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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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시장주의(共同體 市場主義)

박관우
아시아기자협회 운영위원


위기의 세계 경제
세계 경제가 또 다시 금융위기를 맞고 있다. 이번 금융위기는 2007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 2위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회사인 뉴센추리 파이낸셜이 파산신청을 한 것을 시작으로, 2008년 9월 15일 미국의 투자은행(IB)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 신청을 하면서 절정을 이뤘다. 2007년 4월 이후 무려 1년 6개월 이상 대형 금융회사가 연쇄적으로 무너졌다. 한국도 피해갈 수 없었다. 실제 한국은행은 이번 금융위기를 촉발한 금융회사에 투자했다고 밝혔다. 1970년대 후반부터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투자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무려 380억 달러어치의 채권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다행히도 한국은 비교적 금융위기를 잘 관리했다는 일반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른바 한국경제 선방론(善防論)이다.


한국경제 선방론
한국경제 선방론의 핵심은 먼저 수출증가율에서 찾고 있다. 매월 20%정도의 수출증가율은 대외부문의 리스크를 줄이면서 수출 중심의 선순환 구조를 창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한국의 수출 비중이 미국과 유럽을 제외한 신흥국가가 73%를 차지하기 때문에 금융위기의 직접적인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한국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가계소득이 연간 10∼24%에 이르기 때문에 선진국의 경기침체에 따른 수출악영향이 어느 정도 상쇄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같은 중국효과(中國效果)에 이어서 지난 3월 일본의 대지진으로 일본에서 수입 다변화를 위해 한국 제품 수요를 늘리고 있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심지어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은 한국을 브라질과 중국, 멕시코, 인도네시아, 터키 등과 함께 8대 성장국가로 꼽을 정도다. 앞으로 14년 뒤인 2025년에는 한국의 1인당 국내 총생산, 즉 GDP가 미국과 캐나다, 유럽 주요국에 이어 8위로 올라선다는 전망도 있다. 2050년에는 미국-유럽과 유사한 수준이 될 것이라는 덕담 같은 예상이다.


빨간불 켜지는 한국경제
선방론과 함께 세계 경제현실은 냉정하다. 유럽 재정위기는 갈수록 악화되면서 유로존의 1-2위 국가인 독일과 프랑스 마저 위협받고 있다. 미국은 더블딥(double-dip, 이중침체)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S&P와 무디스 등 국제신용평가사들은 주요 국가와 은행들에 대한 신용등급을 잇따라 내리고 있다. 프랑스 최대은행인 BNP파리바는 주요 큰 손들의 뱅크런(bank run, 대규모 예금인출사태)을 겪을 정도다. 이런 와중에, 한국경제는 다행히도 실물지표에 이렇다할 변화가 없다. 하지만, 경기전망과 심리지표가 흔들리고 있다. 선진국 경기침체로 인해 수출둔화가 일어나고, 내수위축까지 겹치면 자칫 실물경제가 어두워질 우려가 높다. 여기에다, 원-달러 환율급등은 물가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환율 급등은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경상수지 흑자폭을 불리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물가에는 독약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오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8%포인트 상승한다. 파급시차는 짧게는 한 달에서 6개월 정도 걸린다는 분석이다.


암울해진 성장 전망
대내외 경제여건이 어려워지면서, 선진국은 물론 한국경제의 성장률 전망도 밝지 않다. 역시 한국은행에 따르면, 미국 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한국경제 성장률이 0.44%포인트 떨어지고, 경상수지도 33억 달러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세계경제 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한국의 경제성장률도 0.95%포인트 동반하락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당초 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5%내외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지난 6월 4.5%낮췄지만 최근 국제기구나 연구기관의 전망은 더 내려잡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 즉 IMF는 9월 20일 4.5%에서 4.0%로 대폭 하향했다. 다만, 기존의 4.3%였던 내년도 성장률은 4.4%올렸다. 그리고 아시아개발은행은 9월 14일 올해와 내년 전망치를 각각 4.6%와 4.3%로 내렸다. 국내 연구기관도 마찬가지다. 현대경제연구원은 9월 15일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4.3%에서 4.2%로 낮추고, 내년에는 올해 보다 더 낮은 4.0%에 그칠 것으로 봤다. 삼성경제연구소 역시 9월 21일 올해는 5.0%, 내년에는 3.6%로 전망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 가운데 가장 낮은 것인데, 내년에는 저성장의 위험이 그만큼 더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해법은 케인즈의 부활
선진국의 재정위기로 촉발된 금융위기는 당분간 근본해법을 찾지 못하고, 내년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세계 경제의 모멘텀(주가나 경기의 상승 또는 하락 추세)이 약화됨에 따라 대외적 노출도가 높은 우리나라 역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진단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110%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일어난 2008년 4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일본과 미국이 25%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우리 경제의 대외 의존도가 그만큼 높다는 의미다. 금융부문에서 외국인 비중이 높은 것도 잠재적 위험요인이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에서 외국인 비중은 리먼 사태(Lehman landslip,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 파산)를 계기로 28%까지 떨어졌다가 6월 말 기준으로 32%대까지 올라섰다.
이같은 경제 현실을 감안하면 자유방임 보다는 국가의 책임이 강조되는 케인즈(Keynes)의 해법을 적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와 투자, 즉 유효수요를 확보하기 위한 공공지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공동체 시장주의를 위한 제언
정치권에서는 이미 복지논쟁이 일어났고, 청년실업을 포함한 일자리창출 등의 이슈가 당장 10.26재보궐선거를 비롯해 내년 총선과 대선의 최대 화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슈선점을 위해 정책 대상 유권자를 대상으로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데, 여야 간 정책 논쟁을 보면 근본적인 차이점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제2의 세계적 금융위기 속에 우리나라의 거시경제지표는 비교적 좋은 편이다. 그러나 소득양극화로 대표되는 계층 간 격차는 갈수록 더 커지고 있다. 농촌 소득이 도시의 67%에 그치는 등 도농간 경제 소외현상도 심각하다.
이에 대한 정부 입장은 다르다. 올해 2분기의 소득 5분위 배율(5분위 계층의 평균소득을 1분위 소득으로 나눈 것)이 200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소득격차 완화추세가 계속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난 20년간 우리나라 중산층의 변화를 분석한 결과,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배 이상 늘었지만, 삶의 질은 악화됐다는 지적이다. 현대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중위소득 50% 이상 150% 이하의 중산층 비율은 1997년 74.1%에서 2010년에는 67.5%로 떨어졌다. 중산층 중 적자가구의 비중은 1990년 15.8%에서 지난해는 23.3%로 상승했다. 가계수지 흑자액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비율은 22.0%에서 17.9%로 하락했다. 가계부채와 준조세, 교육, 통신 등 경직성 지출 증가로 중산층의 소비여력이 위축된 것이다. 그래서 좋은 일자리를 늘려 가처분소득을 확대하고, 중산층의 계층 하락을 방지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최근 모 일간지에서 자본주의 4.0 운운하면서 따뜻한 공생 등을 얘기하는데, 원천적인 모순(矛盾)을 갖고 있는 사회적 화두 제시다. 기본적으로 자본은 시장주의를 구성하는 요소에 불과하다. 자본은 전통적으로 노동과 토지와 함께 생산요소 가운데 하나이다. 이점을 모르고 자본주의 4.0을 얘기하지는 않았을 것이지만, 제목에 담긴 인상도 그렇고, 그 내용을 봐도 개운치 않다. 기본적으로 시장주의로 가야한다.
시장주의로 가더라도 공동체 시장주의로 가야 한다. 유행어처럼 떠도는 생산적 복지와 함께 공동체 시장주의로 가야 민주주의와 함께 양대 수레바퀴가 제대로 굴러갈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