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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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재난과 안전한 곳

정성운
텃밭농부


장마가 끝나자마자 무더위가 들이닥쳤다. 낮 기온이 40도에 가깝게 치솟았다. 불볕더위, 찜통더위, 가마솥더위라는 말이 전혀 과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 정도의 기온이 되면 바깥 활동은 걸어서 이동하는 것 외에는 불가능하다. 인간의 몸이 더위와 추위에 아무리 탁월한 적응력을 가졌다 한들 분명한 한계가 있다. 30도가 넘으면 거의 모두가 더위를 느낀다. 33도가 넘으면 몸을 움직이지 않아도 땀이 흐른다. 땀을 흘리는 것은 더위를 식히려는 몸의 작용이며 경고인데, 너무 많은 땀을 흘리면 몸속의 전해질이 균형을 잃는다. 열사병은 진행이 매우 빠르다. 그래서 위험하다. 숨이 가쁜가 했는데, 이내 몽롱해진다. 이미 위험 상태에 들어선 것이다. 건강한 사람도 예외가 아니다. 평소 건강하다고 하여 자신할 일이 아니다.  
올해의 장마는 짧았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러나 1시간에 100mm에 가까운 극한 호우가 밤새 쏟아졌다. 현재의 재난 방지 시설로는 감당해낼 수 없는 폭우였다. 전국 곳곳에서 큰 피해를 입었다. 사람이 물에 휩쓸려 내려갔다. 산사태가 발생했고, 논밭이 물에 잠겼다. 삽시간이었다고 한다. 비가 오더라도 큰 피해가 없기를 바랐는데, 우리의 바람이 자연 앞에서는 무색할 따름이었다.
인재는 막았어야 했다. 경기도 오산의 고가도로 붕괴 사고는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사안이었다. 도로가 파이면서 빗물이 흘러들어 물의 압력으로 고가도로의 축대벽을 무너뜨린 것이 사고의 원인이다. 40대 가장이 목숨을 잃었다.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고가도로 노면이 파였다는 시민의 신고가 있었는데도 대처가 미흡했다. 국가와 자치단체의 존재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시민의 안전이다. 재난 상황 중에 야유회에 간 자치단체장은 자신의 존재 이유를 망각한 처사다. 저런 자치단체장에게 어떻게 시민의 안전을 맡길 수 있겠는가.
언제부터인가 여름은 무서운 계절이 되어버렸다. 비와 더위는 여름의 풍경이지만, 이제는 폭우와 폭염의 계절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폭우와 폭염에 대비하라는 재난 안전 문자가 날아든다. 기후로 인한 재난이 일상이 되어버린 시절을 살고 있다.


농사는 예나 지금이나 극한 직업


농사는 시기가 매우 중요하다. 장마가 한창일 때 병해충을 예방해야 한다. 장마 중 잠시 비가 그치면 그 틈에 방제에 나서야 한다. 이때를 놓치면 병해충에 농사를 망칠 수 있다. 한낮엔 더우니 일을 하기 힘들다. 자칫 무리했다가는 쓰러진다. 매년 열사병으로 목숨을 잃는 이들의 대부분이 농부들이다. 그래서 농부들은 여름이 되면 새벽녘과 해가 진 후에야 논밭에 나간다. 그런데 해가 뜨기 전이나 해진 후에도 더위가 식지 않으면 어떡하나. 한밤중에 밭 가장자리에 거대한 선풍기를 틀어놓고 야구장이나 축구장에 조명을 밝히는, 그런 풍경이 현실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괜한 상상이 아니다. 최저 기온이 30도 가까운 극한 열대야의 날들을 지금 경험하고 있지 않은가. 농사는 예나 지금이나 극한 직업이다. 자연은 아름다우면서 동시에 감당하기 어려운 조건이 되어버렸다.
요즘 밭에 나가는 발길이 뜸해졌다. 장마 뒤끝이니 할 일이 태산처럼 쌓여있는데도 엄두가 나질 않는다. 익은 고추와 토마토를 거둬들여야 하고, 웃거름도 주어야 한다. 과실을 갉아먹는 벌레를 쫓아내야 하고, 특히 고추 탄저병 예방을 위한 약제(천연 또는 유기제재)도 뿌려주어야 한다. 풀도 베어주어야 한다. 그런데도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더위에 지쳐 굼떠졌다. 밭에 나가고 싶어도 더위 때문에 미루게 된다. 게으름과는 차원이 다르다.
지난주에 한나절 밭에 나갔다가 며칠을 고생했다. 숨이 막히는 더위는 몸을 상하게 한다. 밭에 다녀온 후에는 밤늦게까지 몸에 열기가 가시지 않는다. 몸이 무겁고 식욕도 동하지 않는다. 찬 것만 찾게 된다. 몸을 추스르는 일이 먼저라는 생각에 밭일을 미루고 있다. 텃밭이 아니라 생업을 위한 농사를 한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더위에도 불구하고 일을 멈추지 않는 이들이 있다. 배달원들이다. 땡볕 아래에 무거운 헬멧을 쓰고 긴 옷으로 팔을 감싼 복장만으로도 더위가 지독할 텐데, 그들은 골목을 달린다. 더위에도 놓을 수 없는 것, 사고의 위험이 상존함에도 달려야 하는 까닭은 생업의 무거움을 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40개 국가에서 기후난민 발생


기후재난으로 삶터를 잃는 이들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기후재난은 가난한 이들에게 더 가혹하다. 가난한 이들은 기후재난이 닥치는 지역을 벗어날 경제적 여유가 없다. 떠나지 못하는 가운데 기후재난을 맞이해야 한다. 부자 나라라고 해서 기후난민이 없는 것이 아니다. 얼마 전 스위스의 한 지역에 산사태가 마을을 통째로 덮쳤다. 이상 고온으로 만년빙이 녹아내리면서 토사를 함께 쓸고 내려왔다. 다행히 잘 갖춰진 재난 경보 시스템에 따라 사람들은 미리 대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누대로 살아온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난민은 정치적·종교적 박해, 전쟁, 테러, 빈곤, 기근, 자연재해를 피해 다른 지역으로 떠날 수밖에 없는 이들을 가리킨다. 외국으로 떠나는 이들이 다수이다. 최근에는 기후난민이 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생태학적 환경이 변하면서 살던 곳을 떠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나무위키] 환경정의재단(EJF)의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해 식량과 물을 포함해 국가와 인간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필수 자원이 부족해지게 되면서 특히 가난한 나라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정치적인 혼란과 국가 불안을 야기해 결국 대규모 이주가 벌어지게 된다고 한다. 기후난민이 주로 발생하는 지역은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콩고 등이 대표적이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남아메리카에 위치한 개발도상국과 최빈국에서도 발생한다. 이들 나라는 기후재난에 거의 기여하지 않는 나라들이다. 미국과 중국, 한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소위 GDP가 높은 나라들이 기후재난을 일으키는 온실가스 다량 배출국들이다. 기후재난은 전 세계에 걸쳐 일어나지만, 기후난민은 가난한 주로 나라들의 몫이 되고 있으며, 가난으로 인해 피해 예방과 복구가 쉽지 않다. 그러나 최근에는 전 세계적 현상이 되고 있다. IDMC(Internal Displacement Monitoring Centre)가 2020년에 공개한 ‘강제 이주에 관한 글로벌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에 약 1900건의 기후재난으로 140개 국가 및 지역에서 약 2490만 명의 기후난민이 발생했으며, 이는 2012년 이후 기록된 최고 수치로, 분쟁과 폭력으로 인한 난민 수의 3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중 방글라데시, 중국, 인도, 필리핀은 각각 400만 명 이상의 재난 이재민을 기록했다.[나무위키]
140개 국가에서 기후난민이 발생한 것을 보면 지구촌 어디인들 기후재난으로부터 안전한 곳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한 나라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오래도록 마을을 이루어 사는 곳은 자연재난으로부터 안전이 보장되었다고 보는 것이 상식적이다. 대체로 인류는 물, 식량, 안전을 고려해 터전을 잡았으며, 그런 곳에 모여 마을을 이루면서 수천 년을 살아왔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폭염과 폭우, 폭풍을 겪고 있다. 목숨과 집과 농경지를 잃고 있다. 피할 곳을 찾아야 한다. 아울러 폭염과 폭우와 폭풍을 누그러뜨릴 방법, 즉 온실가스 감축을 실행해야 한다. 방법은 이미 나와 있다. 안전한 곳은 안전조치를 실행할 때 생겨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