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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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으로 쓴 자연나라의 시

박경희
도서출판 중도 편집실장



일산 여래사 불자이자 중견시인 고상원의 제9·9쌍둥이 시집 『ㄹ의 기도』가 출간됐다. 시인은 맑은 시어로 자연을 노래하여 시의 아름다움을 더욱 빛내고 있다. 이번 시집에서는 특히 불교의 신심을 바탕으로 자연에 대한 사랑을 노래한 낭만시는 물론 민족시, 선시, 뜻시, 시조는 물론 훈민정음시까지 썼다.
‘자연을 노래하는 자연나라 시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고상원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도 ‘꽃과 나무, 산, 새, 계절’ 등을 시의 소재로 연결하여 자연에 대한 사랑과 불자로서의 행복한 삶을 담아내고 있다.
시인은 이 책 서문격인 ‘시집에 붙여’에서 “시는 마음의 거울이다 / 시는 양심의 거울이다 / 때로는 산의 양심을 / 때로는 꽃의 양심을 / 자연에 비치는 시를 쓰며 / 비비 꼬는 시가 싫어 / 굽고 굽다 / 깨버리고 / 웃는다 / 못난 시인지 / 잘난 시인지도 모르고 / 굽고 또 굽는다 / 너무 예쁜 시도 싫어 / 너무 간지러운 시도 싫어 / 청자빛 감도는 일려시逸麗詩가 좋아 / 굽고 또 굽는다 / 이번 시집 얼굴을 들여다보면 / 자연을 노래하는 일려시와 / 한민족을 그리워하고 통일을 염원하는 민족시 / 인생의 속살을 잠시 들여다보는 뜻시와 마음을 닦는 / 선시로 구성 되었다 / 가끔 시조도 곁들였다”라고 노래하고 있다.
특히 시인은 2007년 첫 시집 『산을 갖는다』를 시작으로 지난해 펴낸 『찌빠구리는 초승달 눈을 뜨고』까지 다섯 권의 시집을 냈지만, 이번 시집 『ㄹ의 기도』가 가장 애착이 간다고 밝히고 있다.
시인은 이 시집이 나오자 자신의 블로그에 시집 『ㄹ의 기도』에 대한 자평을 이렇게 하고 있다.
“장맛비 속에도 살아난 / 사랑과 순결 / 아침에 보니 / 백합꽃이 대견하다.
또한 사랑과 순결 속에 태어난 / ㄹ의 기도 제9시집 / 삶의 태도를 비유한 것이다.
곧고 옳게 살아가라는 / 훈민정음 자음을 일려시로 승화한 것.
ㄹ의 기도 시집을 펼쳐보며 / 예쁘다.
과감하게 / 건방지게 / 훈민정음 자음인 / ㄹ의 기도를 제목으로 / 처음 세상에 선보였다.
아름다운 선율에 종소리인 듯하고 / 천둥번개 치는 계곡 물소리인 듯하고 / 전원교향곡이 들리는 듯하고 / 고호 그림처럼 영혼의 시인 듯하고 / 피카소 그림처럼 입체시인 듯하다.
2016년 7월 7일 태어난 / 부끄러운 시집이다.
참 예쁘다.
내 시집이지만 요놈이 / 제일 예쁘다.
고난의 길을 거쳐 태어났기 때문이다.
내가 쓴 시인가 / 놀랄 때도 있다.
영혼으로 쓴 것이라 그런가.
부끄럽지만 / 박수쳐주면 고맙겠다.
한손에 커피 대신 / ㄹ의 기도 들고 / 마음을 닦으면 고맙겠다.
민족시.선시.뜻시.시조.일려시.낭만시 등 / 다양하게 썼다.
훈민정음시까지 써봤다.
우리나라 시도 우리말의 우수성만 / 칭찬하며 자만하지 말고 / 당당히 세계화 시장에서 / 우뚝 서기 바란다.”
녹색시인 김재황 선생은 고상원 시인을 “이 세상의 모든 사물은 실체가 없는 현상에 불과하지만, 그 현상의 하나하나가 그대로 실체라는 생각에서 그는 지옥조차 다시 인식하게 되었음을 시로 표현하고 있다. 그 울림은 세상을 흔들어 깨울만하다.”라고 평하고 있다.
이 시집에는 제 8시집 「밤꽃과 벼가 열애하다」 외 98편의 시와 제 9시집 「호수에 벚의 마음 피우다」 외 77편의 시가 실려 있다.


제 8시집 밤꽃과 벼가 열애하다
1부 살구가 익어갈 때
고등어 / 구살잣나무 오엽솔잎이 바라춤이다 / 밤꽃과 벼가 열애하다 / 사막의 민주화 폭풍 / 산을 갖는다.69 / 살구 / 살구가 익어갈 때 / 용문 상원사 / 역주행 / 장맛비 / 푸른 들 물결을 바라보며 / 가끔 벼랑에 서서 벼랑이 되어 / 개성 송악산에 자전거 타고 가다 / 함박꽃 / 구절초꽃 / 금강산 화엄사에서 / 낙산사 홍련암에서 / 단풍 / 도라지꽃 / 동해를 동해라 부르라
2부 벼랑의 소나무는 신선이다
물러가는 비구름아 / 벼랑의 소나무는 신선이다 / 비는 잠시 추억이다 / 산을 갖는다.70 / 산 나무는 썩지 않다 / 상사화는 불끈 솟아올랐다 / 아파트 할배 농부 / 연꽃 미소 / 자유로 / 처음 동백꽃 / 태풍 / 침, 묵, / 허전하다 / 가을 잠자리 / 꾀꼬리는 분명 신선이다 / 눈물 / 들국화 / 들을 스치며 / 등 굽은 적송 / 말매미는 떠나라
3부 벼 익는 소리 들으며
물 울음은 자유의 종소리다 / 봄은 오는 겨 / 부끄러운 나날들 / 산을 갖는다.71 /산을 갖는다.72 / 술 / 일출 / 추석 / 파도 소리 들으며 / 한려수도 무인도 / ㄹ의 기도 / 가을에 / 가을 잔치 / 내 지갑은 / 녹번동 골목 / 바람 / 백담사 물 단풍 / 봄 여름 가을 겨울 / 벼 익는 소리 들으며
4부 하늘에 피는 꽃 목련아
비경 / 산을 갖는다.73 / 연신네 골목 / 우이령 길에서 / 하늘에 피는 꽃 목련아 / 황금들 걸으며 / 동해안 국도를 걸으며 / 노란 손수건 흔들다 / 동해안 별곡 / 물 단풍 / 백담사 뜰에서 / 백담사 / 산을 갖는다.74 / 설악단풍 만세 / 백담사 멧돼지 / 쑥부쟁이꽃 / 개미는 독불장군이다 / 제비는 울먹이며 돌아갔다 / 고목, 믿을 놈은 너뿐이 없다 / 별 /
5부 친구야, 능선에서 만나자
올해는 오늘은 / 설산 앞에서 / 일주일 수칙 / 친구야, 능선에서 만나자 / 첫 함박눈 기다리며 / 가지마라 / 겨울 오색딱따구리 / 갯벌 치마폭 속으로 / 고맙다 / 눈꽃 마지막 피는 날에 / 뜰마다 피어난 가을얼굴아 / 백운대 / 백운 할배야 춤추자 / 산을 갖는다.76 / 삼각산은 큰 별이다 / 아, 미치겄다 / 지관 큰스님 사리 앞에서 / 홍련 / 황금들 걷자


제 9시집 호수에 벚의 마음 피우다
1부 너를 사랑하고 나서
겨울은 공空을 품은 반달곰이다 / 등나무 / 기러기는 시베리아 아무르강으로 가다 / 바로 그 봄 소리 / 반달곰 / 벚꽃놀이 / 보세난이 마음을 열 때 / 봄 / 봄날 남풍은 제비 등 타고 / 봄은 꼭 온다 / 여기는 곰배령이라네 / 아, 풍년화 터지는 날 / 호수의 고백 / 내 고향 / 너를 사랑하고 나서 / 벚꽃 터지는 울음 들으며 / 별이라 해도 좋다 / 봄이 오면 / 산을 갖는다.75 / 얼레지꽃
2부 호수에 벚의 마음 피우다
진달래꽃 터지는 천둥번개다 / 첫사랑 / 청보리 밟으며 / 청매화 피는 소리 들으며 / 할미꽃 / 호수에 벚의 마음 피우다 / 고맙게 살자 / 내 고향 / 맹꽁이가 대신 울다 / 배꽃 / 봄 / 산을 갖는다.77 / 야생화 / 영산홍 / 장미 / 풀꽃 / 칠면초 / 갈대의 심장이 뛰다 / 감꽃
3부 부드러울수록 강하다
백합이 마음 열다 / 보름달 / 봄은 강과 약의 싸움이다 / 서산 마애삼존불 앞에서 / 여름 / 씀바귀꽃 / 첫눈에 반하다 / 초롱꽃 / 계곡물에 빠지다 / 단비 / 떠날 때 되면 떠나다 / 부드러울수록 강하다 / 빠지다 / 산을 갖는다.78 / 연꽃 / 유리딱새 손잡고 / 참선 / 하란夏蘭 꽃과 함께 / 흰 백합 앞에서 / 귀뚜라미별곡
4부 가을비는 시인이다
깊은 계곡 물보라 손잡다 / 더위가 목에 걸릴 때 / 더덕꽃 / 목탁소리 / 삶 / 자유와 구속 / 장맛비 / 적당하게 / 시련 / 하란夏蘭은 학의 날개 달고 / 한 발짝 씩 걷는 것이 좋다 / 한강 / 흐르다 / 가을, 빛깔 속으로 / 가을남자, 란 / 가을비는 시인이다 / 결실 / 꿈
한편 고상원 시인은 1990년 한결 동인지 『바람의 뒷모습』과 2003년 시수레 동인지 『어둠이 씨를 뱉는다』로 등단했으며. 2007년 첫 번째 시집 『산을 갖는다』, 2008년 두 번째 시집 『창窓』과 세 번째 시집 『자연나라』, 2011년 네 번째·다섯 번째 쌍둥이시집 『가을 울음』, 2015년 여섯 번째·일곱 번째 쌍둥이시집 『찌빠구리는 초승달 눈을 뜨고』를 냈다.


시인은 또한 야생화를 가꾸고 야생화 트래킹을 즐긴다. 산에 도라지, 들국화, 벌개미취, 금강초롱꽃 등을 심고 씨를 뿌린다. 자연을 가꾸기 위해 자연나라를 세웠고 친숙한 시어 속에서는 꽃바람 소리가 들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