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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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 대보름날의 참회와 서원

달라이라마가 들려주는 붓다의 전생 이야기


달라이라마
티베트 승왕


간절히 서원 하오니
제가 지은 보시바라밀로 기인하여
중생을 이롭게 하여
붓다의 깨달음을 성취하도록 하소서
-14대 달라이라마-


평상시 정월 대보름날의 법회는 사부대중이 모여 기원을 합니다. 정월부터 시작해 보름 동안 해온 기도를 회향하는 날입니다.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정월 대보름의 대기원 기도문은 상당히 길어 아직 완전히 외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르신 스승님들과 함께하다 보니 상당히 긴장하게 되는 까닭입니다. 예전에 간덴 뜨리빠께서 대기원 법회 당시 법문을 하실 적에, 전대 달라이라마께서 노블링카에 간덴 뜨리빠를 부르셨습니다. 간덴 뜨리빠를 대신하여 수좌 스님께서 참석하셨는데 어찌나 긴장하셨던지 법좌에 소변을 보았다는 에피소드도 있습니다.


이렇게 화상으로나마 코로나19 대유행의 시기에 안부를 나누게 되어 반갑습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 티베트인은 여전히 난민의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붓다의 말씀은 중생이 처한 환경과 신심의 정도에 따라 근기의 법문으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망명지에서 난민으로 삶을 살아가는 이유로 더욱 부처님의 가르침에 마음을 다하여 수행을 하게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라를 잃었기 때문에 우리는 보다 큰 세상의 문명과 지식을 쉽게 접하게 되기도 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불교가 종교에만 정체되는 것을 넘어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통섭을 이루어 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용수보살의 보만론 1장을 주제로 법어를 시작하겠습니다. 티베트불교는 7세기 송첸감뽀 왕에 의해 불교를 국혼으로 삼으며 부흥을 일으켰습니다. 당시 당나라와 교류 환경 속에서도 한문을 수용하지 않고 인도 나란다승원을 통해 데바나가리를 저본으로 티베트어 불경을 창제하였습니다. 현재 티베트어로 번역된 경과 논저는 300여 권에 이릅니다. 티송데첸 왕에 이르러 티베트의 많은 역경사가 인도에서 수학하며 번역 작업을 하였습니다. 나란다승원 전통의 가르침을 계승한 것은 산스크리트어입니다. 주로 논리와 분석적인 사유를 강조하는 논서로 번역되었으며, 율장에 이르러서는 팔리어로 된 가르침으로 번역되었습니다.


테라와다 불교는 치아가 없다는 농담을 하기도 합니다. 논리와 분석의 요소들이 빠진 이유입니다. 티베트불교 스승의 헌신 덕에 세상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불교의 정수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은 우리 티베트인의 자부심입니다. 비록 정치적인 문제로 나라를 잃고 난민 생활을 하며 다양한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지만, 우리 가슴 속 깊이 살아있는 티베트불교는 티베트인의 혼이자 자부심입니다.


국민을 위하는 나라의 이데올로기에 있어서 사상과 체제의 방향성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티베트인의 붓다를 향한 신앙심은 티베트의 전통과 문화에 근간을 둡니다. 앞으로도 붓다의 법어가 바르게 계승되기 위해서는 논리와 분석을 통한 합리적인 사유를 통한 실천이 병행 되어야 합니다. 모두에게 당부컨대 불안을 여의고 희망을 지니는 한 해의 시작이 되기를 바랍니다.


더불어 티베트 젊은이는 좀 더 티베트 모국어의 소중함을 가슴에 새기기를 바랍니다. 티베트의 법과 문화에 전 세계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담긴 의미 때문입니다. 우리가 지닌 소중한 얼을 자랑스럽게 지녀야 하는 이유의 명분을 기억하세요. 인도에 망명하였을 때 네루 수상에게 간곡히 요청한 사항 중 하나는 티베트어와 문화를 배우는 교육 체제에 대한 지원과 협력이었습니다.


공부의 깊이가 생기면 중관 그리고 반야 사상에도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세요. 히말라야에 근접한 불자의 삶 속에는 붓다의 가르침이 아름답게 남아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웃 종교의 선교사들이 선진 문물을 소개하며 개종을 권유하기도 합니다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른 법에 의지하여 참된 신심으로 지혜를 발현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불법은 맹신을 지양합니다. 항상 관찰하고 탐구하세요. 바르게 관찰하고 탐구하려면 공부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실천으로 옮겨야 합니다.


붓다의 가르침은 중전법륜에 이르러 멸제의 근간을 세우게 되었고 무자성의 법이 설해졌습니다. 붓다란 어떠한 분인가. 모든 허물에서 벗어난 분이며 모든 공덕을 갖춘 분입니다. 나의 지혜를 바른 견해를 통해 실집을 제거하고 무아를 알아차리게 하니, 붓다께서 설한 반야바라밀을 통해 평등한 자비를 행하도록 일깨웁니다. 중생을 이끌어 깨달음으로 전진하도록 하니, 오로지 하나의 목적은 바로 중생을 이롭게 하기 위함입니다.


보만론을 설한 대상은 선한 법을 성취하기를 원하는 왕이었습니다. 법을 수행하는 적합한 환경에서만 궁극의 열반에 이를 수 있습니다. 그 환경은 인간의 몸이며 인간만이 사유와 추론을 통해 헤아릴 수 있기에 생명을 지닌 존재 가운데 수행에 임할 수 있는 최상의 근기입니다. 그러니 인간의 몸을 받은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일까요.


바른 신심을 일으켜야 합니다. 그리고 지혜로와야 합니다. 욕망과 증오 어리석음에 의해 법을 거스르지 말아야 합니다. 평등심과 공정심을 일으켜 법을 듣고 사유하여 경험되도록 하세요. 이러한 사항을 실천하는 자만이 진실로 현명한 수행자입니다. 말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온갖 의지와 의도를 잘 살펴 자신을 제어한 자만이 현명한 수행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