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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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심의 노래, 천 년의 시를 깨우다

신행108송信行百八頌


신심의 노래, 천 년의 시를 깨우다



박경희
중도기획 디자인실장


 


『신행108송信行百八頌』
도웅 스님 편역 | 한국범어연구원 기획
188×257 | 180쪽 | 양장제본
값 25,000원
도서출판 중도(02-2278-2240) 펴냄



불심의 언어로 되살아난 범어 찬가


찬불가의 고전이자 인도와 남방불교 전통을 아우르는 불교 신심의 송가 『신행108송信行百八頌』이 도웅道雄 스님의 편역으로 국내에 처음 간행됐다. 도서출판 중도에서 한국범어연구원의 기획으로 출간된 이번 책은, 천 년 전 인도 벵갈 지방에서 활동한 위대한 학자가 불법에 귀의하며 지은 범어 찬송시 108수를 원문과 한글 번역, 그리고 독송을 위한 악보와 운율 해설까지 갖춘, 그야말로 찬불 문학의 결정체다.
『신행108송』의 원제는 ‘Bhaktisatakam(박띠샤따깜)’으로, ‘신심信心과 헌신獻身’을 주제로 한 고대 범어 시문이다. 저자인 빤딛 라마짠드라 바라띠는 인도 가우다(Gauda)국의 웨라와띠(Veravati) 마을에서 태어난 브라만 출신 학자로, 고전 문법, 수사학, 과학, 푸라나(힌두 신화)에 능통한 당대의 지성인이었다. 그는 학문과 수행의 진리를 찾아 12세기 스리랑카를 방문했고, 그곳에서 불교 승왕 라훌라 존자와의 만남을 통해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당시 스리랑카는 빠라끄라마바후(Parakramabahu) 대왕이 통치하던 시대였으며, 라훌라 존자는 불교 교육기관인 위자야바후 삐리웨나(Pirivena)의 학장이자, 토따가무 위하라(Tottagamu Vihara) 사원의 주지로 활약하던 인물이다. 바라띠는 그 문하에서 삼장三藏을 배우고 불법의 깊은 이치를 체득한 뒤, 자신이 믿어왔던 힌두 전통을 내려놓고 삼보에 귀의하는 결단을 내린다. 그리고 이 찬송시는 바로 그 신심의 절절한 고백으로부터 태어났다.
『신행108송』은 단순한 찬불시가 아니다. 그것은 불교의 평등 정신에 감화된 한 지성인이 자신의 믿음을 뛰어넘어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 과정, 곧 ‘믿음의 전환’과 ‘헌신의 기록’이다. 저자는 불교의 사상과 자비, 수행의 길을 시인의 언어로 찬탄했으며, 총 12가지의 전통 운율로 구성된 이 송가를 통해 노래하듯 법문을 펼친다. 이러한 독특한 형식은 단순히 문학적 감동을 넘어, 독송 그 자체가 하나의 수행이 되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번 책은 『신행108송』의 범어 원문을 충실히 번역하고 운율에 맞춰 악보까지 채보한 한국 최초의 불교 찬불가 간행물이다. 이 작업을 이끈 도웅 스님은 1966년 은해사에서 출가해, 통도사 강원을 졸업하고 중앙승가대학교, 중국불교연구원, 대만 불광산사, 태국 왕립사원, 인도 바라나시의 삼푸르난난드 산스크리트 대학을 거치며 범어와 빨리어 연구에 매진해 온 불교학자이자 수행자다. 2012년에는 한국범어연구원을 설립하여 국내 최초로 본격적인 범어 예경 교육과 연구의 길을 열었다.
도웅 스님은 “『신행108송』은 한 지식인이 불교의 법문을 듣고 삶의 방향을 전환한 깊은 여정의 기록”이라며, “이 찬가를 통해 범어의 아름다움과 부처님 가르침의 숭고함을 함께 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번역 작업에는 범어 발음법과 독송법, 운율 해설 등 실용적인 자료도 함께 담겨 있어 범어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도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배려했다.
책에는 통도사 서울포교당 구룡사 회주인 아산 정우 스님의 추천사가 함께 실렸다. 정우 스님은 “도웅 스님은 출가 이래 50여 년을 한결같이 수행과 학문에 정진해 오신 귀한 선지식”이라며 “이번 『신행108송』은 단순한 번역서를 넘어 깊은 신심과 교화의 메시지를 담은 불교 찬불 문학의 정수”라고 평했다.
책 말미에는 다음과 같은 찬가가 실려 있다.


बुद्धो मे जयतां जिनः स भगवान् तद्देशना निर्मला
स्थेयात् सत्त्वहिताय भातु भणिता सङ्घस्तदाधारकः।
लङ्केशप्रमुखाश्चिरं वसुमतीं रक्षन्तु नित्यं नृपा
वर्षन्तु स्तनयित्नवश्च समये मैत्रीं लभन्तां प्रजाः॥
부처님이시여, 저로 하여금 세존처럼 청정함을 이루게 하시고
이 가르침이 중생의 행복을 위하여 오래도록 빛나게 하소서.
스리랑카의 왕들께서 앞장서서 세상을 보호해 주시고
백성들이 우순풍조 속에 우정을 나누게 하소서.


이처럼 천 년 전 인도에서 작곡된 찬불의 시가 이제 한국에서 부활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출간의 배경에는 도웅 스님의 오랜 원력과 더불어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성파 대종사의 흔연한 찬조, 도반 일송 스님의 축시 「천 개의 태양이 떠오르면」, 그리고 범어 찬송을 악보로 정리해준 도영 스님의 헌신이 있었다.
『신행108송』은 한국불교의 신행문화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교리서나 강설서 중심이었던 기존의 불서들과 달리, 시적인 언어와 예술성을 담은 찬불 문학이 불자들의 마음에 직관적으로 와 닿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예경과 독송, 교육 및 포교 현장에서 찬불가로도 활용될 수 있어 범어 예경의 대중화에도 기여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