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권수 대불련 지원협력간사
불교계가 몇 년 전부터 다문화사회에 급격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불교계가 이렇게 관심을 보이고 다양한 활동을 펼쳐가는 이유는 뭘까? 그리고 관심이 있고 활동이 진행되고 있는데 관련 활동가들이 부족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니 이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을 해 보자. 불교계가 왜 다문화사회에서의 역할을 고민해야 하는 걸까? 부처님 가르침 중 ‘너’와 ‘나’는 둘이 아니다는 불이사상과 중생의 괴로움을 자신의 괴로움이라 생각하는 동체대비(同體大悲)의 정신에서 답을 찾았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  만으로는 어딘지 부족하다. 불교계 대표 다문화사회 관련 단체인 마하이주민지원단체협의회 남춘호 팀장은 “가장 먼저 불자들 개개인이 왜 이들을 도와야 하는지 고민하고 답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벤트성 행사에 사찰 스님들과 함께 와 스님들이 ‘보시’라고 하니까 내는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것. 부처님 가르침을 넘어 스스로 질문 후 답을 내리고 행동으로 옮겨야 적극적인 관심을 보일 수 있다는 건 당연한 것이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08년 ‘지방자치단체별 외국인주민 현황’에 의하면 한국사회에 머무르고 있는 외국인과 이민자 수는 891,341명이다. 주민등록인구 49,355,153명의 1.8%에 달하는 수치다. 이 통계에는 불법체류자, 북한이탈주민, 주한미군 관련 혼혈인 등은 포함되지 않으므로, 국내 거주 외국인 수는 그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외국인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 등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이같은 추세가 지속될 것은 확실하다. 그 결과 다문화사회화의 정도는 점점 심화될 것이며, 다문화가정 내 가정폭력, 인신매매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이지고 있는 것이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 교수는 2009년 7월 조계종사회복지재단 불교사회복지연구소에서 발간한 불교사회복지연구 제7호에 올린 ‘한국의 다문화사회 정책동향과 미래의 대응방안’ 논문에서 “현재 이 상황에서 정부가 어떻게 이민정책을 수립하여 대처하는가에 따라 기회를 극대화할 수도 있고, 위기를 심화시킬 수 있는 갈림길에 서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부의 정책은 큰 강물의 줄기를 잡아주는 것이다. 그 줄기에 따라 물길이 곧게 갈 수도 있지만 구불구불 굽이쳐 갈 수도 있다. 또 협곡이 만들어 질 수도 있고 호수와 같은 정체 공간이 만들어 지기도 한다. 이런 큰 물줄기를 미세하게 잡아주고 보조해 주는 것이 산하단체 또는 관련 NGO(비정부기구), NPO(비영리조직) 단체들이다. 불교계 단체들 역시 NGO 또는 NPO에 속한다. 그럼 정부의 정책에 따라 불교계가 나아갈 방향은 어디인가? 남춘호 팀장 등 관련 활동가들은 ‘인식개선 캠페인’을 꼽는다. 앞서 말했듯 한국사회는 다문화사회로 치닫고 있다. 외국인노동자나 결혼이주여성 등은 점차 증가할 것이다. 이는 한국사회의 경제성장으로 3D산업과 농·어촌 등에 관심을 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력이 부족한 3D산업체, 결혼 할 사람이 없어 ‘노(老)’자 앞에 붙는 청년 등 이들을 구제해 줄 사람들이 바로 외국인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인 것이다. 남 팀장은 “우리가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주’는 특이한 것이 아니라 인류가 생겨나면서 있어왔던 보편적인 것”이라고 설명하며 “한국에 들어오는 외국인들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한다. 한국사를 조금만 되짚어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도 과거에 하와이나 독일 등으로 이주노동자로 갔던 역사가 있다. 하와이나 독일 등으로 이주노동을 갔던 우리 아버지·어머니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며 안타까워하고 가슴 아파하던 우리들의 그때 그 심정은 어디로 갔는가? 최근 베트남 여성이 결혼이주여성으로 한국에 온지 7일 만에 시체가 돼 고국으로 돌아갔다. 이외에도 사기결혼으로 인한 인신매매, 가정폭력 등과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임금체불, 감금, 폭행 등의 뉴스를 볼 때마다 씁쓸해지는 심정이다. ‘오리엔탈리즘’이란 말을 들어 봤을 것이다. 원래 유럽의 문화와 예술에서 나타난 동방취미(東方趣味)의 경향을 나타냈던 말이지만, 오늘날에는 제국주의적 지배와 침략을 정당화하는, 서양의 동양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태도 등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고 있다. 한국은 해방 이후 미국의 원조를 받아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뤘다. 이로 인해 한국 사람들은 서구식 시각과 정서에 많은 부분 녹아 있다. 겉모습만 동양인이라는 말도 한다. 최근 한국에서 발생하는 다문화사회 문제들을 바라보면 이 ‘오리엔탈리즘’이 재구성돼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닌 가 우려될 정도다. 불교계는 다른 종교계나 단체들에 비해 뒤늦게 다문화사회 관련 활동에 뛰어들었다. 전체적인 틀을 만들지 못하고 좇아가기 바쁜 것은 아닌가 싶다. 전체적인 틀은 스님들을 비롯 사부대중 전체의 인식개선이 우선이다. 또 부처님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외국인들을 끌어안고 국민들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는 다른 측면에서 바라보면 국익을 선양하는 것이고 한국불교를 세계화 하는 초석이다. 외국인노동자들이나 결혼이주여성이 한국에 대한 인식이 좋다면 어떻겠는가. 한국 물건을 살 것이고 고국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알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또 한국불교를 알리는 포교사가 될 것이다. ‘불성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 여러분도 부처님의 제자입니다’ 등의 표어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벤트적인 행사보다 그들의 아픔을 보듬고 그들을 똑같은 불제자로 바라보는 시각을 갖고 대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 전국 사찰에 위 표어와 같은 내용으로 현수막을 동시에 내건다면 어떨까? 관련단체 활동가들은 1~2명이 모든 것을 해야 하는 열악한 환경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마하이주민지원단체협의회의 경우 남춘호 팀장 혼자 사무국에서 상근하고 있다. 활동가에 대한 고민 속에 더 이상 늦추면 안 되겠다 싶어 최근 전문자원봉사자양성과정을 신설할 계획이라고 한다. 부처님은 사부대중의 화합을 중시했다. 누구에게나 불성이 있다고 천명했다. 또 전도선언을 통해 “많은 사람의 이익을 위하고 많은 사람의 행복을 위하고 세상을 연민하고 신과 인간의 이상과 이익과 행복을 위하여 유행을 떠나라”고 제자들을 부촉했다. 한국불교가 세계화를 꿈꾼다면, 함께 힘을 모아 낮은 곳에서 높은 곳까지 자비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 관세음보살의 화신이 돼 다가가야 할 것이다. 부처님이 전도선언에서 제자들에게 부촉한 것은 지금까지도 유효한 것이다. 불교계가 하나 돼 다문화사회화 된 한국에서부터 부처님의 부촉에 따라 유행을 떠나길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