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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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서禪書로 마음의 휴식을, 삶의 에너지를 충전하라

사기순
민족사 주간


여느 해보다 일찍 찾아와 오랫동안 머물고 간 장마철이 지나면 불볕더위가 시작될 것이다. 높은 습도로 인해 몸과 마음이 축축 늘어지기 십상인 장마철도 괴롭지만, 찜통더위의 괴로움도 그 못지않게 크다. 그래서 이때 대부분 여름휴가를 떠난다. 휴가지에서 한여름의 고통을 덜고 몸과 마음의 활력을 되찾을 수만 있다면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오히려 스트레스만 늘어나는 경우가 많다.
올 여름 휴가는 좀 색다르게, 익숙한 일상에서 벗어나 수행을 통해 근원적인 휴식을 취하고 진정한 삶의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휴가를 보내면 어떨까 싶다. 한편 수행의 필요성을 느끼고 수행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옛 선지식들의 깨달음을 담은 선어록禪語錄 읽기는 필수.
다행히 민족사에서 독자들의 성원에 힘입어 선어록의 백미라 일컬어지는 벽암록이 5년 만에 재출간되었고, 8월 중에 간화선의 교과서라 알려진 서장을 한국의 대표적인 대강백 무비 스님이 강설한 《이것이 간화선이다》와 천문학자 이시우 서울대명예교수가 현대 과학과 연기론에 입각하여 직지심체요절을 해설한 《직지直指, 길을 가리키다》가 출간될 예정이다.
독자들의 풍요로운 여름휴가를 위해, 특히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의 선원에서 용맹정진하고 있는 스님들을 위해, 8월 21일 해제하고 만행을 떠나실 때 이 책들과 인연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세 가지 책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소개하고자 한다.
    
종문宗門 제일서, 선어록禪語錄의 백미
《벽암록(전 5권)》, 석지현 스님 역해
‘벽암록’은 설두중현(980~1052) 선사가 옛 선사들의 대표적인 어록에서 가려 뽑은 공안(公案·화두) 100칙에 송頌을 붙여놓은 ‘설두송고백칙雪竇頌古百則’에 원오극근(1063∼1135) 선사가 수시(垂示: 머리말), 착어(著語: 속담과 속어 등으로 이뤄진 촌평), 평창(評唱: 본문에 대한 설명과 주석) 등을 붙여 놓은 것으로 마치 암호 같은 선사들의 선문답과 화두를 풀이해 놓은 것이다.
선어록은 한문 실력뿐만 아니라 선수행을 통한 안목이 열리지 않으면 번역하기 힘들다. 그동안 국내에 출간된 ‘벽암록’은 일반학자들이 수시垂示와 본칙本則만 번역, 글자 풀이에 지나지 않았는데 석지현釋智賢 스님이 지난 5년 전에 본격적으로 11년간의 번역 끝에 ‘속어 낱말사전’을 포함해 다섯 권짜리 완역본을 내놓았다. 깊은 수행 체험과 아울러 탄탄한 한문 실력, 탁월한 언어 감각을 지닌 석지현 스님의 번역과 해설, 상세한 내용의 당송대의 속어를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편집된 속어낱말사전은 독자들로 하여금 벽암록의 세계로 알기 쉽게 이끌어 주고 있다.
《벽암록碧巖錄》은 수행자들의 필독서다. 《벽암록》을 통해 스스로 자기 자신의 공부를 점검할 수도 있고 제자들의 수행 정도를 점점해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원오극근 스님의 제자이자 간화선의 창시자라 할 수 있는 대혜 스님이 수행은 하지 않고 《벽암록》 구절을 달달 외워서 깨달은 것처럼 《벽암록》을 악용하는 가짜 수행자들을 경계하기 위해 벽암록을 불사른 적도 있었으나 그 이후에 다시 판각된 것만 봐도 벽암록의 중요성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높은 산을 등반할 때 최대한 교통수단을 이용하고, 아주 조금만 본인이 걸어서 정상에 다다를 수 있는 것처럼 《벽암록》을 읽는 것만으로도 85퍼센트까지는 이루어지고 마지막 15%만 자기 실참으로 느끼면 깨달음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하니, 벽암록은 최고의 수행 길잡이이자, 수행 지도요, 수행 수레라는 것만으로도 환희심이 나는 책이다.
수행에 대해 어렵게만 느끼는 분들, 수행을 하면서도 어느 경지인지 제대로 하고 있는지 속 앓이를 하는 분들, 깨달음의 견처는 얻었으나 말로 표현하기 힘들어 제자들의 수행을 점검하기 힘든 분들에게는 감로수 같은 책이다.


간화선의 교과서 서장書狀,
《이것이 간화선이다》, 무비 스님 강설
대한불교조계종은 명실 공히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종단이다. 한국 최대의 종단인 조계종이 금강경을 소의경전으로 하고, 간화선 수행을 강조하고 있는 데서도 알 수 있듯 우리나라는 간화선 수행 전통이 가장 잘 이어져 오는 나라이기도 하다. 한편 간화선 수행 전통은 세계인들에게 큰 정신적 자산이 될 수 있기에 조계종은 요즘 간화선 부흥을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계종 교육원장을 역임하신 무비 스님이 대혜종고 선사의 서장을 번역하고 해설한 <이것이 간화선이다>가 출간되어 더 큰 의미로 다가온다.
서장은 간화선을 부흥시킨 대혜종고 선사가 당대 지식인들의 수행에 대한 질문에 대해 답해 준 편지글 65편을 모은 것이다. 고려 때 보조지눌 국사가 이통현의 화엄론을 좌측에 두고, 서장을 우측에 두고 공부할 정도로 중시했고, 마침내 서장은 강원의 필수 교재로서 간화선의 교과서로 자리매김하였다.
대혜종고 선사가 살았던 북송말기, 남송초기에는 불교가 성행하고 선수행이 일반화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당대 지식인들의 수행에 대한 열기 또한 대단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교통이 편리하지 못한데다 대혜종고 선사가 정치적으로 연루되어 모함을 받아 귀양을 가 있을 때도 있었기에 편지로써 수행 방법을 여쭙고 그에 대해 자상하고 간절하게, 때론 사정없이 채찍질을 가하면서 간화선의 근본적 입장과 수행의 구체적 방법을 낱낱이 일깨워주고 있다. 편지글이기에 더욱 마음에 다가오고, 스님들이 아닌 주로 당대 지식인들에게 답해 준 것이기에 오늘날의 우리들이 더욱 이해하기 쉽다.
간화선은 화두를 참구하여 항상 그것을 의심해 나감으로써 궁극에 가서는 의단(의심 덩어리)을 타파하여 깨달음에 이르게 하는 수행법이다. 스승에게 화두를 받고, 수행해 나가면서 그때그때 수행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점검받는 것이야말로 간화선 수행에 있어 참으로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일일이 스승에게 점검받기 힘든 상황에서 선어록은 스승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간화선을 창시했다고 할 수 있는 대혜종고 선사의 편지글은 서장에는 간화선의 방법론이 간명직절하게 제시되어 있다. 특히 지식인들의 복잡한 사량 분별을 지혜의 칼로 끊게 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바른 길을 제시하여 지식의 오염에서 벗어나 깨달음에 이를 수 있도록 이끌어 주고 있다. 대혜大慧, 큰 지혜라는 이름처럼 큰 지혜로써 언어 문자와 묵조선을 비판하고 질문자의 번뇌 망상을 부수고 바른 안목을 갖춰서 화두를 제대로 참구하여 간화선 수행을 할 수 있도록 일깨워 준다.
무비 스님의 번역과 명쾌한 해설이 돋보이는 이 책은 <이것이 간화선이다> 책 제목처럼 그동안 어렴풋하게 짐작했던 간화선에 대해 명료하게 알 수 있다. 무비 스님은 불교를 모르는 일반인들도 서장의 내용과 간화선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수많은 선사들의 일화와 그때그때 적절한 소재를 인용하여 간화선의 진면목을 드러내 주고 있다. 요즘처럼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시대일수록 간화선이 필요하다. 사람들 하나하나가 본래 부처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수행이 바로 간화선이기 때문이다. 시대 조류에 흔들리지 않고 당당하게 자기 삶의 주인공으로 살고 싶은 사람들, 바로 지금 간화선을 통해 꿈을 이룰 수 있다.


문화유산의 가치를 뛰어넘는 가르침, 선불교의 정수
《직지, 길을 가리키다》, 이시우 역해
많은 사람들이 인쇄문화유산으로서의 《직지》의 가치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백운 화상이 부처님과 역대 조사, 선사들의 게송과 선문답 등을 모아 엮은 것으로 문화유산의 가치를 뛰어넘는 가르침이 가득 담겨 있어 선불교의 교과서라 일컬어질 정도로 소중한 책이다. 우리는 옛 선사들을 직접 만날 수는 없지만 옛 선사들이 남긴 선어를 통해 간접적으로 선의 향기를 느끼면서 바른 불법을 따를 수 있는 것이다. 
그동안 《직지》 번역서 몇 권이 출간되었는데, 선을 공부하는 이들을 위한 전문적인 책이 태반이라 일반인들이 다가가기엔 큰 벽이 있는 것처럼 어렵게 느껴졌다. 또한 대부분 선불교적 입장에서 해석, ‘선문답하다’라는 말의 뉘앙스에서도 알 수 있듯 ‘선’은 상식을 뛰어넘는 그 무엇인가가 있는 것처럼 여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천문학자 이시우 박사(서울대 명예교수)의 《직지, 길을 가리키다》는 《직지》를 연기론적으로 풀어낸 점이 흥미롭다. 접근 불가능한 영역으로 여겨지던 선을 논리적으로 접근하여 부처님 가르침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하여 현대 사회에 적용할 수 있을지, 연기론적인 시각에서 합리적으로 설명하고 있어 어렵지 않게 《직지》에 다가갈 수 있다. 또한 여러 부처님과 역대 조사들의 가르침이 우리의 상식 밖의 별천지에서 온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다.
《직지》 원문 번역문과 각 선어에 대한 이시우 박사의 단상斷想들은 책 속에 갇힌 가르침이 아니라 지금도 생생하게 살아서 현재를 살아가는 평범한 우리들에게 갈 길을 알려주고 있다.
선불교에서는 구속을 벗어나는 자유로움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다른 존재와의 연기적 관계가 무시되는 자유는 오히려 권위의식을 지닌 아상의 표출로 나타날 수 있다고 저자 이시우 박사는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진정한 자유는 연기적 구속에서 찾아야 한다. 저자는 우주 만유와 더불어 연기법에 따라서 인간 본연의 삶의 가치와 존재가치를 구현토록 하는 것이 선불교의 목적이 되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