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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직시해서 잘 살아야 한다









노천당 월하대종사
조계종 9대 종정



비가 내리는 곳마다 백상머리가 무성하거늘, 되돌아서 맑고 밝은 몸이 우뚝 솟아 하늘에도 있지 않고 땅에도 있지 않고 허공(虛空)티끌마다 밝고 역력하여 청산에 모여든 새들이 모두 다 육진속에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제자들에게 묻기를.
“무슨 복이 제일 복인가?”
하시자 제자들은 주로‘만승천자(萬乘天子)의 복’이나, ‘거부장자(巨富長子)의 복’등을 말하니, 부처님께서는 그것들은 다 진정한 복이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부처님 교훈(敎訓)대로 삼일에 죽 한 홉도 감지덕지(感之德之)하다는 마음만 가지면 그 이상 더 좋은 복은 없거니와 마음속에 부족감을 내면 낼수록 마음이 흔들려 방황하다가 쌓아 놓은 물질에 휘말려 정신까지 잃어버리게 됩니다. 사후(死後)에 부처님 회상(會上)에 나고자 하는 이는 현재의 생활을 잘 해야 합니다.

금생에 갈팡질팡 사는 이가 내생의 복을 빌어봐야 이루어질 수가 없습니다.
‘경상도에서 죽을 쑤는 사람은 충청도에 가도 죽을 쑨다’는 속담이 있듯이 금생에 거짓말과 빚으로 얼버무려 넘김 자는 내생에 그 보(報)를 마땅히 받을지니 자신의 분에 맞게 성실히 살아가야 합니다.
노력은 십원어치도 하지 않고 백원을 쓰면 그 외의 것은 모두가 빚이 되니 금생에 못 사는 이는 전생의 빚을 갚느라 못먹고 헐벗는 것이며 더 많은 빚을 진 사람은 소나 말이 되어 갚게 되니 노력 외의 것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나무가 나무를 먹으며, 쇠가 쇠를 먹고 물이 물을 먹으며, 불이 불을 먹고, 바람이 바람을 먹으며, 고기가 고기를 먹는 것과 같이 위정자는 위정자를 짓밟고, 이웃이 이웃을 괴롭히며, 불법(佛法)은 불자(佛子)가 해치고 내가 나를 망치는 것입니다.
따라서 나를 짓밟는 이는 오직 나일 뿐 타인이 더럽힐 리 만무하여 가장 가까운 이가 나를 괴롭히니 공자옆에는 도척이요, 부처님옆에는 조달이 그 예입니다.
중생이 부처가 되지 못하게 하는 것도 내 속에 있고 부처가 중생놀음을 하는 것도 타인이 아닌 바로 나의 탓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두루물물이 다 청산에 빽빽이 차니,
성품이 본래 지어냄이 없어 망념아니네.
마음으로 차별없게 일어나는 당처가 있으니,
생사의 큰 일을 마쳐버리고자 왔다네.
부지런히 털고 닦아 익힌 버릇 놓아줌이라.
중생의 마음을 버릴 것이 없게 되었음이네.
스승을 찾아가서 결정코 바르게 보아서 되었음이니,
이 마음이 평등하여 범부와 성인이 없게 보이네.

-2535년 6월 영축산 法音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