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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향기로운 사회를 만들려면
성윤 스님
제주 자광사 주지

요즘 우리는 너무나 많은 갈등(葛藤)을 겪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물론 가정적으로나 사회적으로도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또 그 갈등들은 반목과 대립을 일으켜 우리를 괴롭히고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 하기야 우리 인간의 역사를 보면, 그것은 갈등과 반목과 대립으로 점철된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이‘갈등’이란 용어는 원래 불교에서 나온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일반사회에서 더 많이 쓰고 있는 것 같다. 그 출전은 불교의 경전인 출요경(出曜經)이다.

其猶衆生墮愛網者必敗正道猶於葛藤纏樹樹枯
(기유중생 타애망자 필패정도 유어갈등 전수수고)
중생들이 애욕의 그물에 얽매이게 되면 그 바른 도를 잃게 된다. 그것은 마치 칡넝쿨과
등나무가 나무에 얽히면 나무가 말라죽게 되는 것과 같다.

이것이 갈등이란 말의 출처다. 우리는 산업사회와 정보화시대를 이루기 전까지는 그래도
윤리와 도덕의 바탕 위에서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고 또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생각하고
위하는 미덕을 발휘하면서 살아왔다. 가족들 간에도 애정과 효도로써 비교적 갈등 없이 안
락하고 화평한 생활들을 해왔던 것이다. 
 
러나 산업사회가 되고 물질문명이 발달되고 정보화시대가 되면서 인간사회는 갑자기
변화를 가져오기 시작했다. 나만 생각하는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극도로 팽배하여 남과 이
웃은 전혀 고려치 않는 배타와 불신만이 만연해진 것이다. 거기에다 서구문화까지 갑자기
밀려들어 우리의 전통문화와 미풍양속까지를 빠른 속도로 해치게 되었다.
이처럼 사회가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로 흐르면서 우리는 이념과 사상적인 갈등, 가정과 사
회적인 갈등, 정치와 지역적인 갈등으로 인하여 많은 고통을 받고 있다.
더구나 요즘 들어서 지난 IMF 때 사회세태를 풍자하는 단어로 널리 회자되었던 ‘사오정
(45세 정년)’,‘ 오륙도(56세까지 일하면 도둑놈)’,‘ 삼팔선(38세 퇴직)’,‘ 이태백(20대 태반
이 백수)’등의 신조어에 이어‘삼태백(30대 태반도 백수)’, ‘이구백(20대 90%가 백수)’,
‘십장생(십대도 장차 백수가 되리라는 예언)’,‘ 청백전(청년 백수 전성시대)’이라는 신조어
가 널리 퍼지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는 사회를 이끌어가야 할 지도층들이 민생을 살피는 것은 뒷전으로 한 채 이전투구
(泥田鬪狗)식 행보에 집착하고 젊은이들 또한 부모들의 과잉보살핌에만 길들여져 있어 독립
심을 키우지 못한데서 생긴 우스갯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러한 우스갯
소리가 나온 배경에는 사회를 이끌어가는 지도층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데서 기인한다고
할 것이다.

경전 중에『우전왕경(優塡王經)』이라는 경전이 있는데, 부처님은 그 경전에서 사회를 아름
답게 하기 위해서는 그 사회를 이끌어가는 지도자, 즉 윗사람으로서 경계해야 할 열 가지와
추구해야 할 열 가지를 설해놓았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윗사람의 잘못은 대략 열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이 열 가지 잘못이 있으면 아무리 돈이
넉넉하고 보좌를 잘하는 아랫사람이 있다고 해도 그는 결코 윗사람으로서의 구실을 다한다
고 말 할 수 없다. 이 열 가지 잘못이란 첫째, 질이 좋지 않음이요 둘째, 마음의 자유가 없음
이며 셋째, 성질의 거칠음이며 넷째, 냉정함이고 다섯째, 인정 없음이며 여섯째, 마음이 비
틀려서 남의 아첨을 잘 듣는 것이고 일곱째, 자기 분수를 모르는 것이며 여덟째, 선악을 구
별하지 않는 것이고 아홉째, 사물의 분별을 모르는 것이며 열째, 재욕·색욕·음식욕·명예
욕·수면욕 등을 탐하는 방종·방탕한 행동을 하는 것이다. 그 중 첫 번째를 제외하면 나머
지 아홉 가지는 자신의 잘못이다.

이와 반대로 윗사람이 간직해야 할 열 가지 공덕이 있는데 첫째, 질이 좋고 둘째, 자유가 있
으며 셋째, 성질이 포악하지 않고 넷째, 노하지 않으며 다섯째, 은혜가 크고 여섯째, 정직한 자
의 말을 들을 줄 알며 일곱째, 분수를 잘 지키고 여덟째, 선악을 잘 구별하며 아홉째, 사물을
잘 분별하고 열째, 제 멋대로의 행동을 삼가는 것이다.
앞의 열 가지 잘못의 경우와 비유해서 윗사람이 이 공덕을 체득할 수 있다면 국고가 비지 않
고 현명한 신하의 보필이 있으며 군비가 충실치 않다 하더라도 윗사람으로서의 위엄을 유지할
수 있다.”

이 경전에서 열 가지 경계해야 할 것과 지켜야 할 것은 2천6백 년 전 시대에서뿐만 아니라
현재 우리사회를 이끌어가는 사람들, 더 나아가 우리 모두가 간직해야 할 마음가짐이며 자세
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리고 이 열 가지만 제대로 지켜진다면 오늘과 같은 회의적이고 혼란한
상황은 초래되지 않을 것이다. 그보다는 우리 사회가 보다 맑고 향기로운 사회, 살맛나는 세상
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