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40대의 중년 남성이 꼬부랑 할머니처럼 허리를 굽힌 채 부인에게 간신히 부축 받으며 진찰실에 들어섰다. 허리가 아픈지 3개월 지났고 여러 곳을 다니면서 치료해도 낫지 않는다며 울상이었다.
“허리가 너무 아파요. 그런데 희한하게도 아침에 자고 나면 더 아프고 조금씩 움직이다 보면 허리가 펴지면서 점차 통증이 줄고, 걸어 다니면 오히려 허리가 훨씬 편해져요. MRI 촬영했는데 의사선생님이 허리디스크라고 하면서 수술 받으라고 하는데 겁이 나내요.”
흔히 말하는 디스크(Disc)는 질병명이 아니다. 척추와 척추 사이 위치하면서 외부의 충격을 흡수하여 신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구조물을 가리키는 단어다.
일반인들에게 디스크라고 알려진 실제 병명은 디스크 탈출증으로, 척추사이에 있어야 할 디스크가 제 위치에서 벗어나 척추를 통과하는 신경을 눌러서 생기는 증상을 의미한다. 디스크 탈출이 목에서 생기면 경추디스크 탈출증, 허리에서 생기면 요추디스크 탈출증이라고 한다.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이상하리만큼 디스크로 진단받은 환자가 너무 많은데, 실제는 그 숫자에 허수(虛數)가 상당히 포함되어있다.
2008년 포천중문의대 신경외과 모 교수님이 한겨레신문에 기고한 내용을 살펴보면 다른 나라에 비해 디스크 발병률이 유난히 높은 이유가 이해간다. 그 내용에 따르면 디스크 진단을 받은 환자 중 디스크 탈출로 인한 진성 디스크는 6퍼센트 정도에 지나지 않으며, 나머지 90퍼센트가 넘는 대부분은 가성 디스크, 즉 디스크탈출에 의한 통증이 아니라는 것이다. 통계에서는 근육 등의 연부조직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가성 디스크까지 진성 디스크에 포함시켰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발병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가성 디스크의 대부분은 흔히 삐었다고 하거나 담 결렸다고 말하는 증상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편할 것이다. 이러한 경우를 전문용어로 근막통증증후군(MPS)이라고 한다. MPS의 경우 대부분 쉽게 치료가 되고 미약한 경우에는 굳이 치료하지 않아도 자연 소실되는 경우도 많다. MPS일지라도 오래 됐거나 심한 경우에는 간혹 통증이 조절되지 않아 고생하는 케이스도 있으나 수술의 필요성은 거의 없다.
우리가 진성 디스크와 가성 디스크를 구별할 수 있는 기본적인 상식만 가져도 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진성 디스크는 구조적인 문제로 발생되고, MPS는 근육?근막?인대?힘줄 같은 연부조직의 이상이 원인이기 때문에 비록 유사한 증상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디스크와 MPS의 치료와 대처방법은 전혀 다르다.
구조적인 문제로 인하여 발생한 진성 디스크는 무리한 동작이나 운동을 하게 되면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절대 안정이 치료의 전제조건이 된다. 하지만 근막통증증후군은 안정이나 휴식보다는 굳어있는 연부조직을 활성화시켜야 증상개선에 도움이 되므로 진성 디스크의 전제조건처럼 절대 안정으로 신체의 움직임을 제한할 경우 오히려 몸이 굳어 증상이 더 악화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진성과 가성 디스크의 감별 포인트를 간단하게 나열해 본다.
상기한 내용처럼 아침에 자고 나면 더 아프고 조금씩 움직이다 보면 허리가 펴지면서 점차 통증이 줄고, 걸어 다니면 오히려 허리가 훨씬 편해진다면 가성 디스크로 볼 수 있으며, 반대로 앉아있거나 쉬고 나면 통증이 감소되거나 아프지 않고 걷기 시작하면 점차 다리가 저리고 당기면서 통증이 심해지는 증상은 진성 디스크로 나눠 볼 수 있다.
어느 날 갑자기 허리에 통증이 생겼는데, 허리를 구부리거나 숙이거나 또는 일어서거나 할 때 불편하고 걷거나 움직이면 점차 편해지는 특징이 있다면 이는 MPS일 가능성이 크므로 우선 빠른 걸음으로 20분 정도 걸어보길 권한다. 대부분 걷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증상이 자연스럽게 호전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MPS라 할지라도 증상이 오래 되거나 심할 경우 워킹만으로 해결되지 않으므로 그럴 때는 전문가의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발문>
어느 날 갑자기 허리에 통증이 생겼는데, 허리를 구부리거나 숙이거나 또는 일어서거나 할 때 불편하고 걷거나 움직이면 점차 편해지는 특징이 있다면 이는 MPS일 가능성이 크므로 우선 빠른 걸음으로 20분 정도 걸어보길 권한다. 대부분 걷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증상이 자연스럽게 호전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