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규 / 조계종총무원 과장
어린 시절, 짝꿍과 장난을 치다가 선을 만들어 놓고 넘어오면 벌칙을 주는 ‘게임’을 한 기억이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닌 ‘짝꿍’이 일방적으로 그은 선으로 인해 지우개도 뺏기고 연필도 줘야만 했던 ‘씁쓸한’ 그것 말이다.
비유가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불교의 처지가 꼭 ‘당하는 짝꿍’의 모습이다. 일방적으로 (국립공원을 지정하는) 선을 그은 정부는 마치 그것이 정당한 것처럼 지난 수 십 년 간 주위 친구들에게 ‘선의 정당성’만을 주장하고 있다.  
무시되는 사찰의 소유권과 관리권
정부는 사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1967년부터 <공원법>을 제정하여 사찰소유 토지를 국립공원 등으로 강제 지정하고 각종 규제를 함으로써 지금까지 사찰의 소유권과 관리권을 침해하여 불교수행과 포교사업에 막대한 피해를 초래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자연공원으로 지정된 사찰 경내지와 사찰림은 사유지이고 오랜 역사 동안 스님들의 노력과 수많은 시주자의 공덕이 모인 삼보정재이자 수행과 포교에 사용하는 종교재산임에도 말이다. 종교의 자유가 있는 다종교사회에서 특정종교 재산만 유독 국가 법률로 제약한다는 것은 명백한 종교차별 행위일 수밖에 없다.
나아가 환경부는 사찰소유토지에 사찰과 무관하게 독자적인 공원계획을 수립하고 경내지 및 사찰림을 강제 개방하여, 사찰이 원하지 않는 각종 건조물과 시설물을 설치하고 있다.
또 환경부는 일방적으로 사찰림에 등산로를 개설하여 토지 소유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사찰림을 훼손하고 사찰의 존엄성을 손상하고 있다. 명백한 자주권 침해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헌법 제23조에는 “공공필요에 의해 국민의 재산권을 수용, 사용 또는 제한하는 일과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서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라고 되어 있다. 정부는 최초 공원법이 제정된 1967년부터 1996년까지 약 30년간 사용 및 제한에 따른 보상관련 조항을 두지 않음으로써 위헌적 법률로 자연공원 제도를 운영했다. 1996년 이후에야 자연공원법에 보상관련 조항을 신설했으나 현재까지 한 번도 보상절차를 밟은 적이 없어 결국 40년 동안 정부가 위헌적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국립공원지역 80%이상이 사찰 토지 … 국유지 호도 중단해야”
이와 같이 정부에 의해 아무런 보상절차도 없이 자연공원으로 제공되고 있는 사찰소유 토지의 면적은 약 3억 5천만㎡에 이르며, 종단 토지의 절반에 이르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적법한 절차도 없이 법률로 위장한 국가의 강제토지수용 행위가 국립공원제도의 본질인 것이다.
국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국립공원지역의 80% 이상은 사찰소유 경내지이며 사찰림이다. 이는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의 국립공원들이 100%가 국유지인 것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그런데 정부가 기만적인 법률을 만들어 사찰지역을 국립공원 등으로 호칭하면서 대다수 국민들은 이 지역이 국유지인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마땅히 ‘국립’이라는 용어사용을 중지하여야 하며, 국립공원 등의 이름을 사용할 때는 국유지에 국한하여야 할 것이다.
경내지는 문화유산지역이다!
사전적 정의에 의하면 ‘공원’이란 “국가나 지방 공공 단체가 공중의 보건,·휴양,·놀이 따위를 위하여 마련한 정원, 유원지, 동산 등의 사회 시설”을 의미한다.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의 정의에 의하면 국립공원 등의 자연공원은 “인간의 개발과 점용에 의해 물리적으로 변화되지 않은 여러 개의 생태계를 유지해야 한다”라고 되어 있고, 미국의 국립공원에 대한 정의는 “넓은 면적에 걸친 원시적, 야생적인 풍경지역일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사찰의 경내지와 사찰림은 종교활동지역이기도 하며, 대다수 문화재를 보유한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순수한 자연생태지역을 그 대상으로 하는 자연공원지역의 대상이 결코 아니다. 즉 정부는 공공의 필요를 내세웠지만 이 지역의 특성과 내용을 살피지 않고 잘못된 용도로 국민에게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은 사적지, 수려한 자연풍경지, 동물, 식물, 생태지역들도 문화재로 지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에 따라 사찰의 경내지와 사찰림이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기 때문에 자연공원에서 해제하더라도 문화재보호법에 의해 잘 보존, 관리될 것이다.
정부는 사찰의 경내지와 사찰림 지역의 종교성, 역사성, 문화성 등을 모두 무시하고 자연생태가치만 추구할 경우 서구 문화와 서구 종교적 입장에서 전통종교와 문화를 말살하는 정책으로 이어지게 될 것임을 분명히 명심해야 한다. 
산림훼손 방치하는 공원제도
사찰의 경내지와 사찰림들은 자연공원제도가 시행되기 이전인 1962년도부터 문화재보호법과 전통사찰보존법에 의해 문화유산 보전 차원에서 관리되고 있는데 엉뚱하게도 이 지역을 자연생태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것은 국가정책의 혼선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상호 다른 목적을 구현하고자 하는 국가 법률의 충돌과 갈등은 국민들에게 이 지역이 문화와 종교지역인지, 자연생태지역인지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 
상당수 등산객들이 사찰의 문화재구역을 지나면서도 “우리는 산행만 할 뿐이지 문화재나 사찰에는 관심 없다”고 강변하고 있는 것도 이 지역에 대한 적용 법률이 상호 충돌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전쟁과 땔감채취 등으로 인한 재난에도 사찰림 만은 울창하고 수려하게 보전되어 마침내 명승 등 문화재로 지정될 정도였는데, 국립공원 등 자연공원으로 지정되면서 수많은 등산객을 유입시키는 과정에서 이제는 돌이킬 수 없이 훼손 되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가 생태관광을 내세워 국립공원 등 자연공원지역에 관광용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국민들의 우려와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시설 설치과정에서도 많은 자연이 파괴될 것이며, 수많은 사람이 유입됨으로써 엄청난 생태계 훼손을 유발할 것이다.
특히 팔공산 갓바위 부처님 성지와, 민족의 영산 지리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는 발상은 이 지역의 종교, 문화, 역사 등 정신적 가치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 태도로 우리나라의 정신문화를 말살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제 우리는 역사와 문화, 종교와 정신이 어우러져 있는 사찰의 아름다운 산림을 환경부에 맞길 수가 없으며, 국립공원으로 제공할 수 없다.
올해는 10년마다 국립공원의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그에 따른 공원지역의 편입과 해제를 결정하는 해이다. 이제 정부는 수 십 년간 잘못된 국가정책과 불법적인 법률운용으로 인한 각종 문제점을 국가백년대계에 입각하여 분명히 해결해야 할 것이다.
<발문>
올해는 10년마다 국립공원의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그에 따른 공원지역의 편입과 해제를 결정하는 해이다. 이제 정부는 수 십 년간 잘못된 국가정책과 불법적인 법률운용으로 인한 각종 문제점을 국가백년대계에 입각하여 분명히 해결해야 할 것이다.
<특집2 사진설명>
지난 7월 2일 통도사 금강계단 앞에서 열린 전국본말사주지 결의대회에는 총무원장 지관스님과 통도사 방장 원명스님 등 전국에서 2000여 스님이 참가해 사찰 경내지를 자연공원에서 해제할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