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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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행증’으로 읽는 화엄경 열 두 꼭지(11) 이해(4/6) 도솔천궁에서 하신 ‘발원’ 관련 법문

신규탁(연세대 철학과 교수)


1.
󰡔화엄경󰡕 총 39품이 크게 네 부분[分]으로 나누어진다는 이야기는 수없이 드렸다. 원체 방대하기 때문에 이렇게 나누어서 독서하지 않으면 이해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반복해서 말씀드리는 것이니 꼭 외워두시기 바란다.
네 부분이란, 첫째 ‘거과권락생신[信]분’, 둘째 ‘수인계과생해[解]분’, 셋째 ‘탁법진수성행[行]분’, 넷째 ‘의인증[證]입성행분’이다. 이것을 쉽게 우리말로 요약하면, ‘①믿음[信]-②이해[解]-③실천[行]-④체험[證]’이 된다.
절에 다니다보면 ‘신-해-행-증’이란 말을 많이들 들어보셨을 것이다. 처음에는 ‘믿음’을 내야하고, 다음에는 그런 믿음에 기초하여 불교 이론을 ‘공부’해야 하고, 다음에는 그 공부를 바탕으로 ‘실천’을 해야 하고, 마지막으로 스스로 ‘체험’을 해야 한다는, 그런 법문을 많이 들어보셨을 것이다.


2.
지난 8월부터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②이해[解] 부분, 즉 ‘수인계과생해분修因契果生解分’을 살펴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수인계과생해분’은 모두 세 단락(󰊱, 󰊲, 󰊳으로 단락을 표시하기로 함)으로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는 지난번에도 말씀드렸다. 이것도 암기해두시기를 권하면서, 간단하게 반복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단락에서는, ‘여래의 몸[身]’, ‘여래의 말씀[口]’, ‘여래의 뜻[意]’에 의지해서 수행하라는 법문이 진행되었다.
󰊲둘째 단락에서는, 어떤 수행을 해야 하는 지를 여섯 대목으로 설법하신다. 이 설법에 총 23품이 배정된다. ①첫째 대목에서는 보광명전에서 ‘믿음’을 설법하시고, ②둘째 대목에서는 도리천궁에서 ‘열 가지 마음먹기’ 관련 설법을 하시고, ③셋째 대목에서는 야마천궁에서 ‘수행과 관련된 이론’을 설법하시고, ④넷째 대목에서는 도솔천궁에서 ‘발원’ 관련 설법을 하시고, ⑤다섯째 대목에서는 타화자재천궁에서 ‘체험과 관련된 이론’을 설법하시고, ⑥여섯째 대목에서는 보광명전에서 ‘부처되는 일[成佛]’을 설법하신다.
󰊳셋째 단락에서는, 위의 󰊲에서 설법한 내용대로 수행을 하면 어떤 결과를 얻게 되는지를 설법하신다. 이 설법도 역시 보광명전에서 진행된다. 이렇게 하여, ‘①믿음-②이해-③실천-④체험’으로 구성되는 󰡔화엄경󰡕의 ‘②이해’에 해당하는 법문이 모두 마쳐지게 된다.


3.
돌이켜보면 ①의 ‘믿음’에 대해서는 8월에, ②의 ‘열 가지 마음먹기’에 대해서는 9월에, ③의 ‘수행과 관련된 이론’에 대해서는 10월에 강의했다. 이제 11월에는 ④의 ‘발원’에 관련해서 강의할 차례이다. 다시 다음 12월에는 ⑤ ‘체험과 관련된 이론’을 강의할 것이고, 내년 1월에는 ⑥ ‘부처되는 일[成佛]’을 강의할 예정이다. 독자 여러분들께 지금 우리가 어느 부분을 강의하고 있는지를 짐작하시기 바란다. 자, 그러면 이번 달에 설명할 ④넷째 대목으로 도솔천궁의 ‘발원’ 관련 설법을 강의하기로 한다.
설법하는 장소는 도솔천궁이다. 󰡔화엄경󰡕 설법은 장소를 바꾸어가면서 진행된다. 순서를 기억해두시기 바란다. ①보리도량→②보광명전→③도리천궁→④야마천궁→⑤도솔천궁→⑥타화자재천궁→⑦보광명전. 모두 일곱 장소이다. 여기에는 인도 사람들이 생각하는 우주관이 반영된 것이다.
인도 사람들은 예부터 높은 히말라야산맥을 보면서 살아왔다. 불교경전에서는 그 산을 설산雪山이라고 번역했다. 일 년 내내 언제 바라보아도 흰 눈이 보이기 때문에 그렇게 불렀던 것 같다. 이 산 밑에 사는 인도 사람은 이렇게 이해했다. 자신들이 현재 살로 있는 세상은 ‘욕망이 원동력이 되어 움직이는 세상’이라고 말이다. 이런 ‘욕계欲界’의 세상에서 지지고 볶고 그러면서 생로병사의 일생을 보낸다. 행복이란 순간이고 지난 기억들이었다. 
자신들이 사는 세상만 그런 것이 아니라, 히말라야산맥 꼭대기를 향해 점점 올라가더라도 정도 차이는 있지만 역시 욕망이 세상이 움직이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했다. 점점 그 산맥을 따라 높이 올라가면, 동서남북으로 네 명의 ‘천왕天王’이 지키는 ‘4천왕천’을 지나게 되고, 그곳을 지나 점점 더 산꼭대기로 올라가면 이제는 더 이상올라갈 곳이 없다. 하늘과 맞닿아있다. 이렇게 산꼭대기와 맞닿아있는 하늘에서부터 ‘도리천’이 시작되어 펼쳐진다. 더 올라가면 ‘야마천’, 더 올라가면 ‘도솔천’, 더 올라가면 ‘화락천’, 더 올라가면 ‘타화자재천’이 된다. 여기 까지가 ‘욕계’이다. 물론 더 올라가도 하늘은 계속되지만, 그곳은 욕망은 없고 물질만 있는 색계色界가 있다. 더 올라가면 물질조차도 없는 무색계無色界이다.


4.
대단한 상상력이다. 비록 상상이라고는 하지만 그 상상력 속에는 인생과 인간을 꿰뚫어 보는 지혜가 담겨있다. 세상 돌아가는 원천적인 ‘파워’가 욕망이라고 관찰하는 지혜말이다. 한 사례로 ‘화락천化樂天’을 보자. 이 말에 들어있는 ‘화’는 ‘변화’라는 뜻인데, 제 마음으로 상상해서 만들어낸 대상을 보고 사는 세상이라는 뜻이다. 이곳 사람들은 자신이 마음으로 만든 대상을 경계로 삼아, 그것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욕망을 채운다. 자기가 사랑하는 상대방을 마주보고 상상하는 것만으로 성 행위의 즐거움을 누린다고 한다. 참으로 묘한 인도인의 상상력이다.
이런 욕망으로 움직이는 세상살이 속에서 󰡔화엄경󰡕 총 39품의 설법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번 달에 보려는 <④‘발원’ 관련 설법>은 그런 욕망의 세계 중에 있는 ‘도솔천’에서 펼쳐진다.
‘도솔천’은 참으로 묘한 곳이다. ‘도솔천’ 위에 있는 하늘들 속에 사는 중생들은 욕정에 ‘들뜬 마음’이 많은데 비하여, 또 ‘도솔천’ 아래에 위치한 하늘들 속에 사는 중생들은 욕정에 ‘잠긴 마음’이 많다고 한다. 그런데 ‘도솔천’에 사는 중생들은 들뜨지도 잠기지도 않고, 안정적으로 다섯 가지의 욕망에 적절하게 만족한다고 한다. 그래서 수행하기 참으로 좋다고 한다.
이런 인도인들의 상상은 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적당한 욕망이 움직이는 곳이야말로 수행하기에 좋은 곳이라는 것이다. 식욕, 수면욕, 재물욕, 명예욕, 성욕, 이것이 다섯 가지 대표적인 인간의 욕망이다. 이런 욕망을 알맞게 잘 사용하는 곳이야말로 수행의 최상 환경이라는 것이다. 그곳이 바로 ‘도솔천’이다.


5.
‘도솔천’을 향하여 부처님이 올라가신다. 물론 이전에 모였던 모임 장소를 떠나시지 않은 채로 말이다. 도솔천 임금은 부처님께서 멀리 오시는 것을 뵙자 ‘마니장’이라고 하는 사자좌를 설치한다. 앞전의 모임에서 열 가지 수행에 관한 지견과 이해를 밝히셨기 때문에서, 「승도솔천궁품」과, 다음에 이어지는 「도솔천궁게찬품」에서는 10종의 회향에 관련한 발원을 설하실 준비를 마치신다. 
부처님께서 사자좌에 착좌하시자 큰 보살들이 구름처럼 몰려와 부처님께 예배하고,  ‘금강당 보살’을 필두로 부처님의 공덕을 게송으로 찬양하여 예배한다. 경학가들은 이상의 두 품을 ‘유치由致’, 다음의 「십회향품 제25」를 ‘정종正宗’이라 각각 과목 이름을 붙였다. 경전 읽기의 이정표가 된다.
드디어 <④‘발원’ 관련 설법>이 시작된다. 그럼 어떻게 발원하라는 말씀인가? 답변은 명확하다. ‘회향하라’는 것이다. ‘회향의 발원’이다. 󰡔화엄경󰡕이 지향하는 목표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십회향품 제25」의 내용을 요점적으로 소개하기로 한다.


6.
‘금강당 보살’이 부처님의 가피를 입어 ‘보살 지광地光 삼매’에 들어가서 부처님으로부터 한량한 지혜를 받고나서 삼매에 일어나 열 가지 ‘회향’을 설한다. 금강당 보살의 입을 빌려 비로자나 법신 부처님의 말씀이 세상에 나오는 형식이다.
먼저, 각 세 곳으로 회향할 것을 법문하신다. ①첫째는 대비심을 중생에게 베풀어 교화하기 위해서는 아래로는 중생들에게 회향하고, ②둘째는 위로는 보리를 구하기 위해 보리에 회향하고, ③셋째는 회향하는 사람이나 이치가 모두 고요하기 때문에 바다처럼 그지없는 수행으로 보현법계의 공덕을 회향한다. 그렇게 회향을 발원하라고 한다.
독자님들도 많이 들어보셨을 것이다. 축원할 때에 나오는 “회향삼처실원만” 말이다. 여기에 나오는 ‘삼처’ 즉 세 곳이 바로 위에서 말한 ①②③이다. 이어서 ‘열 가지 회향’을 조목조목 설하고 계신다.


1. 일체 중생을 구호하면서도 중생이라는 상相을 여의는 회향
2. 깨뜨릴 수 없는 회향
3.모든 부처님과 평등한 회향
4. 온갖 곳에 이르는 회향
5. 다함이 없는 공덕장 회향
6. 일체 평등한 선근에 들어가는 회향
7. 일체 중생을 평등하게 따라주는 회향
8. 진여의 모양인 회향
9. 속박도 없고 집착도 없는 해탈 회향
10. 법계에 들어가는 무량한 회향


이상의 10종의 ‘회향을 하겠다는 발원’이 법계에 충만하면, 결과적으로 일체 중생을 널리 구호하게 된다는 것이다.
중생 구호! 중생 구호! 이것이 화엄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