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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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붓다와 초기불교에서 배우는 지혜로운 삶

 


사기순
민족사 주간


초기불교에 관심을 가진 독자들을 위한 책이 출간되었다. 『초기불교-붓다의 근본 가르침과 네 가지 쟁점』, 이 책은 초기불교를 만들어 낸 사회·문화적 바탕과 역사적 배경을 논리적·합리적으로 설명하고, 그 교리에 관련된 몇 가지 쟁점을 명료화함으로써 초기불교에 관한 새로운 논의 마당을 만들려는 의도에서 집필·출간되었다.


저자는 초기불교와 관련된 많은 물음을 제기하고, 그에 대한 나름의 해명을 시도하는데, 이는 많은 논란거리를 포함하고 있다. 또 인간 붓다의 가르침을 실천해 가면서 전에 없이 평화를 느끼게 된 저자의 체험담이 소개되기도 한다. 이런 개인적 체험담은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부록에는 저자가 인도에서 찍은 사진 46점의 컬러 사진도 수록되었다. 초기불교의 사실성을 뒷받침해 주는 사진들만을 가려 뽑은 것이다. 본문 내용과 연계되어 있으므로, 그때그때 사진과 해설을 참고하면 본문의 내용을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은 초기불교와 관련하여 학계에서 아직까지 합의되지 않은 핵심 쟁점들 네 가지를 정리한 뒤 그에 관한 저자의 견해를 제시하는 데 내용 절반을 할애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핵심 쟁점 네 가지는 다음과 같다.


쟁점 ①: 깨달음의 조건은 무엇인가?
이 책에서는 붓다 깨달음이 첫째, 지식과 소양, 둘째, 멈추기의 도전이라는 두 가지 기본적 조건 위에서, 선정을 통하여 이루어진 것임을 밝혀서 깨달음을 합리적으로 설명한다.
붓다 깨달음은 ‘완전한 깨달음’이었다. 완전하다는 의미는 자신의 고통 문제를 해결하는 깨달음이었던 것과 동시에, 중생의 고통 문제 해결 방법을 발견한 것이라는 두 가지를 모두 포함한다는 의미이다. 이는 깨달음의 조건뿐만 아니라 깨달음 이후의 수행에 관한 의미 해석과도 관련된다.
저자가 이 문제를 초기불교 쟁점 중 첫째 항목으로 제시하는 이유는, 한국불교에 ‘깨달음지상주의’라는 현상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저자는 ‘깨달음지상주의로부터의 출가’ 또한 붓다 깨달음에 포함되어 있음을 명확히 한다.
저자는 붓다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 그리고 깨달음에는 선정 이전에 필요조건이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하기 위하여, 이 문제를 초기불교의 첫 번째 쟁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쟁점 ②: ‘육년고행설’이라는 오해는 어떻게 고착화되었는가?
저자가 보기에, 오늘날 동아시아불교 교리 중에서 가장 사실과 멀어져 있는 것이 바로 육년고행설이다. 그것은 붓다가 출가 후 6년간 고행했고 그것이 깨달음으로 이끌어 주지 못했기 때문에, 고행을 포기함으로써 깨달음을 성취했다는 설명이다. 이 설에 의하면, 고행이란 향락(애욕)과 함께 양극단의 하나이며, 오로지 버려야 할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저자는 이것이 초기불교에 관한 매우 그릇된 이해임을 강조한다. 붓다의 깨달음은 고행을 포함한 6년간 수행으로 얻어진 것이며, 그 바탕에 철학적 소양과 지식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년고행설이 마치 붓다법인 양 오전誤傳된 것은 초기경전이 고행주의를 부정하는 부파불교를 통하여 전해졌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저자의 판단이다.
게다가 고행이 무엇을 뜻하는가에 대하여 경전 분석을 통해서 철저하게 규명하려 하지 않고, 한 번 정형화된 설이라면 그것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퍼뜨리는 연구풍토 역시 육년고행설을 오랫동안 고착화시켰다고 본다.
저자는 이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하여 이 책에서 붓다가 고행을 어떻게 설했는가를 밝히고, 초기불교 경전에 나타난 고행 개념을 자이나교 및 바라문교와 비교 관점에서 고찰한다. 또한 난행難行, 범행梵行, 두타행頭陀行, 사의四依 등 고행과 관련된 개념들을 비교 검토한다. 나아가, 붓다가 고행을 가치 있는 것으로 여겼음에도 불구하고 깨달음 직전에 극단적 고행을 그만두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를 설명한다.


쟁점 ③: 붓다는 윤회를 어떻게 보았는가?
붓다는 윤회에 관련된 질문에 무기(無記: 질문에 침묵하는 것)로 일관했다.
그러므로 붓다 윤회관을 탐구하는 것은 그 침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추론해 내는 작업이다. 저자는 붓다가 윤회가 없다는 말을 입에 올릴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침묵했다고 본다. 불필요한 논쟁을 피하려고 했을 수도 있으나, 붓다는 윤회를 믿는 사람에게도 불법을 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저자는 출가자든 재가자든 윤회를 믿는 것은 개인적 자유이지만, 붓다가 윤회를 설했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된 주장임을 분명히 한다.
저자는 초기불교가 아트만을 인정했느냐 아니냐에 관해서는, 무아설과 비아非我설을 초기경전에 기초하여 가능한 한 자세히 검토한다.


쟁점 ④: 붓다 업론과 바라문 업론은 어떻게 다른가?
이 책에서 업론을 초기불교의 쟁점으로 제시하는 이유는, 붓다 업론이 인(因: 직접 원인)과 과(果: 결과) 사이에 연緣이라는 간접원인을 설정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연은 사회적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교리적 근거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분명히 해두기 위해서이다. 붓다 업론은 ‘인-연-과’ 체계로 되어 있다. 붓다는 인-과를 직접적으로 연결하거나 그 관계를 규명하려 하지 말라고 설했다.
저자는 붓다 업론은 ‘인-과’가 아닌 ‘이숙인-이숙과’의 관계임을 분명히 하고, 그것은 ‘현재’ 중심의 업론이며 한마디로 자기 책임론임을 강조한다. 붓다 업론이 바라문교 업론과 다른 점, 붓다 업론이 가진 희망적 성격에 대해 이야기한다.


초기불교의 다섯 가지 특징
초기불교는 붓다 재세기在世期를 포함하여, 붓다 입멸 후 약 100~200년까지 존재했던 모습의 불교를 가리킨다. 인도불교는 초기불교, 부파불교, 대승불교 순으로 발전했다. 부파불교는 불법 해석을 둘러싸고 승가가 분열하면서 생겨난 불교이므로 초기불교와는 그 성격을 달리하며, 대승불교는 그 후 다시 200년 이상 흐른 뒤에 생겨난 불교이다.
이 책에서는 초기불교의 특징을 다섯 가지로 정리한다.


첫째는, 평등주의이다. 붓다는 행복이란 절대자가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노력해야만 얻을 수 있다고 보았다. 계급과 성별에 상관없이 누구라도 자신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믿고 해탈을 향하여 정진하도록 하는 것이 중생에 대한 인간 붓다의 관심사였다. 이런 점에서 초기불교는 인간 평등주의를 실천한다.
둘째는, 초기불교의 교리가 합리적이고 객관적이라는 점이다. 저자는 붓다 설법이 주로 고통을 가진 사람을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것이었지만, 눈앞의 고통 해소를 위하여 초자연적인 것이나 주술, 기도(무엇인가를 실현하기 위한 기도를 말함), 마력 등을 동원하지는 않았다는 점에 주목한다.
셋째는, 초기불교가 현실주의 내지 현장주의라는 점이다. 붓다의 관심은 지금 여기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의 현실 문제였다. 그래서 문제를 가진 이의 상태나 신분계급, 종교적 배경에 따라 그에 대한 대처 방법이 달랐다. 설법도 대중의 언어로 이루어졌다. 붓다가 설한 열반도 사후세계가 아니라 이 생에서의 행복이었다.
넷째는, 초기불교의 도덕적 행위의 실천, 즉 윤리성이다. 붓다는 ‘바라문이란 출생에 의하여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행위에 의해 정해진다’라는 말은 거듭 되풀이하였다. 인간은 신분이나 성별 등에 관계없이 열반에 도달할 수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두 가지 생활태도가 있었다. 하나는 자신의 노력으로 열반에 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지도 믿지도 않고, 보다 나은 삶을 추구하지 않는 태도였다. 두 번째는, 허황된 믿음이나 미신에 사로잡힌 나머지 해탈을 추구하면서도 정작 해탈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수행을 거듭하는 태도였다.
다섯 번째는, 초기불교가 지닌 전통과 개혁의 조화이다. 초기불교는 반드시 필요한 개혁에 힘을 집중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전통을 존중하는 태도를 견지했다. 저자는 붓다가 인간 고통의 원천인 카스트에 대해서는 언제 어디서나 분명한 반대 입장을 표했지만, 인도 사회에서 카스트에 큰 변화를 가져오기 어려운 현실 역시 있는 그대로 보고 있었다고 말한다. 현실이 그렇다는 것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 그것이 이 책에서 제안하는 용어, 제념諦念의 태도이다.
저자는 포기와 좌절의 의미를 내포한 ‘체념’이란 말 대신 ‘제념’이라고 쓰길 제안한다. 그리고 한정된 시간 내에는 바꿀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것, 다른 일들은 자신의 바람과는 다른 원리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깨닫는 마음이 곧 제諦의 마음이라고 설명한다. 사성제四聖諦란 바로 이러한 경지에 도달하기 위한 진리일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