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상 돈
한의학 박사|원광대학교 한의대 외래교수|햇살고운 한의원 대표원장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넘쳐나는 건강정보로 갈수록 혼란스럽다.
케이블 TV 인터넷과 SNS 등 어딜 봐도 건강이야기로 온통 도배하고 있다.
난무하는 건강이야기가 도움 되는 내용일지라도 과연 나에게 맞는 것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없어서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혼란스럽기만 하다.
장마 때 홍수가 나면 물에 갇혀버리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먹을 물이다. 건강상식의 홍수 속에서 내게 맞는 의학정보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혈압도 마찬가지다.
고혈압이 위험하다거나 저혈압이 더 위험하다거나 설왕설래가 많다.
그래서 이번 호에는 저혈압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정상혈압은 수축기혈압 120 확장기혈압 80, 고혈압은 수축기혈압 140 이상 확장기혈압 90 이상 되었을 때를 말한다.
아직까지 저혈압은 어느 정도 혈압수치를 기준으로 삼을지 명확한 기준은 없다.
다만 일반적으로 수축기혈압 90 이하 확장기혈압 60 이하일 때 저혈압이라고 말한다.
“저혈압은 고혈압보다 더 위험하다는데 그게 맞는 말인가요?”
내원하는 환자나 주변 지인들에게 가끔 듣는 질문이다.
정말 그럴까?
결론을 지어 말하자면 맞는 말이기도 하고 틀린 말이기도 하다.
탈수나 빈혈을 동반한 저혈압이라면 위험한 신호로 보는 게 맞다.
그러나 증상이 없는 저혈압 즉 병적이지 않은 저혈압은 혈관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어서 오히려 좋다. 심지어 저혈압 기준이 되는 90/60보다 더 낮은 경우에도 아무런 증상을 느끼지 않고 건강하게 생활하는 사람들이 많다.
때론 저혈압을 가진 사람이 낮은 혈압 때문에 기력이 떨어지고 피로가 빨리 온다며 보약을 원하기도 한다.
또 저혈압이기 때문에 정상까지 혈압을 올리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엉뚱한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육류 등 동물성 식품을 자주 먹거나 음식을 짜게 먹어서 정상혈압으로 유도하는 등의 행위다. 이렇듯 잘못된 건강상식이 오히려 건강한 사람에게 질병을 초래할 수도 있다.
혈압이 낮으면서 증상이 없다는 것은 낮은 압력으로도 필요한 만큼 혈액을 인체의 조직까지 보낼 수 있다는 의미이며 그만큼 혈관 안이 넓고 탄력성이 좋아서 혈액이 흘러나는데 저항이 적다고 이해하면 된다. 따라서 증상이 없는 저혈압은 건강할 수 있는 조건으로 볼 수 있다.
질병이 없이 건강하게 자라는 어린이들은 대부분 저혈압이다.
건강한 어린이들은 6세까지 혈압이 95/60 정도의 저혈압을 유지하다가 사춘기가 끝날 즈음 성인 수준의 혈압 즉 120/80으로 올라간다.
어린이들이 저혈압이라 해서 건강상에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의 혈관은 탄력성이 좋고 혈관 안이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 같은 찌꺼기가 쌓이지 않았고 좁아져 있지도 않아서 혈액순환에 별다른 저항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낮은 압력으로 혈액을 뿜어도 말초혈관까지 혈액이 공급되며 낮은 압력으로 혈액을 박출하는 심장도 그만큼 부담을 덜게 되는 것이다.
어린아이와 같은 혈관을 유지해서 증상 없는 저혈압이 되려면 정상체중보다 약간 못 미치는 건강하게 야윈 체중이 좋다. 또 혈관노화를 예방하는 식물성 식품위주로 식단을 꾸리고 가공식품이나 동물성 식품을 멀리하면 가능하다.
실제 임상에서 보면 성인이 증상이 없는 저혈압인 경우 혈액 중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이 낮고 건강하게 야윈 경우가 대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