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립 연꽃어린이집 제공
만 1세 한참 뛰고 웃고 옹알옹알 말도 제법 할 줄 아는 귀엽고 사랑스런 시기의 자비반 친구들. 이렇게 사랑스런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들은 정말 행복하다. 자비반 친구들에게는 매일매일 세상과 만나는 시간이 흥미롭고 소중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흥미를 보이는 활동은 따로 있다. 바로 매달 특별하고 재미있는 가루나라로 여행을 떠나는 일이다.
가루나라 여행을 떠나는 날에는 항상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던 교구장들이 옮겨지고 교실 바닥에는 커다란 비닐이 깔린다. 그것만으로도 교실의 분위기는 평소와 달라진다. 놀이할 준비를 마친 교실을 보며 아이들이 궁금증 어린 눈으로 선생님에게 다가와 아직 정확하지 않은 발음으로 물어본다.
“선생님~ 오늘은 무슨 놀이해?”
“우와~ 가루놀이 하는 날이네~”
“지난번처럼 밀가루 놀이인가?”
아이들이 놀이를 할 때 더 흥미를 갖고 즐겁게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놀이 시간 전까지 활동자료와 가루친구는 절대 비밀이다.
하나, 둘 친구들이 모두 등원하고 드디어 놀이시작 시간!!
선생님 등 뒤에 감춰진 가루에 아이들의 온 시선이 집중된다.
“이번에 만날 가루 친구는 어떤 친구일까? 우리 한번 맞춰볼까요?”
선생님의 퀴즈에 집중하는 아이들…
“이 가루의 색깔은 어떤 것 같니?”
“음~ 하얀색~”
“이 가루에서는 어떤 냄새가 날까?”
이렇게 퀴즈를 맞춰보는 사이 아이들은 눈으로 보며 색깔도 탐색해보고 냄새도 맡아보고 자연스럽게 언어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해 볼 수도 있다. 아직 언어 표현이 어려운 아이들은 친구들의 이야기와 선생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집중하는 모습이 정말 사랑스럽다.
간단한 탐색활동과 활동자료 소개가 끝나면 즐겁고 안전한 놀이를 위해 아이들과 약속을 정한다. 처음 가루 놀이를 시작 할 즈음에는 선생님이 놀이할 때 어떤 약속을 지켜야 하는지 주도적으로 이야기 했지만 1학기 때부터 매달 하다 보니 이제 아이들도 어떤 약속을 지켜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친구에게 던지면~ 친구 눈이 아파요.”
“친구를 밀면 안 돼요.”
놀이를 하다보면 금세 잊어버릴 수도 있는 약속들이지만 절대 지키겠다고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하는 아이들을 보면 너무도 귀여운 모습에 웃음이 난다.
선생님이 가루를 교실 바닥에 흩뿌려주는 순간 아이들이 “와~!”하며 자연스럽게 놀이가 시작되었다. 이번 가루 놀이의 주제는 빵가루. 그 동안 밀가루, 콩가루, 전분가루 등 다양한 가루 친구들과 만나게 되었었는데 이번엔 그보다 입자가 큰 빵가루 친구를 만나게 되었다. 
빵가루에 대한 아이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바짝 말린 식빵을 보여주고 방망이로 빻아보거나 채에 갈아 보며 이렇게 빵이 가루가 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선생님이 하는 모습을 보고 자신감이 생겼는지 선생님 두 손에 들려 있던 마른 식빵과 방망이를 바로 가져간다. 선생님이 했던 모습을 따라 바닥에 마른 식빵을 놓고 방망이로 있는 힘껏 내려쳐보고 부서지는 식빵을 보며 나도 선생님처럼 할 수 있다는 성취감에 친구들과 선생님에게 활짝 웃어 보인다. 친구의 모습을 보고 나서 너도 나도 자신감이 생겼는지 그 때부터 마른 식빵과 방망이의 인기가 높아졌다.
“선생님~ 나도 빵 주세요~”
“방망이도 주세요~”
역시 이 시기에는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이들의 이해를 돕는데 좋은 것 같다.
빵가루와 소꿉놀이 장난감이 모이니 자연스럽게 요리활동이 이루어졌다. 빵가루가 가장 많이 모인 자리에서는 서로 더 많이 담겠다고 그릇 쟁탈전에 숟가락 쟁탈전이 한창이다. 그래도 약속 한 것이 있어서 쉽게 친구를 때리지는 못하고 누군가 한 명이 포기하거나 양보를 하고 어떤 친구는 울고 있는 친구에게 다른 그릇을 찾아 건네기도 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럴 때 정말 ‘많이 컸구나!’ ‘뿌듯하구나!’ 하고 느낀다.
아이들은 놀이를 하면서 배운다는데 교사 생활을 하며 ‘그것은 진리였다.’란 생각이 든다. 어린 나이에 일찍 어린이집에 와서 작은 사회이지만 이런 생활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아직 자기중심적인 생각이 가득할 시기에 어쩔 수 없이 양보라는 것을, 친구를 어떻게 대해야 한다는 것을, 나만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을, 일찍이 배워가는 모습을 보면 때때로 안쓰러울 때가 있다. 그래서 교사들도 가르치려 하기보다 이렇게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알아 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어른들이 보기엔 그냥 놀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이들의 눈으로 보면 그 놀이 안에서 협동, 양보, 배려심, 수개념, 언어 등 다양한 영역의 부분을 알아가고 배워가고 성장한다. 그리고 그렇게 배워가는 것이 혼을 내거나 언어로 아이에게 설명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고 아이도 이해하기가 쉽다는 것을 오늘 활동을 통해 다시 한 번 느껴본다.
아이들이 빵가루 탐색을 자유롭게 하는 사이 선생님은 특별한 활동으로 고구마 경단 만들기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열심히 놀던 아이들도 선생님의 바빠진 움직임에 시선이 집중되었다. 선생님 책상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궁금한 것들에 대한 질문을 쏟아낸다.
“선생님~ 이게 뭐야?”
“한번 먹어볼래?”
“아니야~”
한입 건네주었는데 평소 보던 고구마가 아니어서 그랬던지 얼굴을 찌푸리는 아이들…. 예상치 못한 난관이 찾아왔다. 관심은 있는데 질척질척한 느낌에 거부감이 드는 모양이다. 아이들과 가루 놀이를 하다 보면 항상 이렇게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난관이 찾아오곤 했었다. 이번에 이 난관을 넘기기 위해 선생님들이 먼저 먹어보고 활동을 유도해보았지만 벌써 생각주머니가 많이 자란 아이들은 쉽게 설득되지가 않는다. 그래서 평소 가루 놀이 활동에 적극적이고 식욕도 좋은 친구를 초대해서 함께 활동하고 먹어보고 또 서로 먹여주며 활동을 시도해보았다. 또래 친구가 인증하고 나니 그제서야 의심을 풀고 책상 앞에 앉는다.
학기 초 처음 가루놀이를 할 때 아이들이 가루에 대한 거부감을 보여 걱정이 많았는데 그래도 지금은 가루를 절대 손으로 만지지도 못하던 아이가 잠깐 손으로 만졌다가 손을 털고는 다시 시도해보는 모습으로 변하고 발로 밟아보기도 어려웠던 아이가 성큼성큼 가루놀이 영역에서 자유롭게 놀이하기도 한다. 하루아침에 이런 변화는 꿈도 꾸지 못했다. 한 달에 한번 뿐이지만 차츰차츰 아이들도 이것이 놀이라는 것을, 이렇게 놀이할 수도 있다는 것을, 만져도 괜찮다는 것을 알아가게 된 것이리라. 물론 환경 변화에 민감한 아이들은 아직도 울음을 보이거나 저 멀리 가루가 없는 쪽에 앉아 있지만 살펴보면 친구들이 어떻게 놀이하고 있는지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2학기 말쯤 아직 놀이에 대한 탐색이 끝나지 않은 이 아이들도 스스로 안심할 만큼 탐색이 끝나면 즐겁게 놀이에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빵가루로 요리도 하고 눈처럼 뿌려도 보고 고구마 경단도 만들어 보고 이제 준비한 모든 활동이 끝났다. 아쉽지만 가루나라 여행을 이제 마쳐야 할 시간이다. 아이들과 간단하게 이야기 하며 평가를 해본다.
“얘들아~ 오늘은 우리 무슨 가루친구와 만났었나요?”
“빵가루~!”
“가루친구와 재미있게 놀았나요?”
“난 더 놀고 싶어요.”
“다음번엔 더 재미있는 가루친구를 선생님이 데려올게요~”
처음에는 설렘이 그 다음엔 즐거움이 그리고 그 다음엔 아쉬움이… 오늘의 가루 나라 여행은 이렇게 끝이 났지만 다음 달에 설레임을 가져다 줄 가루 나라 여행이 또 기다려진다. 그것은 선생님들도 우리 자비반 친구들도 같은 마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