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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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눈높이로 만나는 화엄의 세계

깨달음의 씨앗을 찾아 떠난 빛의 여행


어린이 눈높이로 만나는 화엄의 세계


박경희
중도기획 디자인실장


『깨달음의 씨앗을 찾아 떠난 빛의 여행』
민제보현 지음 | 서연진 그림
386쪽 | 128*188 | 무선제본
값 23,000원
보리와 선재(031-963-0858) 펴냄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고양시 보현정사 주지 민제보현스님이 어린이들을 위한 화엄 동화 『깨달음의 씨앗을 찾아 떠난 빛의 여행』을 펴냈다.
이 책은 『화엄경』 「약찬게」에 등장하는 53선지식의 가르침을 동화 형식으로 풀어내어,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화엄 사상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따뜻하게 전한다.
저자는 오래도록 「약찬게」를 염송하며 “선재라는 한 아이의 길”을 마음에 품어왔다고 한다. 선재동자가 53선지식을 찾아가 묻고 또 묻는 여정, 곧 “지혜란 무엇인가요?”, “자비는 어디에서 피어나나요?”라는 질문은 이 책의 출발점이 되었다.
작가는 그 물음들이 별빛처럼 마음에 내려앉았고, 그 빛을 따라 한 편 한 편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고 밝힌다.
이 동화는 단순한 설화의 재구성이 아니다. 선재동자와 보리라는 두 아이의 구도 여정을 중심에 두고, 만남과 배움, 실천과 회향의 과정을 자연스럽게 엮어낸 수행 동화다.
아이들은 이야기 속에서 자비구름의 덕운 스님, 넓은 바다를 닮은 해운 스님, 두려움을 없애는 휴사 보살 등 다양한 인물을 만나며 믿음의 씨앗을 심고 보리심의 뿌리를 내린다.
이어 세상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고, 마침내 마음의 바다에 이르는 여정을 따라가게 된다.
특히 책은 53선지식을 단순히 나열하지 않고, 각 인물의 상징성과 수행적 의미를 알기 쉽게 풀어준다.
예컨대 욕심의 끈을 놓는 여인, 병든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장자, 자비로 세상을 밝히는 보살의 모습은 어린이 독자들에게 ‘깨달음은 먼 곳에 있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는 곧 『화엄경』이 말하는 인드라망의 세계, 서로가 서로를 비추는 연기의 진리를 동심의 언어로 번안한 시도라 할 수 있다.
책의 구성은 ‘깨달음의 씨앗’에서 시작해 ‘보리심의 뿌리’, ‘세상을 향한 발걸음’, ‘마음의 바다’, ‘빛의 문을 열다’, ‘빛의 회향’에 이르기까지 여섯 갈래로 구성되었다.
이는 곧 수행의 단계이자 한 생애의 성장 과정이다. 마지막 장에서 선재와 보리는 헤어지지만, 그 이별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회향의 시작임을 보여준다.
저자는 “깨달음은 먼 하늘이 아니라, 지금 이 마음 한가운데 피어나는 연꽃 한 송이”라고 말한다.
어린이 독자들이 책을 덮으며 “나도 선재처럼 배우고 싶어요.”, “나도 보리처럼 착한 마음을 지니고 싶어요.”라고 속삭인다면, 그 자체가 이미 화엄의 꽃이 피어난 순간일 것이다.
그림을 곁들인 이번 동화는 가정과 사찰, 어린이 법회에서 함께 읽고 나누기에 적합하다. 어려운 교리를 설명하기보다, 이야기를 통해 스스로 묻고 답하게 하는 힘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다.
『깨달음의 씨앗을 찾아 떠난 빛의 여행』은 어린이들에게는 신심의 길잡이가 되고, 어른들에게는 잊고 있던 동심과 초발심을 일깨워 주는 귀한 불서로 자리매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