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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준비하는 봄


현종 스님
강릉 현덕사 주지


봄은 새로운 시작이며, 생명을 잉태하는 계절이다. 모두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는 때이다. 그래서 봄이 되면 누구나 마음이 설렌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은 닫혔던 마음도 열리게 한다. 출발선에 새롭게 선 주자처럼 마음을 다지고, 연초에 세운 원력을 점검할 시기이다.

지난겨울. 눈도 많이 오고, 추위도 제법 매서웠다. 옷깃을 단단히 여미게 했을 만큼 강추위와 만났을 때 봄을 무척 기다렸다. 어쩌면 봄이 다시 올수 있을까라는 어리석은 생각도 해보았다. 그러나 겨울이 가면 봄이 오는 것은 자연의 이치이며 순리이다. 어김없이 변화하는 자연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견디기 힘들 정도의 난관에 봉착하더라도, 희망을 잃지 않는 강인한 생명력을 봄에게서 배워야 한다. 좌절하거나 낙담하지 말고‘자기의 자리’를 성실하게 지키면, 새로운 날이 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아무리 추운 겨울도 결국은 따뜻한 봄에게 자리를 넘겨줄 수밖에 없다. 때문에 희망을 잃어서는 안 된다. 희망이 없으면 엄동 설한을 이겨내기 어렵다. 자칫하면 지쳐 쓰러지는 어리석음을 범할 수 있다. 눈이 아무리 쌓이고, 얼음이 꽁꽁 얼어도, 봄바람과 함께 녹아 버리는 모습을 여러 차례 경험했지 않은가.

인동초(忍冬草)라는 식물이 있다. 겨울을 참고 견디어 다시 생명을 활짝 피우는‘인욕의 삶’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단어이다. 겨울을 지내지 않고는 봄이 주는 기쁨과 즐거움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 그래서 겨울을 보낸 사람만이 봄의 소중함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엊그제 새해를 맞이한 것 같은데, 어느덧 달력은 3월을 표시하고 있다. 봄이 되었다고 모든 일이 순조롭지만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생명의 계절을 맞아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려면 그만한 노력과 정성이 필요하다. 부처님은 세상의 모든 것은 변화하며, 이것은 연기(緣起)의 법칙을 따른다고 했다. 원인과 조건이 결합하여 결과를 생산하고, 그 결과는 또 다른 원인과 결과를 발생시킨다는 것이 연기이다. 씨앗을 뿌린 원인만 갖고는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다.

씨앗이 바르게 성장하려면 거기에 맞는 적합한 조건이 수반돼야 한다. 햇볕도 적절하게 비춰야 하고, 물과 비료 등 양분도 적당하게 있어야만 한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앞에 놓여 있는 어려운 상황도 절망하지 말고, 희망으로 변화시킬 조건을 만들면 극복이 가능하다. 그것은 다름 아닌 노력과 성실함이다. 두 가지가 동반되면 현실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한다. 그렇게 되면 삶은 행복해진다.

삶의 근본적인 목적은 행복에 있다. 이 세상에 행복하지 않으려고 사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부처님 가르침도 행복한 삶을 성취하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 비록 세상이‘고통의 바다〔苦海〕’라고 하지만, 거기에 좌절하거나 절망 하지 않고 행복을 향해 정진해야 한다고 부처님은 강조했다.

부처님은 행복에 이르는 여덟 가지 길을 제시했다. 그것이 바로 팔정도(八正道)이다. 팔정도를 실천하면 고통스런 삶에서 해방되어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원시불교 경전인 <아함경(阿含經)>에는 팔정도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나와 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정견(正見) - 올바로 보는 것.
정사(正思) - 올바로 생각하는 것.
정어(正語) - 올바로 말하는 것.
정업(正業) - 올바로 행동하는 것.
정명 (正命) - 올바로 목숨을 유지하는 것.
정정진(正精進) - 올바로 부지런히 노력하는 것.
정념 (正念) - 올바로 기억하고 생각하는 것.
정정(正定) - 올바로 마음을 안정하는 것.

보고,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고, 노력하고, 마음을 안정시키는 것 등을 올바로 할 때 고통은 소멸될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그렇게 될 때 탐내고, 성내고, 어리석은 삼독(三毒)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삶은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겨울을 지나 봄을 맞이한 지금. ‘나는 정말 행복한가’라는 질문을 던졌으면 좋겠다. 엄혹 했던 겨울을 이겨내고‘지금 이 자리’에 온 만큼 더욱 진지하게 행복한 봄을 성취해야 할 것이다. 연기와 팔정도의 부처님 가르침을 가슴 깊이 받아들이고 실천한다면 삶은 변화하고 행복을 만날 수 있다. 그러할 때 또 다시 겨울이 찾아와도, 지난해와는 다르게 절망하지 않고 살 수 있는 것이다. 하루하루 성실하게 노력하며 살아가면 우리는 행복을 만나게 되고, 어려운 현실에 봉착하더라도, 힘 있게 뚫고 나갈 수 있는 에너지를 갖추게 된다. 그 에너지가 바로 지혜(智慧)이다.

이제 가지 않을 것 같던 겨울이 갔다. 비록 한두 번의‘꽃샘추위’로 긴장을 주겠지만, 그것은‘겨울의 마지막 선물’이니 기쁘게 받아들이자. 봄이 왔다고 자칫 느슨해질 수 있는 우리에게 겨울을 잊지 말라고 경책하는 것이‘꽃샘추위’이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독일의 철학자 칸트는 행복을 위한 세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첫째는 일을 하는 것이고, 둘째는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고, 셋째는 희망을 갖는 것이다. 이 또한 부처님 가르침과 큰 차이가 없다. 지금 바로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다른 이와의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며, 희망을 버리지 않을 때 행복을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가슴 깊이 받아들여 행복을 찾아 떠나는 봄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는 계절이 돼야 한다.

이번 봄에는 끝없이 변화하는 현실을 인식하고, 고통을 벗어나는 팔정도를 실천하여, 지혜를 성취 하자. 방심(放心)하지 말고 마음을 가지런히 정돈하여 행복이라는 화두를 놓치지 말자. 봄은 생명을 잉태하는 계절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한걸음 더 나아가 행복을 만나는 인연을 만들어보자. 훗날 생을 마감할 때‘당신은 과연 행복하게 살았는가’라는 질문에‘나는 진정으로 행복하게 살았다’는 대답을 자신 있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 생을 정리할 때 던져지는 이 질문은 누구에게나 해당된다.
다른 이가 물을 수도 있지만, 스스로 던지는 질문인 것이다. 언젠가는 받게 되는‘당신은 정말 행복했는가’라는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할 것인지는 다른 누구에게 달려 있지 않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 스스로가 어떻게 사느냐에 달려있다. 지난 겨울을 원망하지 말고, 바로 지금부터 행복을 만들어가는 삶을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실천하면 행복을 틀림없이 만나게 된다.

봄바람이 따뜻하다. 마음도 함께 따뜻해지는 때이다. 우리의 삶도 따뜻해질 수 있도록‘바로 지금’ 부터 행복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