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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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더워도 땀이 흘러요

 



문상돈
한의학 박사 | 전 원광대학교 한의대 외래교수 | 햇살고운 한의원 대표원장
​
땀은 인간에게 고민거리가 아니라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존재다.
체내 독소를 체외로 밀어내어 해독을 하고
열을 배출하여 체온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동물의 털이나 새의 깃털은 들어온 열을 붙잡아서
다시 주변 환경으로 내보내는 복사 형태로 배출하여 체온을 관리한다.
동물에 비해 털이 없는 인간은 땀 배출이 체온을 조절하는 냉각 체계다.


날씨가 덥거나 많이 움직여서 체온이 오르면
땀이라는 냉각체계가 작동되어 적정체온을 유지하게 된다.
그런데 유난히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들이 있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비 오듯 하고
음식을 먹을 때 잠을 잘 때도 심하게 땀을 흘리는 사람이 있다.
몸이 허해서 그렇다고 하는 분도 있고
원래 속에 열이 많아서 땀이 많다는 분도 있다.


땀은,
정상적으로 흘리기도 하지만 비정상적으로 흘리기도 한다.
한의학에서는 비정상적으로 흘리는 땀을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하고 그 원인과 치료방법을 제시한다.


저절로 나는 땀을 “자한自汗”
잠잘 때 흘리는 땀을 “도한盜汗”
음식을 먹을 때 나는 땀을 “식한食汗”
손발에 나는 땀을 “수족한手足汗”
등으로 분류한다.


이 중에
땀을 유난히 많이 흘리는 분들의 상당수가 자한과 도한이다.
이런 분들은 더운 여름철에는 당연히 땀이 더 나고
심지어 기온이 떨어지는 겨울철에도 땀을 흘린다.


며칠 전,
몹시 몸이 마르고 지쳐 보이는 50대 남자분이 내원하였다.
근래 유난히 땀을 많이 흘리는데
날씨가 더워지면서 조금만 움직여도 땀을 비 오듯 흘리며
기력이 떨어지고 밥맛도 없다고 했다.


이런 경우는 자한에 해당한다.
원기가 약해지면 땀구멍이 느슨해져서 땀이 저절로 흘러나오는 증상이다.
이런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되는 대표적인 약재가 “황기”다.
이 약재는 기력을 회복시켜 느슨해진 땀샘을 오므려주는 효능이 있다.
여름철 보양식으로 자주 먹는 삼계탕에 넣은 황기에는
기력을 보충하여 지나치게 땀이 흐르는 것을
예방 관리하기 위한 조상들의 지혜가 숨어있다.


도한은 자한과는 원인이 달라서 치료법 또한 차이가 있다.
도한은 일상생활에서는 땀이 많이 나지 않지만
잠잘 때 땀이 많이 나는 증상이다.
밤에 활동하는 도둑과 같다고 해서
도둑 도盜를 써서 도한이라고 한다.


도한의 원인은 음혈부족이다.
음혈은 우리 몸 속에 있는 혈액을 포함한 체액을 의미한다.
연료가 부족한 상태에서 엔진이 과열되면 열이 발생하듯
같은 이치로 우리 몸에 음혈이 부족하면 쉽게 열이 생기고
정상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땀을 배출하는 것이 바로 도한이다.


자한이 움직이면 증상이 더 심해지는 반면
도한은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누워 자는데도 땀을 비오듯 흘린다.
특히 잘 때 유난히 땀을 많이 흘리는 것이 도한의 특징이다.
갱년기 여성이나 노인 또는 어린아이가 잠잘 때
땀을 많이 흘리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런 경우는 대부분 도한의 범위에 속한다.


도한의 치료는 열을 내려주고 음혈을 보하는 게 핵심이다.
이럴 때 황기를 복용하면 열을 가두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도한이 더 악화되는 추가적인 원인을 제공할 수 있다.
도한은 체액을 보충하고 내열을 내려줘야 하며
산수유 대나무잎 갈대뿌리 등으로 차를 내어 마시면 좋다.
한약처방으로는 육미지황탕 당귀육황탕 등이 있으며
비교적 효과가 빠르고 오래 간다.


무엇이든 내 몸에 내 체질에 맞아야 효과가 있는 법이며
다른 사람이 먹어 좋다고 내게 좋으란 법은 없다.
잘못하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는 소지도 있으므로 알고 먹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