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우
아시아기자협회 운영위원
수학의 묘용 - 친화수
피타고라스는 어느 날 제자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다. “친구란 어떤 관계입니까?” 피타고라스는 이렇게 대답했다. “친구란 또 다른 나이다. 마치 220과 284처럼.” 그 이후 피타고라스학파에서는 220과 284를 친화수(親和數)라고 말했다. 이게 무슨 말인가. 마치 화두공안을 둘러싸고 스승과 제자간의 선문답 같은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사연인즉 이렇다. 친화수는 우애수(友愛數), 친구수(親舊數)라고도 한다. 피타고라스가 220과 284를 친구라고 했던 이유는 220의 진약수를 모두 더하면 284가 되고, 284의 진약수를 모두 더하면 220이 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두 수가 친화수라는 것은 한 수의 진약수의 합이 다른 수와 같고, 그 반대의 경우도 동시에 성립할 때를 말한다.
그런데, 친화수의 쌍이 유한개인지 무한개인지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둘 다 짝수이거나 둘 다 홀수인 경우뿐이다. 그래서, 짝수와 홀수로 이뤄진 친화수가 존재하는지 여부와 서로 소(relatively prime/disjoint)인 친화수가 존재하는지도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친화수는 400쌍 가량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학의 묘용(數學의 妙用)과는 달리, 사회현상을 보면, 친화수와 같은 사건사고가 부지기수다. 또한 국내외 주요 이슈의 근원을 가만히 살펴보면 친화수의 성격을 띄고 있는 것이 한 둘이 아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거짓말
장관 딸의 사무관 특혜채용문제로 외교통상부가 발칵 뒤집혔다. 사안이 이런데도 정작 당사자의 태도를 보면 철면피(鐵面皮)도 그런 철면피가 없다. 처음에는 납득이 안 간다며 오히려 기자들을 째려보던 유명환 장관은 불과 15시간만에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자진 취소형식으로 사태수습에 나섰다. 물론 이 과정에서 청와대의 특별 지시가 있었다. 지금도 진정으로 참회를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6.2지방선거 때 한나라당에 투표하지 않는 젊은이들에게 북한에 가서 살라는 취지의 발언을 상기해 보면, 반성은 커녕 국민과 언론에 대한 불만과 진심(嗔心)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자신의 뜻대로 조용히 사태가 수습되지 않았다. 국민 비난여론은 급격히 거세졌고, 정부의 5급 공무원 선진화 방안이 백지화될 정도로 파장(波長)이 계속됐다. 처음부터 제대로 된 사실인식이나 반성보다는, 어떻게 대충 때우면 권력충성과 장관권력으로 대충 넘어가려니 생각했을 것이다.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아마 외교부 사상 딸 특혜채용문제로 낙마한 첫 장관이 아닌가 싶다. 이래저래 국가 망신이 아닐 수 없다. 현대판 음서제(現代版 蔭敍制)라는 지적을 넘어서, 외교부의 고급 공무원 채용비리라는 점에서, 국가의 대외 신인도와 신뢰도에 치명적인 상처가 아닐 수 없다. 
외교부 가족을 위한 한심한 대한민국
사태 전개과정에서 외교부 고위 공무원들이 보여준 행태는 한심하기 짝이 없다. 특혜점수를 주면서 충성아닌 충성을 했으면서도, 어느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비공개 내부회의에서는 왜 등 뒤에서 칼을 꽂느냐고 언성을 높이면서, 책임회피성 발언을 한다. 이쯤 되면, 외교부 스스로 자성을 촉구하고, 대책을 세우도록 놔둬서는 안 될 것 같다. 국민과 역사의 이름으로 대대적인 개혁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사건 초기 외교부 일부 간부는 우리 쫛쫛이(유장관의 딸 이름)가 원래 그 자리에서 3년간 일을 했다며 특혜채용이 아니라고 변명했다. 호칭에 담긴 분위기를 보면, 장관 딸은 5급 사무관이 아니라, 가족이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단순히 복직했다고 말하는 한 간부의 적나라한 전언(傳言)도 있다. 아버지의 해외 근무특성상, 외교부 간부는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내는 아저씨에 가깝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래서, 우리 외교가족 얘기를 왜 누가 밖에다 공개했느냐는 내부 비판이 나오는 한심한 작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대한민국 외교부가 아니라 외교부를 위한 대한민국이 아닐 수 없다. 외교부는 정부 부처내에서도 엘리트 의식으로 무장된 것으로 아는데, 헛똑똑이도 이 보다 못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처럼 외교부의 가족들이 시중 여론과 동떨어져 살다 보니, 5급 사무관 정실인사쯤은 당연하게 여기는 것도 어떻게 보면 무리가 아니지 않겠는가!
특혜정실인사의 연쇄작용
유명환 장관의 딸 특채의 사태가 끝나지 않고 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친구의 딸 문제가 불거졌고, 전윤철 전 감사원장의 딸도 시비에 올라 있다. 여기에다 딸은 물론 사위까지 특혜채용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해외공관 현지 채용 비리에 대한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나아가, 인천교육감 딸 공립교사 특혜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개혁차원에서 제대로 조사만 한다면, 외교부 발 공무원 특혜채용비리 종합선물세트가 될 것 같다. 이런 와중에 청문회를 간신히 통과한 일부 장차관들은 속으로는 불감청 고소원(不敢請 固所願)이라 쾌재야를 부르겠지만, 다소 굴곡은 있어도 역사는 정의와 진실의 편이다.
인사비리 의혹을 비롯해 어떤 경우이든 문제가 제기되면, 누구 보다 본인들은 알 것이다. 의혹제기 이전에도 당사자는 알고 있다. 굳이 청와대 지시로 특별감찰을 하지 않아도, 진실은 당사자와 함께 숨쉬고 있다.
실지실견 앞에 참회와 회개를
부처님을 말했다. 실지실견(悉知悉見) - 종교와 이념을 불문하고 지위귀천을 가리지 않고, 남녀노소를 떠나, 깨달은 자의 지혜로 보면 다 알고 다 본다. 깨달은 자의 지혜는, 다름 아닌 평상심이다. 비유하자면, 남산운 북산우(南山雲 北山雨), 즉 남산에 구름이 일면, 북산에 비가 내릴 것이라는 이치는 삼척동자도 안다. 다만, 어리둥절한 생각으로 포장하고, 판단을 속이려고 하니까, 아는 것도 사라지는 것이다. 장관 딸이 어쩌고 저쩌고 하면, 청와대 지시로 특별감찰을 하지 않아도, 상식을 가진 국민이라면 누구나 안다고 봐야 한다. 물론 일반의 판단이 실체와 진상을 100% 꿰뚫어 본다고 할 수 없고, 여론과 상식이 가지는 오류도 적지 않다.
그러나, 피타고라스의 친화수 처럼 수학의 묘용을 가지는 자연과학적 원리가 아니라면, 인간사회 문제는 문제제기 단계부터 웬만하면 본체를 드러낸다.
굳이, 권력과 지위와 배경을 내세우면서 상(相)을 내지 않아도 된다. 비유하자면, 물 뜨는 소리는 못 들어봤어도, 물맛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거짓으로 공직죄인이 되지 말고, 망신을 당하더라도, 참회(懺悔)와 회개(悔改)로 거듭나는 것이 낫다. 인간사회에 짓는 죄도, 진리에 거스르는 죄 못지않게 높고 크다. 실지실견(悉知悉見)하는 부처님, 즉 자기 본성(自己 本性)을 속이지 말고, 당당하고 떳떳하게 살 일이다. 친화수 220과 284는 무늬와 형태는 다르지만, 지질(地質)과 수질(水質)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