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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분양 피해사례(2)와 법인격부인론(1)

채무를 면하기 위하여 위장법인을 활용하는 경우


장길석
여래사 불자, 법무법인 한별
송무실장·jang-kswi@hanmail.net


지난 호에서는 사기분양의 피해가 구제받지 못한 사례였는데, 이번 호에서는 사기분양의 피해자가 구제받은 사례를 보기로 한다.


【사례】
갑은 오피스텔 분양 계약을 을회사와 하였다. 그런데, 을회사(사업시행자)의 사주인 병은 오피스텔 분양대금 중 거액을 인출하여 자신의 명의로 부동산을 구입하는 데 사용하였고, 을회사는 그 후 오피스텔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못하여 건설회사인 병회사는 그 공사를 중단하였다.
이 경우, 갑은 을회사에게 지급한 분양대금을 병에게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가? 또한, 병 소유 부동산에 대하여 강제집행 또는 보전처분(가압류 등)을 할 수 있는가?


【답】
을회사가 형식적인 주식회사에 불과하고, 이사회나 주주총회 등의 결의도 외관상 회사로서의 명목을 갖추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면, 병이 을회사로부터 인출한 금원을 근거로 갑은 병에게 분양대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고, 강제집행 또는 보전처분도 가능하다.


1. 법인과 자연인(개인)의 구분
우리 민법은 자연인(개인)과는 다르게 법인을 권리의무의 주체로 인정하고 있고(민법 제31조 이하), 나아가 상법에서는 모든 회사를 법인으로 규정하고 있으며(상법 제169조), 특히 현대자본주의의 발전으로 우리 사회에서는 주식회사(필자 註 참조)가 영리법인의 대표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법인의 특징을 보면 다음과 같다.
(ⅰ) 법인명의로 권리의무의 주체가 되고, 법인 자체의 명의로 소송당사자가 되며
(ⅱ) 법인의 재산에 대하여는 법인 자체에 대한 집행권원에 의해서만 강제집행할 수 있고
(ⅲ) 법인의 재산은 법인 구성원(주주 개인, 이사 또는 대표이사)의 채권자에 의하여 강제집행의 대상이 되지 않고
(ⅳ) 법인의 채권자에 대하여는 법인의 재산만이 책임재산이 되고 법인의 구성원(주주 개인, 이사 또는 대표이사)의 재산은 책임재산이 되지 않는다.


2. 법인격부인론法人格否認論이란
가. 이론적 근거 : 법인격부인론이란 특정한 경우에 회사와 주주(주식회사의 경우) 간의 위와 같은 분리원칙의 적용을 배제함으로써, 회사와 주주를 동일시하여 구체적으로 타당한 해결을 하려는 이론이다. 그리고, 그 이론적 근거는 민법 제2조 제1항의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 또는 민법 제2조 제2항의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에 두고 있으나, 법률상 명문규정보다는 학설과 판례로 정립된 이론이다.
나. 법인격 부인의 요건 : 학설상 그 요건이 다양하나, 여기서는 판례를 중심으로 보기로 한다.
(1) 채무면탈 내지 법률 적용의 회피의 목적
대부분의 판례들은 채무면탈의 목적 등 법률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법인을 전면에 내세우는 경우에 법인격을 부인하고 있다(대법원 2013. 2. 15. 선고 2011다103984 판결, 같은 취지의 대법원 2011. 5. 13. 선고 2010다94472 판결 및 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8다82490 판결 등). 특히, 위 판례들을 보면, 법인 내부의 이사회 내지 주주총회 등의 개최여부와 그 회의를 개최하더라도 형식적인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있는 점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2) 조세 회피의 목적
최근 우리 법원은 조세 회피 목적의 경우에도 법인격부인론을 채택하고 있다. 최근 세간에서 유명한 일화를 남긴 미국계 론스타 펀드의 강남 스타타워빌딩 매각과 관련된 것인데, 법인격부인론의 좋은 연구사례이다. 여기서는 논외로 한다.
다. 법인격 부인의 효과 : 주식회사의 경우 법인격이 부인되면, 그 회사의 독립된 존재가 부인되고, 그 회사와 주주(또는 주주회사 또는 배후 회사)는 동일체로 취급된다. 따라서, 그 회사의 행위로 인한 책임은 주주에게 귀속된다. 여기서, 주식회사와 주주의 동일성 여부는 사실관계와 증거들을 따져서 판단할 일이다.
3. 실제 사례(채무면탈시 법인격을 부인한 사례)
위 사례는 “대법원 2001. 1. 19. 선고 97다21604 판결”에 나오는 것이다. 판시 요지를 보면, “회사가 외형상으로는 법인의 형식을 갖추고 있으나 이는 법인의 형태를 빌리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아니하고 그 실질에 있어서는 완전히 그 법인격의 배후에 있는 타인의 개인기업에 불과하거나 그것이 배후자에 대한 법률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함부로 쓰여지는 경우에는, 비록 외견상으로는 회사의 행위라 할지라도 회사와 그 배후자가 별개의 인격체임을 내세워 회사에게만 그로 인한 법적 효과가 귀속됨을 주장하면서 배후자의 책임을 부정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는 법인격의 남용으로서 심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고, 따라서 회사는 물론 그 배후자인 타인에 대하여도 회사의 행위에 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하여, 갑이 병에게 분양대금을 반환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준 것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을 회사가 주식회사의 외관은 갖추고 있으나, 병의 개인기업 내지 병에 대한 법률 적용을 회피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갑 등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을 면탈하기 위한 수단으로 을 회사를 이용하였다는 것이 법인격부인의 요체이고, 병의 갑에 대한 채무를 인정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