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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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간 아들과 아빠의 대화

아들의 편지


존경하고 사랑하는 아빠에게


신강호 육군 일병(6군단)


아빠 생신 축하드려요!!
아빠의 생신 기념으로 어버이날 1등 선물이라는 현금을 드리고 싶지만, 아직도 용돈을 타 쓰는 가난한 군인(?)인 아들은 편지로 대신해야겠네요. 이해해 주실 거죠? 편지로 대신할 거 기왕이면 손편지로 정성들여 써서 직접 우편으로 보내고 싶었지만, 제 때 도착할지가 의심이 돼서 E-mail로 보내는 거 이해해 주세요. 예쁜 손편지는 다음에 꼭 써드릴게요.
아빠 엄마와 작별 포옹을 하고 훈련소에 입소한 날이 엊그제인거 같은데, 저도 벌써 일병 4호봉이네요. 시간이 은근 빨리 가요. ㅋㅋ 시간이 빨리 간다는 것을 이병 때는 못 느낀 거 같은데, 역시 일병인가 봐요.
이제 2주 후면 일병휴가도 가요. 벌써부터 기대되고 빨리 가고 싶어요! 휴가 갔다 오면 5월도 다 지나가 있겠죠? 그 다음 휴가 때는 상병 달고 찾아뵙겠지요…. 그때쯤이면 2016년도 반이나 지나있을 거예요. 그리고 제 군 생활도 반을 지나있을 테구요.
아빠, 엄마! 무탈히 잘 계시지요? 저는 아빠 엄마 염려 덕분에, 그리고 부대 병영 환경도 좋아져 잘 지내고 있어요. 군대 와서 몸도 더 건강해졌어요.
군대 오기 전에는 180cm의 키에 걸맞지 않게 몸무게가 60kg도 안 나갔었는데, 지금은 몸무게가 64kg이나 돼요. 군대 오기 전보다 6kg이나 찐 거예요! 신병교육대에 있을 때보다 옷이 작아진 것 같기도 하고요…. 좀 더 찌워서 제대할 때는 우리가족 최고의 덩치가 되어 나갈게요. 이 생각만 해도 신바람이 나네요. ㅋㅋ
아빠는 올해도 주말농장 하신다면서요? 주말농장이 집 근처라고 하니, 이번에 휴가 나가면 우리식구 모두 주말농장에서 삼겹살파티 한 번 해요. 이번 휴가 때는 아빠랑 술도 마시고 많이 놀아드릴게요. ㅎㅎ
이번 휴가 때는 아빠와 진솔한 대화도 많이 나눴으면 좋겠어요. 엄마랑은 이런저런 사소한 얘기까지도 많이 한 것 같은데, 아빠랑은 진솔한 대화를 많이 하지 않은 거 같아서요. 그렇다고 아빠 삐진 거 아니죠?? 아빠의 당부대로 요즘은 매주 일요일마다 법당에 나가고 있으니, 삐지지 말아주세요~~~. 그래도 삐졌으면 얘기해요! 휴가 나가서 풀어드릴게요. ㅋㅋ
아들이 군대 와서 정신 차리고 학교 졸업 후 취업을 미리 생각하고 틈틈이 공부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기대도 많이 하고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제 인생이지만 아빠께는 제가 아빠 인생의 일부라는 것도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제가 30대 40대에 어떨지는 잘 생각 안 해봤어요. 20대의 삶도 너무 멀게 느껴지고 막막했거든요. 그런데 20대에 어떤 일을 하고 살아갈지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고 나니까, 그 이후의 삶도 궁금해졌어요.
‘그때면 아빠 엄마가 몇 살이시지?’ 생각하면서 다급한 마음이 느껴지기도 하더라고요.
왜 제가 공무원이 됐으면 좋겠다고 하시는지 정말 잘 알거 같아요. 제가 공무원 말고 광고기획 일을 하고 싶다는 걸 반대하는 이유도요. 걱정 많으시겠죠. 아빠가 언제까지 일을 하실 수 있을지, 나이는 들어가고 몸도 많이 안 좋아지시는 거 느끼고 계실 것 같아요.
아빠가 사업을 하신게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젊은 나이에 시작하셔서 회사를 안정적으로 운영해가고 계시잖아요. 저는 아빠가 너무 멋있고 자랑스러워요. 거짓말 아니고 진짜로요. 아빠가 돈 같은 것 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미안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그런 것 때문에 짜증내는 제가 죄송하고 아빠가 미안한 마음을 갖게 만든 사람들의 시선이 잘못된 거라고 생각해요.
체면이나 시선에 부끄러워하지 마시고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행복하게 잘 살고 있잖아요, 우리. 꼭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아빠는 멋있고 저한텐 하나뿐인 자랑스러운 아빠예요. 제가 알잖아요. 아빠가 멋있다는 거.
저는 좋은 차 큰 집 없어도 잘 살 거예요. 그러니까 그런 건 걱정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광고기획일 하는 게 너무 힘들어도, 그 때 왜 더 말리지 않았느냐고 원망하지도 않을 거예요.
아빠는 앞으로 남은 아빠의 인생에 더 투자하셨으면 좋겠어요. 공부도 제가 알바해서 하고 대학교도 스스로 등록금 해결해서 다닐게요. 결혼도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그런 건 제가 해나갈 나이라고 생각해요. 많이 늦었지만.
얘기가 너무 길어졌네요. 더 많은 얘기는 휴가 나가서 하기로 해요. 어쨌든 앞으로는 저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시고, 화내고 술 마시지 마세요! 옛날에 저처럼 바보같이 살지 않을 테니까요.
요즘엔 그런 것도 있어요. 얼른 전역하고 착하고 예쁜 여자친구 만들어서 아빠 엄마한테도 소개해드리고 딸 없는 우리 부모님한테 딸 선물해드리고 싶어서요. ㅋㅋㅋㅋ 약간 무서운 시아버지 시어머니 될까봐 걱정되긴 한데….
그럴까봐 미리 말씀드리는 거니까 알아두셨으면 좋겠어요. ㅋㅋㅋ 이런 거 말하면 집 이사 갈 생각하실까봐 걱정되긴 하는데, 막 크고 좋은 집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지금 사는 집도 저희들은 잘 지냈고 더 작았어도 잘 살았을걸요? 신경 안 써요, 이제 그런 거.
아빠도 정말로 신경 쓰지 마세요. 술 마시고 취하셔서 오시면 작은 집에 살게 해서, 풍족하게 용돈을 못 줘서 미안하다고 하시는데, 그게 아빠의 속마음인 거겠죠? 저도 남자라서 그런지 이런 말들은 잘 못하겠더라고요. 자존심 없는 저라고 해도 자존심이 있긴 있나 봐요. 그런 식으로라도 아빠의 속마음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그러니까 이제 그런 걸로 미안해하지 말아요, 아빠!
아빠 생신축하 편지를 쓴다고 해놓고 아빠한테 하고 싶은 말만 적었어요. 그런데 저 글 잘 쓰는 게 맞긴 한가요? 저 글 쓰는 것도 꿈이 생겼거든요. 저의 구체적인 꿈을 얘기하자면, 광고 관련 일 배워서 광고회사에서 멋있는 광고카피 많이 만들고, 책도 쓰고, 강연도 다니고 하는 거예요. 세계적인 공모전도 나가서 수상하고 싶고요. 나름 꿈이 매우 당차답니다! 그러니까 공무원 안 한다고 너무 실망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잘난 아들이 아니라서 아빠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것도 이해가지만, 정말로 하고 싶은 게 생겨서 포기하고 싶지가 않아요. 야근 매일하고 광고주들 슈퍼갑질에 머리도 엄청 빠지겠지만, 그런 거 다 잊을 수 있을 만큼 광고를 더 좋아하려구요.
아빠도 이런 저를 좋아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동생 창호랑 엄마도요. 무엇보다 아빠를 더 좋아해주세요! 저는 아빠가 좋아요. 사랑해요♥♥ 건강도 많이 챙기시고 오래오래 만수무강 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아빠 엄마, 항상 건강하셨으면 좋겠어요. 얼른 나가서 인사드릴게요! 휴가 나갈 때까지 잘 지내고 계세요. ♥


 


아빠의 답장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나의 큰아들 강호에게


지난 주 토요일은 매년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종로 일대에서 펼쳐지는 연등회에 갔었다. 여러 행사를 마치고 피날레로 하늘에서 꽃비가 내리는 장면을 연출하더구나. 그 꽃비를 보면서, ‘아름답다, 환희롭다, 장엄스럽다’를 연발했단다.
그리고 이틀이 지난 월요일, 아빠는 하루 종일 마음속에서 꽃비를 맞았단다. 눈으로 본 꽃비도 아름답고 환희롭고 장엄스러웠는데, 마음속으로 맞은 꽃비는 어떠했을까?
그 꽃비는 바로 강호 네가 보내온 아빠의 생일축하 편지였다. 그 꽃비를 아빠는 오늘도 맞고 있다.
군대 가있는 아들과 아빠가 편지로 대화하는 일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 새삼 느끼고 있단다. 전화를 통한 대화는 통화하는 순간만 대화를 하고 서로간의 정도 느낄 수 있지만, 이렇게 편지로 대화를 하게 되면 5분이면 읽을 내용도 최소한 몇 시간은 대화를 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한다. 5분짜리 편지 한 통을 쓰려고 해도 최소한 두세 시간은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면서 네 생각을 해야 하기 때문이란다. 게다가 이 편지는 너의 편지를 받고서 5일이나 지나서 쓰고 있으니, 지난 5일 동안 아빠는 강호를 생각하며 너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나의 큰아들 강호야!
무탈하게 잘 지내고 있다니 기쁘다. 부대 병영 환경이 날로 좋아지고 있다니 기쁘고, 무엇보다 몸이 더 건강해졌다니 기쁘다. 2주 후면 휴가를 나온다니 가슴 설레고, 휴가 나와서 아빠가 하고 있는 주말농장에서 우리식구 모두 삼겹살파티 하자고 하니 네가 휴가 나올 날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휴가 나와서는 아빠랑 술도 마시고 진솔한 대화도 나누며 많이 놀아준다니, 또한 기쁘다. 사실 지난번 4박5일 포상휴가 나와서는 아빠와 저녁 한 끼 같이 먹는 게 고작이었지. 그래서 살짝 서운했단다.
아직도 너를 어린아이로만 여겨왔었는데, 네가 어느새 현재의 삶을, 그리고 미래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청사진까지 그리고 있다니 대견스럽다. 아빠는 너의 그런 진지한 삶을 무한 지지한단다.
너의 진로를 그렇게 진지하게 고민하고 내린 결론이라니, 아빠는 이제부터는 너의 그 꿈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하는데 매진해야겠다.
네가 훈련소에 있을 때 아빠가 네게 쓴 편지에서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를 강조한 일이 있지? 이처럼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단다.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는 것은 바로 내가 모든 일의 주인이고 주역이라는 주인의식을 갖는 일이란다.
조선시대 때 진묵대사라는 고승이 있었다. 진묵대사에게는 누님이 한 분 있었는데, 그 누님은 자신의 동생인 진묵대사가 도력이 높기 때문에 자신은 수행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자랑을 하고 다녔데.
이 소식을 전해들은 진묵대사가 어느 날 그 누님을 초청해서 함께 점심식사를 하자고 했단다. 그리고는 1인분의 식사만 가져오게 한 뒤 혼자만 점심을 맛있게 먹은 거야.
이를 지켜보고 있던 누님이 점심식사 초청까지 해놓고 왜 자기에게는 식사를 주지 않느냐고 따졌겠지? 그러자 진묵대사가 대답했지.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스스로 먹어야 맛을 느끼고 배도 부를 수 있듯이 수행도 스스로 해야만 자기 것이 된다고….
진묵대사의 일화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세상의 그 어떤 일도 자기가 스스로 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단다. 스스로 공부하고 스스로 정진해야만 한단다. 그리고 그러한 마음가짐과 자세로 자신이 처한 현재의 위치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찾아 실천해야 한단다. 그럴 때 자신의 성장은 물론 우리 사회의 발전도 가져올 수 있는 것이란다.
현재의 삶을 바탕으로 자신의 발전과 우리 가족 모두의 발전, 나아가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해 자신이 할 일을 스스로 찾아하고 스스로 최선을 다하는 강호와 아빠가 되도록 함께 노력하자.
마지막으로 『숫타니파타』라고 하는 초기불경의 경구 한 구절을 적어 보낸다.
눈에 보이는 것이나 보이지 않는 것이나
멀리 살고 있는 것이나 가까이 살고 있는 것이나
이미 태어난 것이나 앞으로 태어날 것이나
살아있는 모든 것은 다 행복하라.
지금 내가 처한 현실이 어떠한 상황이건 그것은 결국 내가 스스로 만든 것임을 자각하고, 비록 고통과 절망감이 오더라도 당당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가르침이 아닌가 한다.
휴가 나올 때까지 무탈하게 병영생활 하기를 바라며, 휴가 나와서는 너의 말대로 좀 더 진지한 대화도 나누고 행복한 추억도 많이 만들어보자. 사랑하는 아들! 항상 즐겁고 행복하게 지내길 바란다.
 
중도 구룡사 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