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돈
한의학 박사 | 전 원광대학교 한의대 외래교수 | 햇살고운 한의원 대표원장
독감 유행이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다.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전염성 호흡기 질환이다. 독감에 걸리면 38도 이상의 발열과 함께 기침, 인후통 같은 호흡기 증상뿐 아니라 몸살, 피로 같은 전신 증상, 메스꺼움과 구토 등의 소화기 증상 등이 나타난다.
질병청의 발표에 따르면 독감 환자가 5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늘었다고 한다.
독감 유행은 대개 11월에 시작되고 이듬해 3~4월경에 끝난다. 올해는 이례적으로 독감 기세가 연중 꺾이지 않는 분위기로, 지난해 9월 이후 독감 유행주의보가 1년 내내 이어지고 있는데 이런 건 2000년 이후 처음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팬데믹 시기 3년간 쌓인 “면역 빚(immune debt)”을 한꺼번에 갚는 것으로 이 현상을 설명한다. 강력한 방역 조치로 코로나19 뿐 아니라 다른 호흡기 감염도 크게 줄었는데, 감염으로 얻게 되는 자연 면역력도 덩달아 감소하면서 갚아야 할 빚처럼 한꺼번에 다수가 감염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인데, 지역사회 면역 수준이 떨어진 게 가장 큰 이유로 올 초 방역 수준이 완화되며 대면 접촉이 늘고 개인위생 수칙에 대한 긴장감이 떨어진 데다 바이러스가 활동하기 좋은 시기 등이 맞물린 영향도 있다.
독감은 전염성이 매우 높다. 감염된 사람의 비말을 통해 쉽게 전파되고 입이나 코의 표면에서도 생존할 수 있어 얼굴을 만지면 간접 전염도 가능하다. 그러므로 독감 유행 기간에는 정기적으로 손을 씻고 손 소독제를 사용하며 얼굴을 만지지 않는 것이 바이러스 감염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현재 독감 치료는 백신을 통한 예방과 항바이러스제 복용을 통해 이루어진다. 백신은 각 나라의 독감 데이터를 수집하여 매년 새롭게 만들어지지만, 백신의 유효율은 일정하지 않다.
한의학에서의 독감 대응법은 예방과 치료 그리고 후유증 관리로 이루어진다.
독감과 같은 급성 중증 호흡기 질환을 한의학적으로 상세히 연구한 학문으로 상한론과 온병학이 있다. 상한론은 2000년 전에 나온 책으로 감기, 독감, 코로나 바이러스나 장티푸스 같은 거의 모든 급성 감염병의 치료법을 담고 있으며 온병학은 청나라 시대부터 나온 학문으로 급성 감염병 치료에 있어 상한론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주는 치료법을 소개하고 있다.
독감 예방에 도움을 주는 처방으로 몸을 따뜻하게 하고 원기 회복 및 정체된 기운의 순환을 원활히 하여 식욕 증진, 소화 흡수, 체력과 면역력을 증진시킨다. 보중익기탕 쌍화탕 등이 많이 쓰인다.
한국에 비해 일본이나 중국에서는 독감 치료에 한약을 많이 쓴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는 ‘마황탕’이 독감 치료에 있어 타미플루나 리렌자와 치료 효과가 동일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고, 중국은 2003년 대규모로 발생한 사스 치료뿐 아니라 독감 치료에도 한약을 많이 써왔다. 2011년에는 ‘은교산가감방’이 A형 독감 바이러스에 뛰어난 치료 효과와 안정성을 가지고 있다는 내용의 논문이 발표되기도 했다. 은교산은 독감과 같은 급성 호흡기 질환의 초기 해열·소염 효과가 뛰어나다. 국내에서도 한의사들이 코로나 감염환자를 대상으로 은교산을 투여한 결과 뛰어난 치료 효과를 보였다.
독감을 심하게 앓고 난 후 체액이 부족해진 상황에서는 마른기침이 오래가고 기력이 떨어진다. 이 경우 체력과 함께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라 다른 바이러스에도 쉽게 감염되므로 체질에 맞는 처방에 체액을 보충하고 면역을 증강시키는 약재를 추가한 처방을 사용하면 빠른 체력과 면역력의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경옥고 같은 보약이나 발효한약 같이 흡수가 용이한 약재가 많이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