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립선재어린이집 제공
오랜만에 다시 찾은 숲으로 우리 감로반 친구들과 함께 하는 길….
버스에서 내려 빼곡히 늘어진 빌딩 숲 사이로 진짜 숲이 보인다. 서초구청 뒤쪽에 자리 잡은 아담한 산, 종여울산, 종소리, 새소리가 어우러질 것 같은 산 이름이다.
산 입구에는 벌써부터 숲놀이 선생님께서 아이들을 향해 손을 흔드신다. 매월 첫째 주 화요일에 만나는 “우리들의 숲 속 놀이터”.
숲 선생님은 전문적인 숲 해설가 과정을 거친 숲 전문가이시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숲을 다시 볼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숲 선생님과 함께 한지도 벌써 6개월째다. 지난 4월에 첫 만남을 가진 숲. 선생님과 우리들, 어떻게 인사를 나누어야 할지 몰라 어색한 인사를 나누었던 기억이 난다. 이제 숲놀이의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자연스레 인사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익숙함이 묻어난다.
“안녕하세요?”
숲으로 들어가는 아이들의 발걸음이 가볍다.
숲에서 만나는 선생님, 나무, 흙, 바람, 햇빛, 모두가 아이들을 반긴다.
“나무 할어버지께 인사드릴까?”
선생님의 제안으로 아이들은 재빨리 주변에 있는 나무를 살핀다. 가장 큰 나무로 한걸음에 달려가서 꼭 껴안아주며 인사를 나눈다.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나무를 안고 나서 나무를 살펴보니 어느새 나무껍질에는 개미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다.
“우와 개미다.”
개미를 찾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거미에 푹 빠져 있는 아이들도 숲에 오자마자 주변을 탐색하느라 눈과 손, 생각 주머니가 너무 바쁘다.
“처음 숲에 발을 내딛을 때 어떤 활동을 하지?”
마냥 박물관 유리 속 골동품을 관람하듯 구경만 하며 조심조심하던 친구들이 어느새 이렇게 자라서 숲속탐험가가 되었다.
“선생님, 여기에 거미 있어요.”
“어디, 거미 한 번 관찰해 볼까?”
선생님은 조심스레 거미를 손등으로 올라타게 한 후 관찰경 루페에 넣는다.
“나도 볼래, 나도 볼래.”
아이들의 목소리에서 긴박감이 느껴질 만큼 루페를 향해 몸과 마음을 다한다. 한 명 한 명 모두가 거미를 관찰하고 나서야 본격적인 숲놀이가 시작된다.
“자, 이제 우리 숲 속에는 또 어떤 곤충들이 살고 있는지 더 찾아볼까?”
선생님은 항해를 시작하는 선장처럼 가장 먼저 길을 떠나신다. 그 뒤를 한 줄로 따르는 아이들….
햇볕은 따갑지만, 나무들이 벌려준 시원한 나뭇잎 우산으로 숲 속은 산들바람이 불어 더없이 시원하고, 여름이 가는 것이 아쉬워 우는 매미들의 합창 소리는 숲 속 산책의 경쾌함을 더해주는 배경음악이다. 
숲에서 넘어질까, 다칠까 조마조마하던 내 마음도 반복되는 숲놀이로 여유가 많이 생겼다. 숲에서 아이들은 도시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다양한 형태의 길을 걸어보고 뛰어본다. 균형감을 잃고 쓰러지던 친구들이 이제는 제법 깡충깡충 잘도 뛰어간다. 여섯 살 꼬마라면 당연히 발달시켜야 하는 여러 신체 운동 감각도 요즘을 사는 우리 아이들은 의도적인 경험을 만들어 주어야만 발달하는 슬픈 현실이다. 하지만, 우리 감로반 친구들은 숲놀이로 그 현실을 극복하고 있는 것이다.
나 또한 처음 숲놀이를 나설 때 우리 아이들 같은 모습이었을 것이다. 아스팔트에 익숙해진 다리는 울퉁불퉁 숲길에서 균형감을 잃기 십상이고, 벌레가 많아 요리조리 몸을 피하기도 하며, 아이들과의 실외활동은 늘 힘들고 고되다고 생각했었는데, 숲에서 만큼은 교사라기보다는 함께 즐기는 친구의 마음이 된다. 이렇게 아이들의 움직임을 지긋이 바라보며 뒤를 따를 때면 항상 앞자리에서 아이들을 끌어당기던 내 모습은 사라지고 손자, 손녀와 산책하며 놀이 모습을 흐뭇이 바라보는 할아버지 마음이 된다.
숲 속 곳곳에 숨겨진 거미집, 노린재 등 다양한 곤충을 놓치지 않고 숲 선생님은 준비한 비닐 팩에 담아 아이들에게 보여 주신다. 아이들은 새로운 세계에서 살고 있는 친구들의 소개를 받고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친구들을 맞이한다.
계속되는 곤충 탐험 속에서 잠시 빠져나와 애기똥풀 매니큐어를 바르는 몇몇 친구들….
“안 잊어버리고 기억하고 있었네?”
선생님이 함께 하자며 애기똥풀을 꺾어 손톱에 바르신다.
산꼭대기 공터에 도착한 우리들은 잠시 지친 다리를 쉬며 평상에 주저앉아,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산들바람에 실어 보낸다. 조용히 하라고 하지 않아도 이럴 땐 휴식을 저절로 즐기는 아이들이 된다. 이처럼 숲에서는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정적이고 동적인 리듬을 그대로 살려 활동할 수 있다.
꿀맛 같은 휴식시간을 뒤로하고 조심조심 하산하는 길….
“선생님, 우리 집 보고 가요.”
한 친구의 제안에 숲 선생님이 발걸음을 옮기신다. “여름내 내린 굵은 장맛비에 모두 무너졌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마음 졸임으로 새집을 지어 놓았던 장소에 도착한다.
“우와, 우리 집이 그대로 있네.”
아이들은 모두가 약속한 듯 집을 향해 뛰어간다. 조금 허물어진 집의 곳곳을 나뭇가지를 구해와 보수하며 커다란 나무는 친구와 함께 옮긴다. 내가 제안하지 않아도 숲에서는 자연스레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친구들….
처음 접했을 때 정말 우리 감로반이 맞나 싶을 정도로 어색했었는데 이제는 익숙하다. 우리들의 새집도 모두 만나고 맛있는 점심이 기다리는 산 아래로 향하는 발걸음….
많이 움직이고 많이 감탄한 만큼 배가 많이 고픈 우리 아이들은 벌써부터 도시락 속 김밥이 입속으로 들어와 있는 듯하다. 친구들이 오기만을 기다렸던 도시락 속 김밥들이 통통 튀어 입속으로 한입에 들어간다.
“선생님.” 하며 나도 잊지 않고 챙겨주는 마음 넓은 감로반 친구들….
산 속에서 먹는 밥은 그대로 꿀맛이다.
이렇게 마무리한 오늘 하루 숲놀이를 뒤로 하고 숲 밖으로 나오는 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한껏 모험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우리 친구들의 가슴 속에는 숲 속의 따스함, 싱그러움이 잘 새겨져 있을 것이다.
지금처럼 우리 아이들의 오늘과 내일에도 싱그럽고 상쾌한 날만이 계속될 수 있기를 마음속으로 빌어본다.
다음 달에 만나는 숲은 또 어떤 모습으로 우리 아이들을 맞이할까 벌써부터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