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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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과 고온다습한 8월, 슬기로운 건강관리

 


문상돈
한의학 박사 | 전 원광대학교 한의대 외래교수 | 햇살고운 한의원 대표원장



이상 기온으로 꺾이지 않는 여름이 계속되고 있다.
바깥은 숨이 턱턱 막히는 폭염이 기세를 부리고, 실내는 에어컨으로 서늘한 상태가 지속된다. 습도마저 높은 고온다습한 날씨 속에서 많은 현대인이 만성 피로, 가슴 답답함, 어지럼증을 호소한다. 단순한 “여름 타는 증상”으로 넘기기 쉽지만, 이는 한의학적으로나 현대의학적으로나 자율신경계의 균형이 깨지고 심뇌혈관에 과부하가 걸렸다는 내 몸의 경고 신호다.


외부 기온이 올라가면 인체는 땀을 배출하고 혈관을 확장해 체온을 낮추려 작동한다.
하지만 30도를 넘나드는 야외와 20도 안팎의 서늘한 실내를 수시로 오가면 체온 조절을 담당하는 자율신경계(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는 극심한 피로에 시달린다.
자율신경 균형이 무너지면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흥분하거나 부교감신경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불면, 어지럼증, 소화불량이 찾아온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냉방 기기와 찬 음료 등 외부의 음습한 기운에 몸이 상하는 음서陰暑, 혹은 기운이 밖으로 빠져나가 내부가 허해진 상태로 진단한다.


땀으로 빠져나가는 기혈氣血, 심혈관을 위협하다


높은 습도와 폭염은 심혈관계에 치명적인 부담을 준다.
체온을 낮추기 위해 피가 피부 쪽으로 쏠리면 장기와 뇌로 가는 혈류량이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게다가 과도한 땀 배출은 체내 수분을 급격히 앗아가 혈액의 점도를 높이고 혈전 형성 위험을 올린다. 이는 혈압 변동성을 키우고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심뇌혈관 질환을 유발하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 한의학에서는 땀을 단순한 수분이 아닌 기혈의 결정체로 본다. 땀을 너무 많이 흘리면 기氣가 함께 누설되어 기혈양허氣血兩虛 상태에 빠지며, 가슴 두근거림과 숨참, 극심한 기력 저하가 동반된다.


일상에서 쉽게 구하는 8월의 건강 한약재


이 시기 파탄 난 기혈 균형을 잡고 심뇌혈관을 보호하려면 부족해진 진액(수분)을 채우고 자율신경을 안정시키는 약재의 조력이 필요하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맛도 우수해 차茶로 마시기 좋은 약재들이 큰 도움이 된다.


* 오미자五味子 둥굴레(옥죽, 玉竹)
여름철 체액 손실을 막는 최적의 조합이다. 오미자는 수렴 작용을 통해 과도한 땀 배출을 막아 기운이 새는 것을 방지하며, 둥굴레는 구수한 맛과 함께 폭염으로 말라버린 인체의 진액을 촉촉하게 보충해 준다.


* 대추(大棗) 연자육蓮子肉
두 약재는 자율신경을 안정시키고 심장을 편안하게(안신, 安神) 해준다. 실내외 온도 차와 무더위로 자극받은 신경을 완화하여 가슴 두근거림이나 불면증을 줄여주며, 연자육의 고소한 맛은 늦여름 약해지기 쉬운 위장 기능까지 높여준다.


* 황기黃耆
과도한 땀 배출로 피부 표면의 방어력이 약해졌을 때 기운을 끌어올리고 표를 튼튼하게 하여 허한 땀을 줄여주는 데 탁월하다.


무더위 속 몸을 지키는 생활 수칙


실내외 온도 차는 5~6도 이내로 유지해 자율신경의 과부하를 막아야 한다.
땀을 흘린 후 차가운 물을 벌컥벌컥 마시는 습관은 위장관과 자율신경에 큰 충격을 주므로, 미지근한 물이나 대추와 연자육, 오미자를 옅게 우린 차를 조금씩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


가장 더운 오후 시간대에는 야외 활동을 줄이고, 마음을 편안히 가다듬는 안조安調의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8월의 폭염 속에서 내 몸이 보내는 소소한 경고 신호를 무심코 넘기지 않고, 적절한 생활 관리와 기혈을 보하는 한방차 치료를 병행한다면 환절기로 이어지는 길목에서 건강한 몸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