의 3을 중계권료로 충당하고 있다. FIFA 예산은 마피아 예산이라고 할 정도로 비밀에 붙여지고 있다. 그런데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사상 처음으로 재무제표(財務諸表)를 공개한 적이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스폰서 기업의 협찬금이 전체 예산의 20%를 차지했다. 그러니까, FIFA의 전체 예산을 보면, TV중계권료 75%와 기업 스폰서 20%를 합친 것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중계권료는 결국 광고로 충당되기 때문에 월드컵에 대해 스폰서-텔레컵(sponsor-tele cup)이라는 별명을 붙여본다. 이처럼 월드컵이 스포츠 대표시장이 되면서, 전 세계 중계권료는 앞서 언급했듯이 3조원대로, 통합 창원시 예산에 맞먹는 규모를 차지한다. 국가의 경제력에 따라 중계권료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기업 광고로 충당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TV방송 입장에서는 올림픽 못지않게 월드컵만큼 수익을 창출하는 스포츠이벤트가 없는 것이다.
단독중계 논란과 미디어 스포츠마케팅
남아공 월드컵의 TV중계에 대해 지난 2월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이어 단독중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SBS는 동계올림픽 단독중계로, 50억 원 가까운 흑자를 기록했다. 그래서 월드컵 역시 단독 중계를 해 볼만 하다는 것이 SBS의 내부 시각이다. 특히 남아공 월드컵은 흥행성이 그 어느 때 보다 높다. 남북한이 사상 처음으로 동반 진출한데다, 한국팀 경기의 대부분이 황금시간대로 편성됐다. 광고판매율을 75%정도 감안하더라도, 대략 70억 원 정도  흑자를 예상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SBS는 향후 4개 국제경기 단독중계권을 확보했다. 즉 2012년 런던 하계올림픽, 2014년 동계올림픽과 브라질 월드컵, 그리고 2016년 하계올림픽에 대한 중계권도 독점 계약했다. 물론 KBS와 MBC는 반발하고 나섰다. K-M 두 방송사는 가뜩이나 SBS를 서울지역방송으로 보는 내부 정서를 갖고 있는데, 동계 올림픽에 이어 월드컵으로 시청률을 잃은데 대한, 불만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특히 전국 공영방송 위상을 갖는 KBS가 느끼는 자존심과 상처는 간단치 않은 것 같다.
K-M 두 방송사는 SBS에 대해 국제 스포츠 중계를 위한 공동협상체제, 즉 코리아 풀(korea pool)을 위반했다며 법적소송까지 제기했다. 하지만 SBS 입장은 그렇지 않다. 2007년 아시안컵 중계 과정에서 SBS는 중계권이 있어도, 한 차례도 중계하지 못하는 등 홀대를 받아왔다. 또 지상파 시청자가 대부분 CA-TV를 가입한 상태에서, 스마트폰과 아이폰 등 뉴 미디어가 속속 출현해, 지상파 중심의 국제경기 중계권 독점체제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미디어환경에서 국제 스포츠를 비롯한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먼저 확보하는 마케팅이 매체력이 앞서는 시대가 된 것이다.
천안함사건과 북한 무료중계 무산
한국은 일본과 함께 아시아 최초로 2002년 월드컵 경기를 치렀다. 한-일 월드컵은 2개 국가 공동개최에다 유럽과 남미를 떠난 대륙에서 개최된 첫 경기라는 기록도 가지고 있다.  당시 유치 과정을 기억하면, 한국은 뒤늦게 뛰어들어 일본의 선점효과를 극복하면서 공동개최를 이끌어냈다. 월드컵 개최는 국가의 가치를 높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월드컵 이후 국가브랜드 이미지를 10% 상승시켜, 100조 원에 달하는 경제이익을 창출했다. 공식협력사인 현대자동차는 일본 소비자에게 브랜드 인지도를 67%로, 경기 전보다 2배 이상(35%) 올렸다.
경제적 부가가치뿐 아니라, 북한에 대해서도 월드컵 무료중계를 제공해 국제 스포츠를 통해 한반도 긴장완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 SBS는 이번에 남한뿐 아니라 북한도 포함하는 한반도 중계권을 획득했다. 하지만 천안함 침몰사건 등으로 남북관계가 최악의 경색국면을 맞이하면서 무료 중계제공도 없었던 일이 됐다. 2016년까지 국제경기에 대한 한반도 중계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북한에 대한 무료중계 제공은 없을 것 같다. 이런 저런 이유와 사정으로 스포츠는 국내외 시장상황과 정치조건을 반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