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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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와 자비

한 애 경
조계종 포교사단 서울지역단 부단장


어느 때 부처님께서 슈라바스티국의 제타 숲 외로운 이를 돕는 절에 계실 적에 걸식하실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바루를 가지시고 아난다만 데리고 성에 들어가 걸식하셨습니다.


성안에 어떤 노모가 두 아들을 두었는데 그들이 남의 재물을 함부로 훔치자 재물 주인이 그들을 붙들어 왕에게 나아가 재판에 부치니 왕은 그들에게 죄 값으로 최고형인 사형을 명하였으며 사형장으로 끌고 가 사형을 집행하도록 했습니다.


이때 그 모자 세 사람은 멀리서 부처님을 뵈옵고 이마를 땅에 치며 애원하였습니다.
“원컨대 천존께서는 제 아들의 목숨을 이 위기에서 구제하여 주소서.”
세 모자의 애통하게 울며 비는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었습니다.
세존께서는 가엾이 여겨 곧 아난다를 왕에게 보내 그들을 살려주기를 간청하였고 왕은 부처님 분부를 받고 그들을 곧 놓아 주었습니다.


그들은 부처님 은혜에 감격하고 크게 기뻐하며 곧 부처님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예배한 뒤
합장하고 사뢰었습니다.


“부처님의 자비와 은혜를 입어 구제되어 목숨이 남았습니다. 원컨대 천존께서는 저희들을
사랑하고 가엾이 여겨 부처님의 제자가 되도록 허락해주시옵소서.”
“어서 오너라! 비구들아.”
그들의 수염과 머리는 저절로 떨어지고 입은 옷은 가사로 변하였으며 공경하는 마음이 솟아나고 믿음은 더욱 굳어졌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그들을 위해 설법하셨고 그들은 온갖 번뇌가 아주 없어져 아라한의 도를 얻었습니다.
그 때에 아난다는 눈으로 직접 이 사실을 보고 일찍 없었던 일이라 칭송하고 여래의 덕행을 찬탄하며 여쭈었습니다.
“저 세 모자는 전생에 어떤 복을 지었기에 지금 세존을 만나 중한 벌을 면하고 열반의 안락을얻었으며 또 무슨 인연으로써 특별한 은혜를 입었습니까?”
“저 세 사람은 오늘만 내 힘을 빌려 살아난 것이 아니라 과거에도 내 은혜를 입어 죽음의
직전에서 살아나게 되었느니라.”
“세존이시여 과거 세상에 저 세 사람을 살리신 일은 어떠하였습니까?”
오랜 옛날 아승기 겁 이전에 이 잠부드비파에 큰 나라 왕이 있었느니라. 이름을 마하라단나라 하였는데 그는 작은 나라 오천을 다스렸으며 그에게는 세 아들이 있었다.
첫째는 이름이 마하부나영이요, 둘째는 마하데바요, 셋째는 마하살타였으며 막내아들은 어려서부터 자비를 실행하여 일체중생을 가엾이 여겼느니라.
어느 날 왕은 신하들과 부인과 태자를 데리고 산으로 산책을 나갔다가 피곤해 조금 쉬고 있었다.
한편 세 아들은 숲 속에서 놀다가 호랑이가 새끼 두 마리에게 젖을 먹이다가 굶주림을 못 견뎌 그 새끼를 도로 잡아먹으려는 것을 보았다.
막내는 두 형에게 말하였다.
‘저 호랑이는 바짝 말라 죽을 것 같습니다. 더구나 젖을 빨리고 있는데 굶주림에 못 견뎌 그
새끼를 잡아먹을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두 형은 대답하였다.
‘그렇구나.’
‘저 호랑이는 지금 무엇을 먹을 수 있습니까?’
‘갓 잡은 짐승의 더운 피나 고기라면 먹을 것이다.’
‘혹 어떤 사람이 그것을 마련하여 저 목숨들을 구제하여 살도록 할 수 있겠습니까?’
‘그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막내 마하살타는 가만히 생각하였습니다.
‘나는 오랜 옛날부터 나고 죽는 동안에 수없이 몸을 버렸지만 그것은 헛되이 버렸다. 탐욕
때문이었고 혹은 성내고 어리석었기 때문이었고 불법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더욱 아니었다.
그런데 이제 복밭을 만났으니 이 몸을 이대로 유지한들 무엇하겠는가!’
이렇게 결심한 동생은 두 형에게 말하였다.
‘형님들은 먼저 가십시오. 저는 볼 일을 좀 보고 뒤따라가겠습니다.’
이렇게 말한 동생은 오던 길로 달려가 호랑이가 있는 곳에 이르러 그 앞에 몸을 던졌으나
굶주린 호랑이는 입을 다물고 먹지 못하였다.
그 때에 마하살타는 날카로운 나무꼬챙이로 자기 몸을 찔러 피를 냈다.
호랑이는 그 피를 핥다가 피를 어느 정도 먹은 뒤에야 입을 벌려 그 살을 먹었다. 한편 두 형은 오래 기다렸으나 아우가 돌아오지 않자 동생을 찾아 나서며 조금 전에 아우가 하던 말을 떠올렸다.
‘아마도 그 굶주린 호랑이에게 몸을 주었을 것이다.’
가까이 가보니 동생 마하살타는 이미 죽고 호랑이가 그것을 먹고 있는데 피와 살이 낭자하였으며 두 형은 그것을 보고 가슴을 치면서 울고 뒹굴며 정신을 잃고 땅에 쓰러져 기절했다가 한참 뒤에 깨어났다.
한편 왕후는 꿈에 세 마리 비둘기가 숲에서 놀고 있는데 매가 와서 그 작은 놈을 잡아먹는 것을 보았으며 놀랍고 두려워 왕에게 말했다.
‘상말에 비둘기는 자식이라 합니다. 지금 작은 비둘기가 잡아먹히는 꿈을 꾸었으니 우리 아이에게 무슨 불상사가 있는 듯합니다.’
곧 사람을 보내어 아들을 찾았으며 오래지 않아 두 아들이 왔다.
‘사랑하는 막내 마하살타는 어디에 있느냐?’
두 아들은 목이 메고 가슴이 막혀 말을 하지 못하다가 한참만에야 말하였다.
‘제발로 걸어가서 호랑이에게 잡아 먹혔습니다.’
부모는 이 말을 듣고 땅을 치고 기절하여 정신을 잃었다가 한참 만에 깨어났으며 그 시체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으나 이미 호랑이가 그 살을 다 먹고 해골만이 어지러이 땅에 흩어져 있었다.
어머니는 슬피 울부짖으며 까무라쳤다가 다시 깨어나기를 몇 번이나 계속 하였다.
마하살타는 목숨을 마친 뒤에 도솔천에 태어났으며 그는 생각했다.
‘나는 무슨 수행을 해서 여기 태어났을까?’
그는 하늘눈으로 다섯 세계를 두루 살펴보다가 전생의 자기 시체가 아직도 산 속에 있고 그 부모가 슬퍼하고 괴로워하는 것을 보았다.
그는 그 부모가 너무 슬퍼 혹 목숨을 잃지 않을까 생각하고 그들이 마음을 돌릴 수 있도록 깨우쳐 주리라 결심하였으며 곧 하늘에서 내려와 공중에 머물며 갖가지 말로 그 부모를 깨우쳤다.
‘저는 마하살타의 후신이며 몸을 버려 굶주린 호랑이를 구제하였기 때문에 도솔천에 태어났습니다.
대왕님 모든 존재하는 법은 없음으로 돌아가며 한 번 나면 반드시 마침이 있습니다.
악을 지으면 지옥에 떨어지고 선을 실행하면 하늘에 나는 것입니다.
나고 죽음은 떳떳한 길이온데 지금 대왕님은 왜 홀로 근심 걱정과 번뇌의 바다에 빠져 있으며 온갖 선을 부지런히 닦으려 하지 않으십니까?’
‘너는 큰 자비를 행하여 그 사랑이 일체중생에 미쳤다. 그러면서 나를 버리고 목숨을 마치니 너를 생각하는 우리 마음은 한없이 슬프고 그 고통은 견디기 어렵구나.
너는 어찌 그처럼 큰 자비를 닦을 수 있었느냐?’
하늘 사람은 다시 오묘하고 좋은 시와 말로써 부모에게 대답하였으며 이에 부모는 조금 깨닫고 칠보로 된 함을 만들고 그 안에 뼈를 넣어 매장한 뒤에 그 위에 탑을 세웠으며 하늘 사람은 곧 하늘로 올라갔다.
부처님은 이어 아난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그 때의 왕 마하라단나는 지금의 부왕 슛도다나요. 왕후는 지금의 어머니 마하파사요. 마하부나영은 지금의 미륵이요. 그 둘째 태자 마하데바는 지금의 바수밀다이고 마하살타는 바로 나였느니라.
그리고 그 때의 그 어미 호랑이는 지금의 저 노모요. 두 마리 새끼는 지금의 저 두 아들이며 지난 옛날에도 그들의 위급한 목숨을 구제해 안전하게 하였다.
그런데 지금 내가 부처가 되어서 그 재난을 구제하여 생사의 큰 고통바다를 아주 떠나게
하였느니라.”
그 때에 아난다와 여러 대중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였습니다.
불교를 믿는다는 말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고 따르는 것이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고 따르는 것은 그 가르침이 옳은 진리이기 때문이며 부처님의 가르침대로만 살다보면 반드시 괴로움을 극복하고 해탈을 이룰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불교를 믿는다고 하면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기보다는 부처님을 신통과 이적을 행하는 절대적인 존재로만 생각하고 부처님 앞에 어떤 소원을 빌면 이에 감응하여 소원이 성취되리라는 생각만 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소원만 성취하려고 기도하려는 사람을 가끔 보게 됩니다.
이렇게 믿는다면 행위 자체는 똑같지만 무엇을 믿는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부처님께서 가르치신 진정한 해탈과 바른 깨달음을 성취하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또 사람들은 일이 좀 잘 풀리면 좋아서 어쩔 줄 모르다가도 일이 좀 안 풀리면 그만 마음의 흔들려서 ‘기도해도 소용없다, 가피가 없더라’고 푸념하고 원망하기 시작합니다.
자기의 업장이 두터워서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는 사실은 조금도 염두에 두지 않는 것입니다.
부처님을 향한 믿음의 마음은 조금의 흔들림 없이 언제나 늘 한결같아야 합니다.
부처님의 바른 가르침을 배우며 진실 된 믿음으로 기도하면 깨달음은 물론이고 반드시 무한한 가피는 자연히 따라 옵니다.
저는 이제 거룩하신 부처님께 귀의하며 이생의 지은 죄를 다 참회하며 이미 지은 죄를 없애기를 원하고 미래의 악은 다시 짓지 않겠습니다.
옴 아비라 훔 캄 스바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