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탁(연세대 철학과 교수)
1.
이번 12월호의 제목으로 “이해(5/6)”라는 부분을 독자들께서 주목해 주시기 바란다. 이 제목에 들어있는 “이해”라는 단어는, ‘<신>-<해>-<행>-<증>’의 두 번째 <해解>를 우리말로 그렇게 풀어 번역한 것이다. 그리고 “(5/6)”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면, <해解> 부분을 그 내용에 따라 문단을 나누면 모두 세 단락(이하에서 , , 으로 단락을 표시하기로 함)으로 나누어지는데, 그 중 단락을 더 자세하게 나누면 여섯 문단으로 나누어진다. 그 총 6문단 중에서 제5문단이라는 뜻에서 제목에 ‘5/6’이라고 표기한 것이다.
의 단락에서는 총 23품이 설해지는데, 모두 총 6문단으로 나누어진다. 제①문단은  보광명전에서 ‘믿음’을 설법하시고, 제②문단은 도리천궁에서 ‘열 가지 마음먹기’ 관련 설법을 하시고, 제③문단은 야마천궁에서 ‘수행과 관련된 이론’을 설법하시고, 제④문단은 도솔천궁에서 ‘발원’ 관련 설법을 하시고, 제⑤문단은 타화자재천궁에서 ‘체험과 관련된 이론’을 설법하시고, 제⑥문단은 보광명전에서 ‘부처되는 일[成佛]’을 설법하신다.
이번 12월호 월간 《붓다》에서는 제⑤문단을 독자님들께 소개하려는 것이다. 제⑤문단은 「십지품」 한 개의 품品으로 구성되어 있다. 「십지품」은 독립된 경전으로 기원 후 1세기 무렵에 세상에 출현했고, 인도의 세친 스님도 주석을 붙였다. 중국 땅에서는 508년에 번역되었고, 그 후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불교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십지품」에서 다루는 주된 내용은 대승의 ‘수행 체험’ 관련이다. 
2.
「십지품」의 구조를 간단하게 소개해드리기로 한다. 제5회의 설법을 마친 부처님께서는 ‘타화자재천궁’의 마니보장전에서 온 여러 보살들과 함께 계셨다. 역시 이 대목도 화엄종의 전통에 따라 문단을 쪼개어서 내용을 간추리기로 한다. 문단은 모두 10문단으로 나눈다. 1)서분序分, 2)삼매분三昧分, 3)가분加分, 4)기분起分, 5)본분本分, 6)청분請分, 7)설분說分, 8)지영상분地影像分, 9)지이익분地利益分, 10)지중송분地重頌分. 전통적으로 우리나라 불교전문강원佛敎專門講院에서는 이렇게 문단을 나누어서 공부해왔다. 문단을 따라가면서 「십지품」의 구조를 공부해보기로 한다.
1)서분序分 말 그대로 서론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도솔천궁에서 제5회의 설법을 마친 부처님께서, 타화자재천궁으로 설법 장소를 옮기신다. 제6회의 설법은 타화자재천궁에서 금강장 보살의 입을 통해 10지地 법문이 설해진다. ‘지地’라는 뜻은 ‘수행의 지위’라는 뜻이다. 대승불교에서 말하는 수행을 모두 열 단계로 나누어 종합한 것이다.
여기에 모인 보살들은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가지 않는 이들인데, 각기 다른 세계로부터 왔으며, 모든 보살의 지혜로 머무는 경계에 머무르고, 모든 여래의 지혜로 들어간 곳에 들어가서 부지런히 수행하여 쉬지 아니하며, 가지가지 신통을 잘 나타내며, 하는 일은 모든 중생을 교화하고 조복하여 때를 놓치지 아니하며, 보살의 모든 원을 성취하기 위하여 모든 세간과 모든 겁과 모든 세계에서 모든 행을 부지런히 닦아서 쉬지 아니하였다.
보살의 복과 지혜와 ‘도를 돕는 일[助道]’을 구족하여 중생을 이익 되게 하며, 일체 보살의 지혜 방편과 마침내 저 언덕[彼岸]에 이르렀으며, 일부러 생사와 열반에 들어감을 보이지만 보살행 닦기를 그만두지 아니하며, 일체 보살의 선정과 해탈과 삼매와 삼마발저三摩鉢底에 잘 들어가서 신통과 밝음과 지혜로 하는 모든 일이 자재하며, 일체 보살의 자재한 신력을 얻어 잠깐 동안도 흔들리지 아니하고, 모든 여래의 대중이 모인 도량에 나아가서 대중의 우두머리가 되어 부처님께 설법을 청하며, 부처님의 바른 법륜을 보호하여 유지하고, 광대한 마음으로 여러 부처님을 공양하고 섬기며, 일체 보살의 행하는 사업을 부지런히 닦는 이들이었다.
그 몸은 일체 세간에 두루 나타나고, 그 음성은 시방 법계에 고루 미치고, 마음과 지혜는 걸림이 없어 3세의 모든 보살이 가지는 공덕을 모두 보고, 수행하여 원만하게 되어, 말할 수 없는 겁 동안에 말하여도 다할 수 없었다. 그 이름은 대표적 이름만 들어도 금강장金剛藏 보살을 필두로 해탈월解脫月 보살에 이르는 ‘장藏’ 자 들어가는 무수한 보살들이, 물론 그 권속들 까지도 운집했다. 이렇게 해서 설법을 할 수 있는 조건이 모두 마련되었다. 즉 서론이 모두 갖추어진 셈이다.
2)삼매분三昧分 이렇게 설법을 할 조건이 모두 갖추어지자, ‘입정入定’의 차례가 되었다. 모여든 보살과 대중들의 총 대표격인 금강장 보살께서 ‘보살대지혜광명菩薩大智慧光明 삼매’에 들어 수많은 부처님으로부터 가피를 받는다. 대승경전이 이렇게 ‘삼매’에 들어 부처님의 가피를 받아서 해당 보살의 입을 통해서 세상에 나오는 형식을 취했다. 참으로 묘한 발상이다. 초기 경전이 석가모니 부처님이 직접 입으로 말씀하신 것과는 대조가 된다.  
3)가분加分 경전 본문에 보면, 입정에 든 금강장 보살에게 10억 세계의 곳곳마다, 다시 그 곳곳마다 계시는 수 없이 많은 부처님들께서 힘을 실어준다. 그곳에 하염없이 계시는 부처님의 이름이 모두 ‘금강장’이다. 대승경전 작가가 이렇게 경전을 구성한 이유를 필자는 이렇게 생각한다. 지금 이 자리에서 금강장 보살의 입을 통해서 말하는 내용은 시공을 초월하는 보편적이라는 것이다. 어느 장소, 또 누구라도 ‘보살대지혜광명삼매’에 들어가면, 십지 법문을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편성의 확보이자, 진리성의 담보를 이런 방식으로 설정했던 것이다.
4)기분起分 그때 시방 부처님께서 각각 오른손을 펴서 금강장 보살의 정수리를 만지시었다. 정수리를 만지자 금강장 보살이 삼매에서 일어난다.
5)본분本分 삼매에서 일어나 금강장 보살은 이렇게 입을 뗀다. “불자들이여, 모든 보살의 서원은 잘 결정되어 혼잡하지 않고 볼 수 없으며, 광대하기 법계와 같고 끝없기 허공과 같아서 오는 세상이 끝날 때까지 이르며, 모든 부처님 세계에 두루하여서 일체 중생을 구호하며, 일체 부처님의 호념함이 되어 과거·미래·현재 여러 ‘부처님 지혜의 지地’에 들어갑니다.” 이렇게 말문을 떼고는, ‘부처님 지혜의 지地’를 열 가지로 명칭만 나열한다. 보살 수행의 핵심을 말씀하신 것이다. ①환희지歡喜地, ②이구지離垢地, ③발광지發光地, ④염혜지燄慧地, ⑤난승지難勝地, ⑥현전지現前地, ⑦원행지遠行地, ⑧부동지不動地, ⑨선혜지善慧地, ⑩법운지法雲地이다.
6)청분請分 이렇게 10지의 명칭만 소개하자, 그 자리에 모인 여러 대중들이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궁금해졌다. 그리하여 당시 대중들의 궁금증을 대신하여 해탈월 보살이 게송으로 자세하게 설명해주실 것을 청하는 내용이 이어진다. 그 게송이 참으로 명문이다.
7)설분說分 이 부분에서 10지에 관한 자세한 법문이 설해진다. 제3회에서 설한 10주住, 제4회에서 설한 10행行, 제5회에서 설한 10회향廻向 등은 수행 관련 이론으로 ‘3현위賢位’라고 하는데 반해, 이곳 제6회에서 설한 10지 법문은 몸소 깨침을 체험하여 법문이라 하여 경학의 옛 어른들께서는 <명이기원명증입明已起願明證入 서원 일으키는 설법을 이미 했으니, 다음에는 체험으로 들어가는 방법을 밝힘>이라고 과목 이름을 붙였다. 「십지품」은 10바라밀 수행에 짝 지워 수행의 양상을 설하고 있다.
8)지영상분地影像分 이 부분에서는 ‘연못[池]’, ‘산山’, ‘바다[海]’, ‘구슬[珠]’ 등을 비유로, 이상에서 설법한 10지 법문이 결국은 부처님의 지혜로 인해서 그렇게 차별이 생긴 것이지 결국은 하나임을 회통會通하신다. 즉, 본 품에서는 본래 한 가지 지위가 모든 지위를 포함하고, 한 가지 행에 모든 행이 갖추어진 보현보살의 원만융통한 수행이 설해진다. 비록 순차적으로 법문이 설해지기는 했지만 실제로는 한 가지 바라밀 각각 속에 각기 열 가지 바라밀이 구족했고, 또 역시 한 가지 지(地) 마다에 각기 열 가지 지(地)를 모두 갖추고 있다고 한다. 이 대목에서 화엄교학의 ‘원융무애’ 이론이 등장하는 것이다. 훗날 학자들에게 ‘화엄의 원융사상’ 관련 경전 본문의 근거가 되었다.
끝으로 9)지이익분地利益分에서는 10지 수행을 하게 되면 얻는 중생들의 이익과 그 공덕을 설하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십지품」 전체를 게송으로 마무리 짖는데, 이 부분이 바로 10)지중송분地重頌分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