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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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현담스님


드디어 기차가 천천히 멈춰선다
여기가 그 끝이라는 곳인가
아직 파도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내가 가지고 온 바이올린은 이제 버려야한다
G선에 서 있는 음계들 오래전에 각오한듯 하나씩 물러난다
하얀 손짓처럼
이제 그만이라고 말하는 갈매기 그림이 보인다
내 힘 밖의 아니
나의 힘으로는 감당하기 힘들었던
밤들처럼 이제
경계는 없고 아슬아슬한 작두타기도 없다
많은 풍경 담아왔어도
옮겨놀 화폭은 가져오지 못했다
공기도 맑고 여기는
먹을 것도 많을 것 같다
아끼던 식기며 식탁들 다 버려두고 왔는데
아직 가지고 있는 무엇이 있을까
플렛폼을 빠져나가는 긴 차량들처럼
집으로 가는 사람들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여기까지 와서
이제 뒤도 없고 먼 앞도 없다
처음 나서는 사람처럼
아침에는 제법 바쁘게 서둘렀어도
돌아보면 오래 걸리지도 않았던 것 같은데
갑자기 G선 위에 서있는
나보다 먼저 사라진 음계들 실고
기차는 나 아닌 어느 먼 바다로 떠나고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