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호

    다시듣는 큰스님 법문
    이달의 법문
    화보
    구룡사 한가족
    다람살라소식
    불교와 탱화
    반야샘터
    금강계단
    불서
    절문밖 풍경소리
    경전이야기
    즐거움을 뿌려라
    영어로 배우는 경전
    건강한 생활

과월호보기

남편의 정년퇴임과 함께한 북유럽 여행기

최선옥
구룡사 불교대학 22기


남편이 퇴직한 후 마음을 다잡을 겸 덴마크와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러시아 등 북유럽 여행을 다녀왔다.
인천공항에서 9시간 30분 동안 중국과 시베리아 항공을 비행하여 핀란드 헬싱키 공항에 도착했다.
이들 세 나라는 주변 환경이 거의 비슷했는데, 환경과 건강을 위해서인지, 아니면 검소한 습관에서인지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 많았다. 경치 좋은 곳에는 작은 별장과 요트, 캠핑카가 즐비했다.
기온이 낮고 비가 오는 날이 많아 일조량이 적은 탓에 과일은 거의 수입하고 보리와 밀, 감자가 생산되는 정도지만, 동물이 살기에는 최적의 환경을 가지고 있어 동물들의 낙원이라고 불린단다.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개 공원이 따로 있을 정도다.
푸른 초원에서 양과 젖소가 한가로이 풀을 뜯는 모습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눈에 들어오기도 했다. 숲속에는 늘씬하게 자란 전나무와 자작나무가 많았는데, 목재의 품질이 우수하여 우리나라에서도 수입하여 유명브랜드의 침대를 만든다고 한다. 자작나무에서 추출한 자일리톨 껌의 원산지가 핀란드라고 하는데, 현지의 껌은 우리나라 자일리톨 껌보다 더 쫄깃쫄깃했다.
이들 나라들은 모두 국민소득이 우리나라의 2~3배가 되는 복지국가라고 한다. 국토에 비해서 인구가 적지만 이민자를 받지 않고, 대신 여러 나라에서 아이들을 입양한다고 한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입양되어 온 아기들도 많았는데, 현재는 그들이 성장해서 사회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등 활약이 크다고 한다. 특히 스웨덴으로 입양을 간 사람들의 2세가 고위층에 많다는 현지인 가이드의 설명을 들었을 때는 부끄러운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들이 물설고 낯선 먼 나라에서 얼마나 많이 울었을까를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했다.
날씨는 비 오는 날이 많고, 겨울이 긴 지리적인 자연환경 탓에 국민들이 독서를 많이 하고 고독을 즐긴단다. 이들 나라에 유명한 문학가와 연구원이 많은 걸 보면 자연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는 느낌이다. 노벨상 시상식장을 방문했을 때는 수상자들에 대한 존경심에 머리가 절로 숙여졌다.
가는 곳마다 오래된 물건과 건축물을 소중히 보존해 놓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덴마크의 코펜하겐에서는 안데르센 동화 ‘인어공주’를 테마로 만든 인어공주 동상이 있었는데, 그 곳 주변에는 많은 여행객으로 북적였다. 조그만 동상 하나가 큰 관광수입을 얻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우리도 타산지석으로 삼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핀란드 헬싱키에서 스웨덴 스톡홀름 구간의 스칸디나비아 지역을 운행하는 엄청나게 큰 배 안에는 위락시설과 쇼핑센터, 호텔 등이 잘 갖춰져 있었다. 실자라인 크르쥬를 타고 이동할 때는 유람선 옆으로 펼쳐지는 수많은 섬들이 황홀함을 느낄 정도로 아름다운 모습으로 눈에 들어왔다. 그 중 백야현상은 자연의 신비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하는 풍광이었다.
노르웨이에서는 비겔란 조각공원이 인상적이었다. 이 공원에는 인생을 테마로 한 조각품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인간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다. 조각상들이 너무나도 견고하고 상세하게 표현되어 있어서 징그러운 생각마저 들었다.
자연 경관을 보기 위해 독수리길, 게이랑에르, 칠자매폭포, 세계에서 가장 깊고 긴 송내피요로드, 여행자들에게 가장 사랑받는다는 플롬라인의 하일라이트 전설 속 요정이 나타나는 효스 폭포 등을 관람했다. 독수리길을 지나 게이랑에르에 도착했을 때는 어마어마하게 크고 높은 돌산과 산기슭의 폭포에 위압감마저 느낄 정도였다. 시커먼 계곡의 물살이 얼마나 거센지, 멀찍이서 지켜보고 있는데도 내 몸이 폭포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플롬기차를 타고 웅장한 산맥을 감상할 때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산꼭대기까지 올라갔는데 높은 산 위에 호수가 있고, 주변은 만년설로 덮여있었는데, 옥색의 빙하가 신비스러움으로 다가왔다. 그 눈이 녹아내려 폭포를 만들고 아름다운 피요로드(계곡에 모인 물)를 만들어낸 것이다. 스위스의 알프스보다 훨씬 더 멋있다는 느낌이다.
러시아의 쌍트 베쩨르부르크에서는 여름에 사용하던 여름궁전을 관광했다. 이 궁전은 여러 모양의 분수가 장관이었는데, 정원 또한 크고 아름다웠다. 겨울에 사용하던 겨울궁전은 현재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이 겨울궁전 역시 엄청나게 크고 넓었다.
박물관 내 모든 작품을 감상하려면 15년이 걸린다고 한다. 예술의 나라에 왔으니 발레공연을 보기로 했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관람했는데, 중간에 주위를 살펴보니 함께 간 일행 중 몇몇 남자들은 별 관심이 없는 듯 졸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입장료가 1인당 무려 20만 원이나 했는데, 돈이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그 유명한 볼쇼이발레는 너무 멋지고 황홀했다. 모스크바는 사회주의 국가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람들의 표정도 굳어있다는 느낌이었다. 앞서 여행한 북유럽 국가보다 모든 것이 뒤떨어져 있다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국토가 넓고 석유와 가스 매장량이 많아 발전 가능성이 많은 나라라고 한다.
음식은 고기와 다양한 햄, 치즈, 생선구이, 연어회가 주로 나왔는데, 생선회를 좋아하는 우리 아들과, 햄과 치즈를 좋아하는 딸이 생각나 음식이 목에 걸리는 느낌이었다.
이번 여행 중에 제일 인상 깊었던 나라는 노르웨이였다. 함께 여행한 일행 중 어느 분이 말하길, “노르웨이 경관이 너무너무 멋있어 이제는 내일 죽어도 여한이 없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정말 한 번쯤 가볼 만한 곳이라는 생각이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 선진문화에 대한 부러움도,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문화에 대한 경험도, 화려하고 웅장한 자연경관에 대한 경이로움도 맛보았지만, 한편으로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긍심을 새삼 가슴 저미도록 느꼈다. 유람선 객실에 엘지텔레비전이 걸려 있고, 모스크바 시내에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쌩쌩 달리고, 모스크바 공항 전광판은 엘지 제품, 텔레비전은 삼성 제품이 당당하게 걸려있었다. 국내에서야 아무런 감응으로도 다가오지 않던 모습들인데, 외국에 나와서 보자 왈칵 눈물이 먼저 쏟아져 나올 것같은 모습으로 다가오는 것을 보니, 나도 틀림없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에 나가면 모두가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했다.
그 동안 직장생활을 하느라 고단했을 남편과 함께 편안한 마음으로 해묵은 지난 이야기도 나누고 앞으로 함께 할 미래에 대한 설계도 세운 생애 최고의 즐거운 여행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