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돈
한의학 박사 | 전 원광대학교 한의대 외래교수 | 햇살고운 한의원 대표원장
봄이 오면 날씨는 따뜻해지지만, 몸은 오히려 피곤해졌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다.
괜히 짜증이 나거나, 잠이 잘 오지 않고, 소화가 불편해지는 경우도 있다.
이런 변화는 이상한 일이 아니라 몸이 계절에 적응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한의학에서는 봄을 ‘새로운 기운이 시작되는 계절’로 본다.
겨울 동안 우리 몸은 추위를 견디기 위해 에너지를 안에 모아두고 지냈다.
그런데 봄이 되면 이 에너지가 갑자기 밖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때 몸의 균형이 잘 맞지 않으면 피로, 두통, 예민함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봄과 가장 관련이 깊은 장기는 ‘간’이다.
간은 몸속 기운이 잘 흐르도록 도와주고, 감정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봄철에 사소한 일에도 화가 나거나 마음이 불편해지는 이유는
간의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봄에는 몸뿐 아니라 마음도 함께 돌보는 것이 중요하다.
봄철 건강관리는 억지로 힘을 내기보다 몸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것이 핵심이다.
기름진 음식이나 자극적인 음식은 잠시 줄이고,
제철 채소처럼 가볍고 신선한 음식을 먹는 것이 좋다.
많이 먹기보다는 천천히, 규칙적으로 먹는 습관이 몸을 편안하게 해준다.
생활 습관도 조금 바꿔보자.
해가 길어진다고 늦게 자는 것은 봄철 피로를 더 키울 수 있다.
밤에는 충분히 쉬고, 아침에는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거나
산책을 하며 몸을 깨워보자.
땀을 많이 흘리는 운동보다는 몸을 천천히 움직이는 활동이
봄에는 더 잘 맞는다.
마음 관리도 중요하다.
답답한 감정을 계속 참기보다는 말로 표현하거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마음을 쉬게 해주는 것이 좋다.
햇볕을 받으며 잠시 걷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한결 가벼워질 수 있다.
봄은 몸과 마음이 함께 깨어나는 계절이다.
계절의 변화를 이해하고 생활을 조금만 조절해도 봄을 훨씬 건강하게 보낼 수 있다.
봄을 잘 보내는 것이 1년 건강의 시작이라는 점을 기억해보자.
한의학에서는 이런 봄철 변화에 맞춰 몸의 흐름을 부드럽게 돕는 처방들을 활용해 왔다.
그중에서도 비교적 이름이 알려져 있고, 성질이 순한 처방들이 있다.
1. 소요산逍遙散
봄철 스트레스와 예민함에 자주 언급되는 처방이다. 소요산은 봄철에 마음이 불안하거나, 괜히 짜증이 늘고, 가슴이 답답할 때 자주 이야기되는 처방이다. 몸의 기운이 막히지 않도록 도와주고, 긴장을 풀어주는 데 목적이 있다. 특히 봄에 감정 기복이 심해지는 사람들에게 자주 언급된다.
2. 가미소요산加味逍遙散
열감과 답답함이 함께 있을 때 가미소요산은 소요산에 열을 식혀주는 약재가 더해진 처방이다. 얼굴이 달아오르거나, 잠을 설칠 만큼 몸에 열이 쌓인 느낌이 있을 때 주로 고려된다. 봄철에 스트레스와 함께 열감이 느껴지는 경우 자주 처방한다.
3. 보중익기탕補中益氣湯
봄철 기운이 떨어질 때 봄이 되면 오히려 기운이 더 떨어졌다고 느끼는 사람도 많다. 보중익기탕은 이름 그대로 기운을 보충해주는 대표적인 처방으로, 쉽게 피로해지고 기운이 처지는 경우에 자주 사용하고 있다.
4. 향사평위산香砂平胃散
봄에는 식욕이 들쑥날쑥하고, 배가 더부룩해지는 사람이 많다. 향사평위산은 위장을 편안하게 하고 소화를 돕는 쪽으로 알려진 처방이다. 과식이나 불규칙한 식사로 속이 불편할 때 자주 언급된다.
5. 쌍화탕雙和湯
쌍화탕은 감기 기운이 있거나 몸이 전반적으로 허약해졌을 때 떠올리기 쉬운 처방이다. 봄철에 큰 병은 없지만 몸살처럼 축 처질 때 부작용 없이 쉽게 쓸 수 있다.
봄에는 무조건 보하는 것보다, 막힌 것을 풀고 흐름을 조절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같은 처방이라도 사람마다 맞고 안 맞을 수 있으므로, 실제 복용은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처방들이 봄철 건강 이야기에서 자주 언급된다는 점만 알아두어도, 자신의 몸 상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