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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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보살도 몸으로 실천

김장담그기 그 3일간의 이야기

이범관
부다TV 팀장 / PD


의식주(衣食住). 입고, 먹고, 사는데 있어서 먹는 것만큼 중요한 일도 없을 것이다. 일단 뭘 먹어야 입든 살아가든 하기 때문이다. 먹어야 하는 음식 중 그 대표적인 음식이 바로 김치인 것이다.
한국인의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반찬 김치! 밥을 먹을 때, 라면을 먹을 때, 짜장면을 먹을 때도 김치는 있어야 한다. 그리고 해외여행을 갈 때도 김치는 꼭 싸간다.
정말 김치 없이는 못사는 것일까?
김치를 얼마나 좋아 했으면 이런 노래도 나왔을까!
“독도는 우리 땅”을 부른 가수 정광태의 노래 중 일부이다.


노래명 : 김치 주제가


만약에 김치가 없었더라면
무슨 맛으로 밥을 먹을까
진수성찬 산해진미 날 유혹해도
김치 없으면 왠지 허전해
김치 없이 못 살아 정말 못 살아 (쨔)
나는 나는 너를 못 잊어 (쨔쨔쨔)
맛으로 보나 향기로 보나 빠질 수 없지(쨔)
입맛을 바꿀 수 있나
그 외 변집섭의 노래 가운데 “희망사항” 노랫말 중 김치 볶음밥을 잘 만드는 여자 등 ….
진수성찬 산해진미가 날 유혹해도 김치가 없으면 왜 이렇게 허전한 것일까? 정말 김치가 없으면 무슨 맛으로 밥을 먹어야 하는 걸까?
김치의 종류는 만들기 나름인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김치의 종류는 약 23가지 정도가 된다. 배추김치, 나박김치, 보김치, 섞박동치미, 백김치, 보쌈김치, 동치미, 채깍두기, 총각무김치, 무짠지, 열무김치, 부추김치, 갓김치 등등 ….
그러면 김치는 왜 담가서 먹는 것일까?
김치를 담그는 것은 채소를 오래 저장하기 위한 수단이 될 뿐 아니라, 이는 저장 중 여러 가지 미생물의 번식으로 유기산과 방향(芳香)이 만들어져 훌륭한 발효식품이 된다. 김치는 각종 무기질과 비타민의 공급원이며, 젖산균에 의해 정장작용(淨腸作用)을 하고 식욕을 증진시켜 주기도 한다. 그리고 김치가 항암효과를 지니고 있다는 것은 이미 밝혀진 사실이다. 김치는 정말 대단하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을 추수가 끝나고 24절기 중 입동이 지난 후 김치를 담그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김장김치이다.
김장하기 좋은 시기는 구룡사와 여래사가 우리나라의 중부지방에 위치하기 때문에 보통 11월 중순경에 담그는 게 좋은데, 요즘은 예전과 달리 일반 가정이나 사찰에 냉장고가 있어서 좀 더 일찍 담근다. 원래 김장김치는 하루 최저기온이 섭씨 0℃ 이하로 떨어지고, 평균 기온이 4℃ 이하로 유지되는 시기에 담그는 것이 가장 좋다. 그렇게 담근 김장김치는 3~5℃ 상온에서 2~3주 정도 지나면 제대로 김장김치의 맛을 느낄 수 있게 된다.
그럼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여래사 김장김치 담그기 3일간의 그 이야기를 들여다 보자.


김장하기 첫째 날!
2011년 11월 14일 월요일 새벽! 다소 쌀쌀한 날씨!
오늘은 여래사 김장하기 그 첫 번째 날로, 충북 제천 부처님마을에서 배추를 뽑고 여래사로 실어 나르는 날이다. 5시 50분이 되자 한 불자 한 불자가 버스에 오르기 시작한다. 느낌이 좋았다. 불자들이 많이 올 것 같았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했던가. 불자들이 많이 동참해야 그 만큼 배추 뽑을 때 힘이 덜 든다. 그러나 그 느낌은 빗나갔다. 출발 할 때 보니 버스에 승차할 수 있는 인원이 45명인데, 그 반도 안 되었다.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괜히 동참했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필자와 동참을 한 불자들도 그런 생각을 가졌을 것이다. 그러나 물은 이미 엎질러진 상황!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순간 번뇌와 망상이 쌓이기 시작했다.
그냥 단순해지는 것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누군가가 힘들고 착한 일을 해야 한다면 내가 먼저 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바로 부처님의 가르침인 보살행을 실천하는 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
이른 새벽 피곤한 몸을 버스 등받이에 맡긴 채, 3시간 만에 제천 부처님 마을에 도착했다. 그 시각이 아침 9시 20분경!
제천 부처님 마을에 도착하기 전 허기진 민생고를 해결하기 위해 원주 치악휴게소에 들러 감자와 따끈한 오뎅국물로 간단히 아침을 해결했다. 잠시 후 구룡사 버스도 치악휴게소에 들어왔다. 구룡사 역시 동참 인원이 많지 않았다. 배추 뽑는 일이 힘든 일이어서인지 모르겠으나 구룡사 역시 동참자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또 머릿속이 번뇌와 망상에 쌓이기 시작했다. 다시 다짐했다! 단순해지자.
다른 불자들도 필자와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다.
아침을 간단히 해결한 후 구룡사와 여래사 불자들은 같이 버스로 이동해 부처님마을로 향했다.
9시 20분부터 불자들은 초록색으로 물든 배추 밭에서 잘 자란 배추를 한 포기 한 포기 정성을 다해 뽑기 시작했다. 전에 비해 배추 속이 꽉 차보였다.
배추 뽑기 전 구룡사 화곡동 보살님이 초록색으로 물든 배추밭을 돌아다니며 여기는 구룡사 것, 여기는 여래사 것, 여기는 장안사 것이니 다른 배추 밭은 손대지 말고 지정해준 것만 뽑아 가라고 말씀하신다. 화곡동 보살님이 얘기하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안 하면 나이불문하고 혼을 내신다. 배추 뽑을 때, 감자 캘 때, 고구마 캘 때 화곡동 보살님의 위력은 참으로 대단해 보인다.
약 40여 분간 배추와 달랑무우를 뽑고 나서 드디어 화물차에 실어 나르는 일만 남았다. 참고로 여래사는 해마다 1톤 화물차 2대 분량으로 배추를 싣는다. 그 배추양만 1,500포기이다.
화물차에 배추를 실을 때에는 일렬로 길게 줄을 서서 연탄 나르듯 전달 전달해야 힘이 들지 않는다. 어떤 일이든 하다보면 요령이 생기는 법.
정말로 구룡사, 여래사 불자들은 배추 나르기의 달인이라고 표현해도 개그맨 김병만이 뭐라고 얘기 할 수 없을 것 같다.
배추를 한 포기 한 포기 전달하면서 불자들은 많이 웃고 웃긴다. 배추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배추를 농구공처럼 던져주고 받고 그리고 받지 못해 땅에 떨어뜨리고, 늦게 주면 뭐라고 하고…. 참으로 웃지 못할 상황들이 많이 펼쳐진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는 법!
그러나 일하면서 구룡사 불자든 여래사 불자든 화를 내는 사람은 없다. 배추 울력봉사의 인연이 무엇인지?
그런데 배추를 옮기고 전달하는 한쪽에서 야단법석이 일어났다. 다가가서 이야기를 들어봤다. 별 이야기는 아니었다.
이야기의 내용인즉,
“나는 감자 캘 때가 쉬워! 나는 고구마 캘 때가 쉬워! 나는 배추 뽑을 때가 힘이 안 들어!” 하는 내용의 이야기였다. 농사일이 힘 안 드는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자기 자신이 마음을 내어 봉사하고 좋아하면 힘든 일이라도 즐거운 법이다. 뭐든지 원력을 세워 발심해 성취를 이루면 환희심이 일어나는 것처럼….
배추를 화물차 두 대에 다 옮기고 점심공양을 해야 하는 시간이었다. 그 시각이 12시30분!
점심공양을 맛있게 한 불자들은 아직 배추를 다 못 실은 구룡사를 도왔다. 구룡사는 화물차 5톤 트럭 분량으로 여래사의 두 배 정도는 실었다. 역시 큰집의 큰살림인 모양이다.
배추와 달랑무우를 화물차와 버스에 다 싣고 이제 여래사로 떠나야 한다. 개울가에서 신발에 묻은 흙을 물로 씻어내고 손을 씻어내자, 아침에 동참자 인원이 적어서 걱정하고 머릿속이 복잡했던 일들이 모두 사라졌다. 해탈을 했다고나 할까? 참 오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배추를 화물차로 올려 보낸 후 여래사로 떠난 시각이 오후 1시 30분!
오는 길에 상조회장님이 강냉이, 엿, 과자를 보시해서 맛있게 먹었다. 누군가를 위해서 베풀고 보시하는 마음은 참으로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바로 부처님의 자비를 실천하는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먹고 난 후 피곤한 몸을 의자 시트에 기대고 2시간 동안 깊은 명상에 들은 채 여래사로 돌아왔다.
배추를 싣고 버스보다 먼저 출발해서 도착한 화물차는 여래사 지하 2층 주차장에 배추를 내려 놓았다.
이 배추들이 내일 소금에 절일 배추 1,500포기이고 여래사 대중들이 겨울 내내 아니 봄까지 먹어야 하는 김장배추인 것이다.


김장하기 둘째 날!
2011년 11월 15일 화요일이 밝았다.
오전 9시가 조금 넘자 4층 법당에서 부처님 전에 기도를 올린 불자들이 한 분 한 분 지하 2층 주차장에 모이기 시작했다. 어제 배추 뽑으러 갔을 때 동참한 불자들도 보였고, “나는 배추 절이는데 선수다! 달인이다!” 하는 불자들도 많이 나오셨다. 사실 배추를 절일 때는 많은 인원은 필요 없다. 배추 절이기 특공대 15명만 있으면 충분하다. 그러나 무슨 일이든 많으면 많을수록 빨리 끝낼 수 있고 힘든 일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게 좋다.
지하 2층 주차장에는 배추를 절이기 위한 용구들이 즐비했다. 빨간색 고무다라, 칼, 도마, 소금, 소쿠리, 소방용 호스 등….
양손엔 빨간 고무장갑 끼고, 앞에는 방수 앞치마를 착용한 채 그야말로 배추 절이기 울력준비 태세에 돌입했다.
일단 배추를 절이려면 두 팀으로 나누어야 한다.
한 팀은 배추의 누런 겉잎은 떼어내고 그 다음 칼로 배추 밑둥으로부터 칼집을 10cm 넣고 배추를 양손으로 잡아 벌려서 두 쪽을 내야 한다. 그래야 손실이 없다.
그리고 다른 한 팀은 쪽을 낸 배추를 간수 맞춘 소금물에 담갔다가 절임용 통에 담고, 절인 배추 위에 소금을 조금씩 뿌려주면 된다.
배추 절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물에 소금물을 얼마나 넣고 간수를 잘 맞추느냐, 그리고 절임용 통에 배추 위에 소금을 얼마만큼 잘 조정해서 넣느냐에 따라 김장김치가 짤 수도 있고 싱거울 수도 있다. 모든 것이 적당하면 좋은데 양이 넘치면 안 좋기 마련이다.
필자도 작년에 집에서 담근 김장김치가 너무 짜서 먹지 못하고 버린 경험이 있다. 절인 배추가 짠지, 안 짠지는 내일 배추 씻을 때 보면 된다.
오전 9시 30분부터 시작된 배추 절이기는 오후 12시 30분에 마무리 됐다. 이대로 내일 아침까지 놔두면 된다.(배추 절일 때는 한 번은 뒤집어주어야 한다.)
점심공양을 한 후에는 내일 김장김치에 들어갈 속 버무릴 양념준비를 했다. 절에서는 김치와 다른 음식에 들어갈 양념에 오신채를 안 쓰기 때문에 특히 김장김치에 들어가는 양념에 신경을 써야한다.
이번 김장김치 속에 버무릴 양념에는 고춧가루, 생강, 물엿 등 약 6가지의 양념이 들어갔다.
맛을 한번 보았다. 처음 먹어보는 맛이었다. 이런 배추 속 양념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올해 김장김치는 맛있을 것 같다.


김장하기 셋째 날!
2011년 11월 16일 수요일. 어제 보다는 다소 날씨가 풀렸다.
2일 동안 김장담그기 봉사를 한 불자들의 모습은 역시 아니나 다를까 약간 피곤해 보였다. 한 불자에게 물어 보았다.
“오늘은 좀 쉬시지 안 나오셔도 되는데요.”
“2일 동안 봉사 했는데 1일 더 못하겠어요? … 마무리 회향이 중요하지요. …”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은 즐겁다고 하셨다.
그렇다. 뭐든지 시작이 있으면 마무리가 있듯이 아름답게 회향할 줄 아는 사람이 이 세상에서 가장 예뻐 보인다. 순간 몇몇 보살님들이 떠올랐다. (정00, 법00, 길00, 지00, 여00, 대00보살님 등등)
9시가 조금 넘으면서 법당에 기도한 후 불자들이 어제 같이 김장담그기 울력준비 태세로 돌입했다. 어제 보다는 많은 불자들이 모였다. 모인 불자만 70명쯤 되어 보였다.
김장김치를 만들기 위해선 우선 절인 배추를 깨끗이 씻어야 한다.
배추를 씻기 위해서 고무항아리 4통을 일렬종대로 놓고 순서대로 1번, 2번, 3번, 4번 고무항아리에 있는 물로 배추를 옮기면서 씻어내야 한다. 작은 흙도 배추 속에 들어있지 않게 해야 한다. 그래야 먹을 때 행복하다. 돌이라도 씹게 되면….
그 다음은 깨끗이 세척한 절임배추의 물기를 빼야하고 배추 밑단을 칼로 잘라내야 한다.
이 쪽 저 쪽에서 보살님들이 난리다. 양념을 더 달라! 배추 갖다 달라! 물 좀 바꿔 달라! 시끌벅적한 김장담그기 진풍경이 여래사 지하 2층에서 연출되고 있었다. 의자가 모자라서 밥솥을 의자로 삼아서 일하는 보살님도 계셨다.
그 다음은 절인 배추에 어제 만든 양념을 배추 속에 넣어 버무리면 된다. 1,500포기나 되는 김장을 언제 하려나 했더니 많은 불자들이 동참해서인지 오후 2시 5분에 마무리 됐다. 역시 많은 인원이 하다보니 빨리 끝날 수 있었다. 절임배추 속을 하나 뜯어 양념과 함께 먹어 보았다. 정말 다른 데서는 맛을 볼 수 없는 맛이었다.
김장김치를 하얀 박스용기에 넣어 -1℃에 맞추어 보관하면 발효와 숙성을 거쳐 우리 몸에 유익한 효소가 듬뿍 들어간 맛 좋은 김장김치가 되는 것이다. 이 냉장고에만 김장김치 박스 130여개가 들어 갈수 있다고 한다. 12월이면 대중공양 시 먹을 수 있을 것이다.
김장김치를 담그기가 끝난 후 물청소가 한창이다. 배수구가 막히지 않게 하기 위해서 배추 절일 때 남은 배추 겉잎 쓰레기를 치워야 한다.
하수구가 막히면 안 되기 때문이다. 바닥에 있는 고춧가루와 소금기를 제거하기 위해서 물청소는 필수인데….
올해는 보살님들이 손수 해주었다. 작년만 하더라도 남자 불자들과 직원들이 했는데, 올해는 보살님들이 해주니 1시간 정도 빨리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청소용역업체 분들도 보면 놀랄 정도다.
여래사 보살님들은 시키든 안 시키든 알아서 척척 잘 한다. 최후까지 남아서 물청소 해주신 보살님들이 여래사 보살 특공대라고 표현해도 과언은 아니다.
다 끝난 줄 알았더니 지하 공양간에서는 남은 배추 잎을 가지고 뜨거운 물에 배추를 삶고 있었다.
이유인즉 볕에 말려서 된장국 용 시래기를 만든다는 것이다. 배추는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
삶은 배추 잎을 소쿠리에 담아 여래사에서 제일 높은 곳, 볕이 제일 잘 드는 곳, 옥상에 너는 것으로 2011년 김장김치 담그기는 회향되었다.
끝까지 남아서 마무리 해주신 불자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그렇게 3일 간의 대작전을 마무리한 시각이 2011년 11월 16일 오후 4시 40분.
이번 김장김치 담그기 울력봉사에 애써주신 불교대학 각 기수와 각 신행단체 불자님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여러분들이 있어! 여래사가 부처님 품안에서 날마다 행복한 나날을 보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모두들 성불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