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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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거나 비 오는 날에는 어지럼이 더해요

 


문상돈
한의학 박사 | 전 원광대학교 한의대 외래교수 | 햇살고운 한의원 대표원장


요즘 날씨가 덥다. 더운 여름철이려니 해도 많이 덥다. 온난화로 인한 이상기온 때문에 갈수록 지구가 더워진다는 데 걱정스럽다. 습기가 많고 후텁지근한 시기에는 밥맛이 떨어지고 체력이 고갈되어 원기가 허약해진다. 특히 노약자들이나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시간이 길고 체력소모가 많은 수험생들은 더 그렇다. 여름철이면 약해진 원기로 인하여 기력이 떨어지면서 어지러움을 호소하며 내원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사물탕 십전대보탕 등 기와 혈을 보충하는 보약이 원기회복과 더불어 어지럼증을 쉽게 개선시켜 줄 수 있다.


이렇듯 어지럼증의 원인이 원기허약으로만 생긴다면 치료가 쉽다. 보약을 쓰면 그만일 터이니까, 하지만 흔한 감기조차 치료가 간단치 않는데 어지럼증이라는 질병이 어디 그리 만만한 것인가? 어지럼증의 원인은 아주 다양하다. 가장 흔한 경우가 빈혈이나 만성 소화장애이고 달팽이관에 문제가 생기거나 귀에 이석증이 있어 올 수도 있다. 원인불명의 난치성 어지럼증 중 많은 사례가 수독水毒, 즉 불필요한 체내 수분의 정체로 인하여 오기도 한다.


60대 중반 여성의 어지럼증 이야기를 해 본다.
마흔이 넘으면서부터 어지럼증으로 고생 했는데, 약한 기력 때문일지 몰라 보약을 여러 차례 먹어본 적 있고 양방에서 이석증 진단을 받아서 치료도 해봤지만 여전히 어지럼증은 낫지 않았다. 특징적인 것은 이상하게 날씨가 덥거나 비 오기 전후에는 어지럼증이 더 심하다고 호소했다.


불과 보름치 한약 복용 후 거짓말처럼 어지럼증이 없어졌다. 이후 필자는 입에 침이 마르도록 과도한 칭찬을 받았다. 아픈 사람 입장에서는 20년이나 괴롭혔던 병이 금세 나았으니 그랬던 모양이지만 내 입장으로 볼 때, 실은 봉사 문고리 잡은 것처럼 운이 좋았다. 오랜 시간 시달렸던 고질병 치고 빠른 회복세를 보인 것은 맞지만 원인이 뭔지 제대로 알았더라면 다른 한의사에게도 그리 어려운 케이스는 아니었다. 이 여성의 어지럼증은 수독이 원인이었다. 수독은 날씨가 덥거나 날이 궂으면 더 심해진다. 이런 기후에는 습기가 많아서 수독증상이 더 악화되기 때문에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어난다.


수독은 날씨나 기압의 변화에 민감하며 특히 여성에서 월경주기에 따라 몸 상태가 변화하는 사람에게 많다. 수독으로 인한 어지럼증은 이외에 몇 가지 증상을 동반할 수 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날씨와 관계가 많아서 쾌청하면 어지럼증이 느껴지지 않거나 덜하다가 비 오기 전이면 더 심해진다. 수독으로 체내 물기운이 많은데, 공기 중에 습도가 높아지면 수독증상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체내 물기운이 정상인보다 많아 자주 붓기도 하며 소변량이 적은 편이다. 뒷목이 자주 뭉치고 어깨결림이 잦으며 일반적으로 저혈압인 경우가 많다.


이 여성에게는 오령산五笭散이라는 처방을 투약했다. 오령산은 체내의 수독을 배출해서 어지럼증과 부기 어깨결림을 해소시켜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는데, 이 여성에게는 이 처방이 잘 맞아 어지럼증 회복이 빨랐던 것이다.


어지럼증은 나았지만 수독이 쌓이지 않는 생활습관 또한 중요하다.
우선 차가운 물이나 음료를 멀리하고 에어컨 등 차가운 환경에 오랫동안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물기운이 몸에 저류하지 않도록 적절한 운동으로 땀을 내는 것도 잊지 말도록 했다. 한참 지난 오늘까지 아무런 소식이 없는 걸 보아 어지럼증이 재발하지 않고 잘 살고 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