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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속 흔하고 오래된 것들의 놀라운 역사

사찰에 가면 문득 보이는 것들


김명환
도불광출판사 제작부장


『사찰에 가면 문득 보이는 것들』
노승대 지음
174×231 / 432쪽
30,000원
불광출판사 펴냄



흔하고 오래된 것들에 깃든
역사와 문화, 옛사람들의 염원!
혹자는 전국 곳곳에 자리한 사찰을 ‘숲속의 박물관’이라 칭한다. 오랜 시간 동안 그 자리를 지켜오며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은 불상이나 불화, 전각 등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절집의 보물은 그뿐만이 아니다. 저자는 어떤 목적으로 세운 것인지 쉽게 알 수 없는 절 마당의 돌기둥이나 단순한 장식으로 보이는 지붕 위의 오리 조각, 불상 앞에 놓인 탁자는 물론 법당에 오르는 계단이나 석축마저도 사연 깊은 우리 역사의 보물이라 이야기한다.
베테랑 역사문화 답사가인 저자는 그동안 두 권의 저서(『사찰에는 도깨비도 살고 삼신할미도 산다』, 『사찰 속 숨은 조연들』)를 통해 사찰이란 무대 위의 ‘황금 조연’들, 다시 말해 절집에 머무는 토끼, 게, 거북 등의 동물과 신선, 삼신할미, 사천왕, 시왕 등의 신비한 존재들에 대해 소개해 왔다. 그런 저자가 이번 저서를 통해 다루는 대상은 여느 사찰에나 있을 법한 익숙한 것, 작거나 사소해 보여 우리 눈에 띄기 힘들었던 절집의 오래된 것들이다.
문득 찾은 사찰에서 으레 지나치게 되는 것들. 그것에는 과연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까?


사찰의 그 무엇이든 그냥 있는 것은 없다
이 책은 모두 2부로 구성되었다.
1부는 암벽 위에 새기고, 바위를 다듬어 조성한 사찰의 석조물에 관한 내용이다. 길 위의 부처라 불리는 마애불을 시작으로, 불탑과 석등, 승탑 등 사찰에 가면 쉽게 만나볼 수 있는 것들과 왜 세워두었는지 잘 알 수 없었던 노주석, 당간지주에 대해 다룬다.
2부는 사소해 보이지만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한 의외의 보물에 관한 이야기이다. 법당의 불상 앞에 놓인 탁자와 법당에 오르는 계단, 돌로 쌓은 옹벽인 석축은 물론 사찰 화장실 해우소, 전각 지붕 위에 얹어진 오리 조각, 처마 밑에 놓인 항아리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해서 관심 가지 않은 것들, 혹은 사찰의 단순한 장식이나 생활용품, 일상적 공간 정도로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이지만 그 무엇도 그냥 있을 리는 없을 터. 저자는 그간의 공부와 답사를 통해 그러모은 이야기 보따리를 아낌없이 풀어 하나하나에 새겨진 역사에 관해 들려준다. 특히 그 연원부터 우리 땅에 자리하게 된 경위와 그 안에 깃든 상징적 의미에 대해 설명함에 있어, 종교와 역사, 오래된 문헌과 기록, 설화와 신화 등을 종횡무진한다. 더욱이 현존하는 유물의 사례를 300여 컷의 사진 자료를 통해 소개함으로써 텍스트에 갇힌 사찰 문화 가이드가 아닌 생생한 답사 체험을 지면을 통해 경험할 수 있게 하였다.


흔하고 오래된 것들의 놀라운 역사
그렇다면 저자는 이 보물들을 어떻게 발견할 수 있었을까? 아마 우리 역사ㆍ문화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살아온 지난 40여 년의 세월 중 훨씬 많은 시간을 책상보다 길 위에서 지낸 ‘찐 답사가’이기 때문일 것이다.
‘관심’, 그것은 바쁜 일상에 즐거움이 되어 주는 답사의 여정에서 뜻밖의 기쁨을 선사한다.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지 않아도 좋다. 우리 역사의 현장인 사찰에서 오랜 시간을 버티어 온 ‘보물’을 발견하는 즐거움이란 누구에게나 크다.
뜻밖에 발견한 사찰의 보물들, 그리고 그 역사의 증거가 모인 사찰에 대해 오직 애정으로 정성스럽게 써내려 간 이 책을 통해 알면 알수록 다가오는 사찰 문화의 감동을 금치 못하게 될 것이다. 이번 가을 저자가 안내하는 마지막 답사에 동행해 보는 것은 어떨까?


책속으로
위로전국에 흩어져 있는 마애불을 답사하다 보면 불교 이전부터 전통적 기도터로 쓰였던 바위 신단에 마애불이 새겨진 경우가 많다. 근처에는 샘이나 계곡이 있고, 그 분위기 자체도 심상치 않은 곳이 대부분이다. 결국 오랫동안 한민족의 전통 신단으로 쓰였던 곳에 불교의 마애불이 나타나고 암자가 들어서면서 불교 사찰로 변모했다는 뜻이다. 이렇듯 마애불이 있는 곳에서는 불교 이전의 역사도 함께 생각해 봐야 한다. -25쪽


충주 창동리 마애불은 아예 강물에 띄운 배 위에서 바라보아야 잘 보이기 때문에 뱃길을 오가는 사람들이 수운의 안전을 위하여 조성했던 불상으로 보고 있다. 충주에서 여주까지도 많은 여울이 있어 뱃길이 위험했기 때문이다. 뗏목은 여름 강 수위가 높아지면 띄우는 것이지만 자갈이나 퇴적물이 쌓여 얕아진 여울은 항상 조심해야만 한다. -68쪽


1910년 경술국치로 인해 일제강점기로 들어서면서 일본불교가 침투하기 시작해 차츰 왜색불교가 자리 잡게 된다. 조선시대 말까지 겨우 이어지던 전통적 마애불 조성 불사도 현저히 줄어든 대신 일본불교의 영향을 받은 마애불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한 유적이 목포 유달산에 남아 있다. -83~84쪽


백제인들은 돌을 깎아 목탑 모양대로 탑을 만들었다. 기본 모델이 목탑이었기에 그 모습을 돌로 그대로 재현한 것이다. 이 석탑이 바로 익산 미륵사지석탑(국보)이다. 백제 무왕 40년(639)에 세워진 이 석탑을 뜯어 보면 목조 건물 양식을 곳곳에 갖추고 있다. -97쪽


불국사 삼층석탑을 중심으로 기단부 주위에는 연꽃을 조각한 둥근 돌을 여덟 곳에 배치하고 석재로 연결하여 탑의 구역을 나타냈다. 이를 ‘팔방금강좌八方金剛座’라 하는데 여덟 보살이 앉는 자리라거나 팔부신중의 자리라는 등 여러 가지 해석이 있다. 그러나 이 탑의 본래 이름이 ‘석가여래상주설법탑’이므로 석가여래가 설법할 때 사방팔방에서 모여드는 불보살이 모여 앉는 자리로 보기도 한다. 말하자면 석가여래가 이끄는 법회 풍경을 상상하게 하는 탑이다.  -110쪽


『대반열반경』에는 ‘중생은 번뇌의 어두움 때문에 지혜를 잃는 데 반해 부처님은 방편으로 지혜의 등을 켜니 모든 중생을 열반에 들게 한다’는 말씀도 있다. 결국 등은 중생 구제를 위해 세상을 밝힌다는 의미와 언제나 꺼지지 않는 지혜의 등불이란 상징적인 의미가 있으므로 이를 영구적인 시설로 만들려는 시도가 생기게 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석등石燈’이 출현하게 된다. -160쪽


불교가 들어온 이후 광명을 숭상하는 오랜 전통이 불전에 등불을 올리는 공양과 어우러지며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일시적으로 불전에 등불을 올릴 것이 아니라 항상 등불을 올린다는 상징으로 드디어 석등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부처님의 지혜와 가르침을 실천하여 온 세상을 밝히는 진리의 법등法燈이라는 상징성과 항상 부처님 전에 등불을 공양한다는 의미, 광명을 숭배하는 전통적 믿음까지 전부 담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163~164쪽


반은 자연이고, 반은 인공이라는 우리나라의 미는 삼국시대부터 나타나 있고 그것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곳이 바로 불국사의 대석단이다. 이것은 ‘경주 불국사 가구식 석축’이란 명칭으로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347쪽


일주문을 만드신 스님의 창의력과 유머 감각이 돋보인다. 절로 들어가면서 왼쪽 기둥으로 삼은 돌에 문패를 새겨 놓으신 것이다.
복잡한 내용은 없다. 네모나게 파 놓은 틀 안에 한문으로 ‘佛’, 이 한 자만을 음각으로 새겨 놓은 것이다. 절집의 주인은 부처님이라는 뜻이 아니겠는가. 마치 여염집의 문패같이 새겨진 이름을 보고 누구나 살며시 미소 지을 수밖에 없다. -39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