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범
숲해설가
산업화, 급격한 지구 환경 변화에 따라 인간의 병도 다양해졌다.
인간의 몸은 자연에 대응하도록 만들어졌고 자연 속에서 살아가도록 최적화되었지만 인간은 현재 스트레스 상태에 놓여 있다.
인간은 숲을 접하면서 긴장상태가 이완되고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면역기능이 향상된다. 숲을 통해 사람의 몸을 치유하는 것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숲치유’는 산림요양, 산림휴양 등과 유사한 용어로 휴식기능과 요양기능을 포함한다. 향기, 경관 등 자연의 다양한 요소를 활용하여 인체의 면역력을 높이고 건강을 증진시키는 활동이 산림치유, 즉 숲치유다. 숲이 지닌 식물, 물, 기후, 지형, 소리, 향기, 경관 등 다양한 환경인자를 활용하여 몸의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한 활동이다.
숲치유는 치료나 요법을 의미하나 수술이나 약물치료를 통해 병을 낫게 하는 치료를 의미하기 보다는 숲에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인간 본연의 자연복원력이나 자기회복력에 중점을 두어 저하되었던 면역력을 향상하는 예방의학에 가깝다.
숲치유에 대한 가치가 조명되면서 숲치유의 임상적 효과를 증명하기 위해 산림, 의학,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숲치유 분야를 도입, 적용한 지 오래되지 않았으나 독일 등 숲치유 선행 국가의 모델을 연구 한국에 맞게 적응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먼저 숲치유의 효과를 살펴 보자. 숲치유는 크게 신체적 효과와 심리적 효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신체적 효과는 안정효과와 면역개선효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안정효과는 수축기 확장기 혈압, 맥박, 스트레스 호르몬의 변화에서 볼 수 있다. 그리고 자율신경 중에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활성 정도에서 볼 수 있다. 면역개선효과는 혈액 속에 NK세포의 활성도 및 면역기능을 담당하는 당단백질인 면역 글로불린의 양 등을 지표로 해서 측정한다.
연구 실험 결과 도심지역과 산림지역 중 산림지역 대상자의 스트레스호르몬 농도와 맥박수가 저하되었으며, 수축기 혈압과 확장기 혈압이 모두 저하되었다. 이와 같은 결과는 숲에서의 활동은 우리 몸이 쾌적함을 느끼게 되고 스트레스 상태가 완화된다는 것이다. 숲에서 걷는 활동만으로도 면역세포가 활성화되어 예방의학적 효과도 입증되었다.
숲치유의 심리적 효과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주로 주관평가를 하는데 관능검사와 기분상태평가를 주로 실시한다. 기분상태평가는 내적 상태의 변화를 질문지를 통해 평가하는 방법이다. 기분, 스트레스 정도, 이완 정도, 불안 등을 측정한다. 실험 결과 15분 정도 삼림욕을 하였어도 긴장감과 불안감은 모두 저하되고, 활기감은 향상되어 기분 개선 효과가 증명되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숲 가꾸기, 가지치기, 나무심기, 산책 등 숲에서의 활동 프로그램을 진행한 후 실행 전 후를 비교 검사한 결과 실행 후에 불쾌감, 우울감, 피로감, 흥분, 긴장감은 감소하고 상쾌감은 향상되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학교폭력 피해청소년에게 자존감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4박 5일간의 숲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한 결과, 자아존중감이 증가하고 우울감과 불안감은 감소하였다. 산림치유 프로그램이 학교폭력 피해청소년에게 심리적 안정 측면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숲이 가지고 있는 물리적환경적 요소인 경관, 소리, 음이온, 온도, 습도, 빛 등은 숲을 찾는 인간의 심신을 건강하게 하는 숲치유의 인자이며 자기성찰, 명상, 대화 등의 기회를 제공하는 등 숲에서 행하는 활동에 의한 심리적, 사회적 요소가 산림치유의 인자가 될 수 있다.
숲에 가면 피톤치드 효과를 느낄 수 있다.
피톤치드는 식물이 자라는 과정에서 상처 부위에 침입하는 각종 박테리아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끊임없이 발산하는 방향물질인 테르펜의 일종이다.
피톤치드는 식물이 분비 또는 발산하여 다른 생물에 영향을 주는 물질의 총칭으로 어느 한 물질을 가리키는 말은 아니다. 피톤치드는 살균작용 외에도 역으로 일부 미생물의 활성을 증진시키기도 한다. 예를 들어 호두나무와 아까시나무의 주변에는 잡초가 거의 돋아나지 않는데 이것은 피톤치드가 다른 식물의 발아나 생장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낙엽송이니 편백나무 숲에 묘목을 심으면 생육이 좋지 않거나 과수와 채소가 연작이 되지 않는 것은 피톤치드의 영향이다.
모든 식물은 항균성 물질을 지니고 있으며 어떤 형태로는 피톤치드를 함유하고 있으나 그 양과 성분은 식물에 따라 다르다, 삼림욕에서 활용하는 피톤치드는 방향성 활성물질로 공기 중에 함유되어 있는 상태로 활용된다.
따라서 공기 중의 살균작용이 있는 방향성 물질은 인간에게 영향을 주기에는 미량이지만 신체와 주변에 존재하는 세균을 죽이거나 활동성을 떨어뜨려 매우 효과적인 산림용 활동물질로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물질은 예전부터 자연계에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에 비친화적인 독소로 작용할 수 있는 합성물질에 비해 인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인체 친화적인 물질이라 할 수 있다.
피톤치드의 주요 효과는 쾌적감, 탈취, 항균, 방충이다.
우리는 피톤치드만을 호흡하기 위해 산림욕을 하는 것이 아니라 테르펜에 다양한 약리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테르펜은 인체에 흡수되면 신체를 활성화하고 마음을 안정시키며 살균, 살충작용을 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테르펜은 140여 종이 있는데 이 중 정유, 수지, 마로틴, 스테롤, 라텍스, 고무 등은 우리에게 친숙한 것들이다. 테르펜은 살균, 항균 작용 이외에 악취 제거, 스트레스 해소, 긴장 완화, 구충, 이뇨, 거담, 강장, 혈압 강하 등의 약리작용도 한다.
약은 주로 위에서 흡수되어 작용하지만 숲에서의 삼림욕은 숲 내부의 공기를 호흡함으로써 공기 중에 포함된 테르펜을 폐에서 직접 흡수하여 건강을 증진한다. 숲속에서 나무가 발산하는 향기를 마심으로써 심신의 안정, 진정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삼림욕에 효과가 있는 방향성 물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테르펜계의 피톤치드는 활엽수보다 침엽수에 많이 포함되어 있다.
계절로는 겨울보다는 여름철에 함량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사량이 많고 온도와 습도가 높을 때 상대적으로 양이 많다. 그러므로 삼림욕의 최적 시기는 초여름에서 여름이다.
일별 발생조건으로는 오전 6시와 낮 12시 전후에 발산량이 가장 많다.
새벽에 숲속에 들어가면 상쾌한 기분을 더욱 느끼게 되는 것은 새벽 공기에 테르펜 함량이 높기 때문이다.
치유의 숲은 산림치유, 숲치유를 할 수 있도록 조성된 숲을 말한다. 치유의 숲을 조성할 때는 면적기준, 설치 가능한 시설 등에 대한 규정을 따라 조성하는데 요즘은 중앙정부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에서 조성한 곳도 많이 있다.
낙엽이 지기 전에 주변의 숲을 찾아 심신의 안정을 찾는 숲치유에 나서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