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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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뇌, 그 책임을 묻고 해결을 구하다
“인간의 비상한 두뇌가 파괴적인 감정을 통제할 때, 집단의 이성 자아는 스스로 돌이킬 수 없는 문제를 일으켜 왔습니다. 그것이 지난 인간의 역사입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변화해야 합니다. 전문화된 통제 능력을 공공의 선을 위하고 행복을 구현하고자 하는 방향키로 돌려야 합니다. 지금이야말로 그 공로의 방향을 바르게 맞춰야 할 때입니다. 앞으로 그러한 역할을 수행할 책임 의식을 가지고 성장해야 할 사람이 바로 여러분 ‘청소년’입니다.”
시대의 성인이자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라마(뗀진갸초, 85)는, 6월 7일 아침 지난 60년간 주재하고 있는 북인도 다람살라 딱첸촐링 관저에서 싱가포르 티베트불교연구소 주관으로 700여 명의 동남아시아 청소년과 랜선 법회의 시간을 가졌다. 매년 6월 초마다 청소년을 위한 공개 법회가 열려 왔지만, 올해는 사정이 여의치 않아 사원이 폐쇄된 가운데 온라인으로만 생중계되었다.
다람살라는 지난 6월까지 인도 정부의 권고에 따라 3개월간 통행 금지령이 발효되어 왔다. 7월부터는 정상적인 상업 활동과 학교생활로 돌아가기를 기대하지만, 점차 인도의 코로나19 사태 여파는 심각해지는 추세이다. 그리고 지난날 중순 무렵 델리에서 다람살라로 올라온 19세 티베트인 여학생이 코로나19 양성으로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인근 국립병원에 격리되었다. 때문에 다람살라는 다시 긴장의 분위기에 휩싸여 그 어떠한 전망도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티베트 망명정부는 달라이라마의 간덴포당 재단과 함께 인도정부와 협력해 코로나19 사태로부터 조속히 회복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14대 달라이라마의 수행 종단 겔룩빠의 종조 쫑카파 대사의 열반 600주년을 기리며 수행자의 장애를 소멸하고 수행의 성취를 발원하는 보탑의 점안 소식도 전해졌다. 남인도 까르나따까 주 대붕사원 군의 한국 무문관 선방(선원장 강봉)에 승리의 보탑 남걀최땐이 조성된 것이다. 사부대중과 함께 지난 6월 2일 열린 법석에는 무문관 선방 개원 이래 지난 6년간 300명의 수행자가 결자해지한 바를 독려하는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한국 불자의 전면적인 보시바라밀로 운영되어온 무문관 선방에 세워진 이번 보탑은 달라이라마 본신 진언과 함께 3층으로 조성되었다.
여러분 얼마나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계십니까. 우리는 지난 6개월간 코로나19 전염 사태로 인해 원인을 규명할 수 없는 불안과 깊은 슬픔의 시기를 겪어왔습니다. 무엇보다 이 비극은 현재도 진행 중이라는 것입니다. 이뿐만이 아니지요. 설상가상으로 근래에 지구의 허파에 해당하는 아마존 열대 밀림의 화재로 자연 생태계가 큰 피해를 보았다는 뉴스도 접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들은 우리에게 큰 교훈을 전합니다. 오늘의 우리는 어떻습니까. 예년과 같았다면 사원의 법당과 광장에 모여 붓다께서 깨우친 법과 선지식의 논리를 나누며 환희심 나는 법석을 열었을 테지만 앞으로 언제 그러한 법석이 다시 열릴지 기약조차 어렵게 되었습니다. 이러할 때 동남아시아의 청소년 불자를 중심으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이슬람 문화를 연구하는 학인과 함께 실시간 온라인 법회에 참여했다고 들었습니다. 이번 법회를 주관해 주신 분들의 수고에 감사를 전합니다.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나’는 70억 인류와 오늘을 공유하는 하나의 사람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생명을 지닌 모든 존재는 행복을 욕망합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지성을 통해 판단 분석하고 철학함으로써 과학 기술력으로 혁신을 일궈왔습니다. 그러한 인간의 정신적 물질적 소산을 통해 우리는 현재 일상에서 추구하는 보편적인 편익을 누리고 있습니다.
인간의 번뇌야말로 지금의 우리가 영위하는 세상의 모든 문제를 초래한 근본 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사실을 인정하고 우리가 처한 문제를 해결하고 또한 바로잡고자 한다면 이 또한 인간의 생을 건 과제이자 동시에 보살의 서원으로 상통될 것입니다. 확신하건대 인간의 본성은 선합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서 더불어 삶에 의지하기에 서로를 위하는 자비를 본래의 성품으로 지니고 있습니다. 이타심의 마음이 있는 한 이를 기반으로 우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도출해 내도록 합심해야 합니다.
그 무엇보다 자비로운 마음을 통해 인류가 공존해야 하는 가치를 알리는 것이 달라이라마 본인의 생을 건 책임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하나의 예로 나와 너를 차별하는 사고방식을 논해 봅시다. 이분법적 논리는 모든 상황에서 불평등을 발생시킵니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인종 차별이 만들어낸 문제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회 부조리가 발생 되고 있는지 뉴스를 접하셨을 겁니다. 우리 인간은 태어남과 동시에 어머니의 젖을 먹고 성장한 차별이 없는 동등한 인간으로 존중되어야 합니다. 과연 무엇 때문에 누구를 위하여 차별과 불평등이 합리화 되었는가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사랑과 관용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사랑의 시대로 완성되기 위해서는 종교 간의 화합과 협업이 요구됩니다. 그러한 측면에서 인도는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는 대표적인 나라입니다. 저 또한 달라이라마의 이름을 걸고 그러한 종교의 화합에 중간 역할자로서 중대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달라이라마는 티베트에서 티베트인을 통해 티베트불교에 기반을 두고 만들어졌습니다. 이 때문에 저는 티베트 문화와 정신을 다음 세대에 올곧게 전해지는 데 이바지해야 하는 사명이 있습니다. 인도의 나란다 승원에서 모신 샨트락시타 학장의 가르침을 통해 티베트불교는 체계를 잡았습니다. 저는 14대 달라이라마로 옹립되어 24세에 인도로 망명한 이후 다람살라에 망명정부를 수립한 때가 1960년도이니 어느덧 60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우리는 인간의 내면, 다시 말해 마음에 소홀했던 과업의 대가를 혹독히 치르고 있습니다. 사이버 폭력과 자살이 사회적 문제로 가시화되고 해결의 갈피를 잡지 못하는 이유와 연관이 깊습니다. 그러한 면에서 우리 청소년들이 교육을 통해 집중과 알아차림으로 내면의 힘을 키우는 훈련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한 힘을 키우면 키울수록 사랑과 자비의 필요성을 스스로가 절실히 깨우치게 됩니다. 인간으로서 인간답게 생존하는데 필요한 가치를 비로소 이해하게 되면 생명 지닌 모든 것이 그 자체로 소중함을 알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