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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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혈관 벽의 미세모세혈관 이야기

박상준
고전연구실 뿌리와 꽃 원장


所謂修身 소위수신
在正其心者 재정기심자
心有所忿. 심유소분치
則不得其正 즉부득기정
有所恐懼 유소공구
則不得其正 즉부득기정
有所好樂 유소호요
則不得其正 즉부득기정
有所憂患 유소우환


이른바 몸을 닦음이
마음을 바르게 함에 있다는 것은
마음에 분함이 있으면
바름을 얻을 수 없으며
마음에 두려움이 있으면
바름을 얻을 수 없으며
마음에 좋아하는 것이 있으면
바름을 얻을 수 없으며
마음에 걱정근심이 있으면
바름을 얻지 못한다는 것이다.


대학에 나오는 구절이다. 온갖 스트레스와 스트레스가 낳은 아들스트레스와 아들의 여자 친구의 스트레스까지 받고 있는 현대인들의 이야기이다. 아들스트레스가 또 생산해내는 손자, 증손자스트레스까지 헤아리다보면 스트레스의 숫자만 세다가 또 스트레스를 받을 판이다.
주자는 위 구절을 다음과 같이 좀 자세하게 부연설명을 하고 있다.


蓋是四者 개시사자
皆心之用 개심지용
而人所不能無者 이인소불능무자
然一有之 연일유지
而不能察 이불능찰
則欲動情勝 즉욕동정승
而其用之所行 이기용지소행
或不能失其正矣 혹불능실기정의


대체로 이 네 가지는
모두가 마음의 작용인데
사람이 없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것이 있는데도
한번 살펴내지 못하면
욕심이 꿈틀거리고
감정이 치우치게 되어
그 작용이 흘러감에
혹 그 바름을 잃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모든 혈관의 벽에도 모세혈관이 있다. 저 손끝 발끝까지 뻗어있는 모세혈관의 벽 속에는 모세혈관이 있다. 모세혈관의 벽을 꺼내든 것은 대학의 구절에 등장하고 있는 분함과 두려움과 지나치게 좋아함과 걱정근심이 혈액을 따라 이 모세혈관의 벽 속에 분포되어 있는 미세모세혈관 속으로 흘러들면서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미세모세혈관 속에 흘러드는 감정은 온갖 통증과 바로 연결되어 있다. 스트레스가 혈액으로 흘러들어가 통증을 일으키고 답답함과 쑤심과 저림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동시에 이 쑤심과 저림과 답답함과 통증이 스트레스를 확대 재생산하기도 한다. 누군가 신심을 일으켜 이 모세혈관벽의 미세모세혈관과 미세모세혈관의 벽에 초극미세하게 분포되어 있는 울트라미세모세혈관의 혈액상태를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를 개발해낼 수 있다면, 그리고 촬영을 해서 울트라미세모세혈관의 혈액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면 스트레스를 줄이는데 도움이 전혀 안 된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간밤에 세 살 때 펄펄 끓는 가마솥 모서리에 부딪히는 바람에 수십 년을 고생했던 오른쪽 어깨의 날개뼈 속 골수 속에 분포되어 있는 모세혈관의 벽에 있는 미세모세혈관이 필자에게 말을 걸어왔다. “어린 시절 어깨가 가마솥에 부딛칠 때 이렇게 깊은 곳까지 충격파가 전달된 것을 알고 계십니까?”
갑자기 “정말 미안합니다.” 하고 필자가 말했다. 돌이켜 생각해보건대 아이고 어깨야 하면서 답답해했지 날개 뼈 속의 골수 속에 들어있는 모세혈관의 벽에 분포되어 있는 미세모세혈관속의 혈액들이 아야 아야 아파하고 답답해했었다는 것은 정말이지 꿈속의 꿈에서도 생각지 못했던 것이 어떻게 부정하려고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사실이 아닌가. 그렇게 한 생각을 일으키자 날개 뼈가 천천히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미세모세혈관이 말을 이어나갔다. “저만 답답하고 아팠던 게 아닙니다.” “아니 무슨 말씀이십니까. 혹시 사돈의 팔촌 미세모세혈관이라도 있습니까?” 미세모세혈관이 미소를 지으려다가 정색을 하면서 말을 이었다. “제가 미세모세혈관인데 미세모세혈관인 저의 혈관 벽 속에 또 울트라미세모세혈관이 있습니다. 저 어느 외국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가 무서운 것은 그놈의 먼지가 울트라미세모세혈관의 혈액 속까지 침투해 들어가서 온갖 게릴라 활동을 하기 때문이지요.”
잠시 호흡을 고르는 동안 마음속에서 참말로 미안하다는 생각이 절로 일어난다. 한편 어디로 도망가 버리지 않은 미세모세혈관시스템과 울트라미세모세혈관을 포함한 모든 혈관시스템에 대한 감사의 마음도 저절로 일었다.
미세모세혈관이 다시 입을 열었다. “생각해보시면 상식입니다만, 미세모세혈관 속에 있는 혈액 방울방울의 분자끼리의 틈새에 미세한 공간이 있지 않습니까. 혈액방울 분자틈새의 미세한 공간에 지극히 미세한 변형이 조금만 일어나면 저 위에 있는 뇌세포 시스템의 세포와 세포의 사이에 있는 지극히 미세한 틈새공간에도 변형이 일어납니다. 아무리 좋은 생각을 하고 좋은 마음을 내려 해도 입술끝과 손끝 발끝에 그 생각이 가 닿았을 때는 온갖 변형과 변형이 겹쳐져서 <고맙습니다> 하려고 했던 말이 <고맙긴한데> 하고 토를 다는 말이 되어버립니다.”
손끝이 하는 동작과 발끝의 동작과 귓볼끝이 일으키는 동작들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뇌혈관의 혈액이 멍해진다기보다 차분하게 흘러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잠에서 깨어나 펼친 대학의 구절이 <마음에 분함이 있으면 바름을 얻지 못하며>이다. 미세모세혈관의 말이 글자 속에서 희미하게 미소를 띠우고 있다. 다음 구절은 이렇게 이어진다.


心不在焉 심부재언
視而不見 시이불견
聽而不聞 청이불문
食而不知其味 식이부지기미


마음이 있지 않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으며
들어도 들리지 않으며


먹어도 그 맛을 알지 못한다.
이제 어젯밤 꿈결의 끝자락에 미세모세혈관이 중얼거리는 바람에 잘 들리지 않았던 말들이 선명하게 들려온다.
“울트라미세모세혈관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두 배 세 배 미세해지면서 항하사수배로 미세해지는 무한소미세모세혈관이 있지 않습니까. 그 혈관을 생각하면서 스트레스가 많이 줄어들 수 있습니까.”
은행나무 이파리의 미세모세혈관이 보이는 듯하고 자동차 타이어자국 속에도 미세모세혈관이 미소띈 손짓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