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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삼비 분쟁

한 애 경
조계종 포교사단 서울지역단 부단장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이루신 후 9년, 꼬삼비에서 그해 우기를 보내신 다음이었습니다. 두 패로 갈라선 비구들이 서로를 욕하고 심지어는 주먹질까지 하는 큰 분쟁이 일어났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사소하기 그지없는 일이었습니다.
어느 날 경전을 가르치는 장로가 화장실에 갔다가 쓰고 남은 물을 버리지 않고 그냥 남겨두게 되었는데, 마침 다음에 화장실을 사용한 사람이 계율을 가르치는 장로였습니다. 계율을 가르치는 장로가 경전을 가르치는 장로에게 말했습니다.
“스님께서 바가지 물을 버리지 않고 그냥 남겨 두셨습니까?”
“예, 제가 남겨두었습니다.”
“화장실에서 사용하던 물을 남기면 참회해야 될 허물이란 건 아십니까?”
“아,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면 뭐 허물이랄 것도 없지요.”
장로들끼리 서로를 낮춤으로써 그냥 지나갈 수도 있는 일이었으나 계율을 가르치던 장로는 경전을 가르치던 장로의 허물을 자신의 제자에게 말해버렸습니다. 결국 이야기는 순식간에 대중에 퍼졌고, 무리 속에서 자신을 보호하려는 나약한 이들의 교만이 고개를 들게 되었습니다.
계율을 배우던 이들은 경전을 배우던 이들을 비아냥거렸습니다.
“스님들의 스승은 자기가 저지른 허물조차 모르나 봅니다.”
스승을 욕하는 소리에 경전을 배우던 이들 역시 발끈하였습니다.
“허물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가 이제 와서 허물을 들먹거린단 말이오? 이렇게 말했다 저렇게 말했다 하는 걸 보니 당신들 스승은 믿을 수 없는 사람이군요.”
두 장로의 사소한 실수는 걷잡을 수 없는 분노의 불길로 번졌으며 마침내 부처님께서 양쪽의 장로를 찾아가셨습니다.
그리고 계율을 가르치던 장로에게 “계율의 적용에 앞서 교단의 화합을 중시해야 하다”고 타이르고 경전을 가르치던 장로에게 “아무리 사소한 허물이라도 참회하지 않고 묻어두어서는 안 된다”고 간곡히 타이르셨으나 소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동조하는 세력을 규합한 두 무리는 거처를 달리하고 포살을 비롯한 갖가지 승가의 행사까지 달리 행하였습니다.
그러나 일정 지역에 거주하는 승가가 두 곳에서 포살을 시행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정사 안과 정사 밖에서 부딪칠 때마다 서로를 비난하고 욕하던 그들은 급기야 폭력까지 행사하게 되었으며, 각기 지지하는 우바새와 우바이들까지 합세해 꼬삼비의 정사는 고함 소리가 그치지 않았습니다.
“비구들이여 싸움을 그만두라. 다투지 말라.
논쟁하지 말라. 원한은 원한에 의해 풀어지지 않는다. 원한은 원한을 버림으로써만 풀어진다.”
나라를 빼앗고 아버지와 어머니를 죽이고 자신까지 죽이려한 브라흐마닷따왕을 용서한 디가우왕자 이야기를 들려주며 부처님은 간곡하게 타일렀으나 분노와 교만에 들뜬 양쪽 비구들은 똑같은 말로 부처님의 권유를 무시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조금만 참아주십시오. 걱정 마시고 잠시 물러나 계십시오. 이 문제는 저희들끼리 해결하겠습니다.”
물러설 줄 모르는 비구들을 찾아가 부처님은 또 타일렀습니다.
“수족을 자르고 목숨을 빼앗고 소와 말과 재산을 훔치고 나라를 약탈하는 도둑패거리도 뭉칠 줄 아는데 너희들은 왜 그렇지를 못하느냐.”
세 번의 간곡한 타이름에도 꼬삼비 비구들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시자에게도 알리지 않고 말없이 홀로 길을 떠나셨습니다.
부처님은 꼬삼비 근처의 발라깔로나까라 마을에서 왁꿀라를 만나 홀로 떨어져 수행에 매진하는 공덕을 칭찬하셨습니다. 그리고 다시 아누룻다 · 낌빌라 · 난디야 세 사람이 함께 머무는 쩨띠의 빠찌나왐사다야 동산으로 가셨습니다.
세 비구의 삶은 너무나 청정하고 아름다웠으며 혼자서 하지 못할 일이 있을 때는 소리 내지 않고 손짓으로 도움을 청하였습니다. 그들은 숲의 짐승보다 조심스러운 움직임으로 선정 속에서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서로를 방해하지 않고 도우며 의지하는 그들은 닷새마다 한자리에 모여 진솔하게 법을 논하였습니다. 그런 세 비구를 보고 부처님은 큰 소리로 칭찬하였습니다.
“훌륭하구나, 훌륭하구나.”
그리고 이듬해 세 비구와 헤어진 부처님은 빠릴레이야까라는 외딴 마을로 가셨습니다. 그곳 깊은 숲 속 나무 아래에서 홀로 우기를 보내셨는데, 부처님이 떠나신 후 꼬삼비 승가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사방에서 쏟아졌습니다. 꼬삼비의 우바새와 우바이도 승가를 비난하고 나섰으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고 부처님의 간곡한 권유도 받아들이지 않는 이들을 더 이상 승가로 받들 수 없다며 한 끼의 공양조차 거절하였습니다.
이에 뒤늦게 후회한 꼬삼비 비구들이 백방으로 부처님을 찾아 나섰지만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 사왓티의 승가가 나서게 되었는데, 빠릴레이야까 외딴 숲에 도착한 아난다는 비구들을 입구에 세워두고 혼자 숲으로 들어갔습니다. 넝쿨이 우거진 오솔길을 헤치던 아난다는 깜짝 놀라 걸음을 멈췄습니다. 다리가 기둥보다 굵고 상아가 칼날처럼 날카로운 커다란 코끼리 한 마리가 앞을 가로막고 있었습니다. 코를 높이 세우고 당장이라도 아난다를 밟아버릴 듯 앞발을 치켜들었을 때였습니다.
“빠릴레이야까, 그 비구를 막지 마라.”
그 소리는 그토록 그리워하던 부처님의 목소리였습니다. 그 목소리에 코끼리는 힘차게 코를 흔들어 보이고 몸을 돌렸습니다. 코끼리를 따라 숲 가운데로 들어서자 넓은 그늘을 드리운 큰 나무가 나타났으며 그 아래 부처님이 앉아계셨습니다.
발우와 가사를 내려놓은 아난다는 거칠어진 부처님의 발아래 예배하였습니다. 아난다는 고개를 들 수 없었습니다. 한참 동안의 침묵이 흐르고 난 뒤 부처님께서 위로하듯 말씀을 꺼내셨습니다.
“아난다야, 무리를 벗어난 저 코끼리가 안거 동안 나와 함께 했단다. 이른 아침이면 나무 아래를 깨끗이 청소하고 더위가 심할 때면 시원한 물을 뿌려주었단다. 크고 작은 과일들을 따다가 나에게 주고 마을로 걸식을 나갈 때면 숲 입구까지 마중하고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단다.”
아난다는 죄송스러워 그저 눈물만 흘렸습니다.
“혼자 왔느냐?”
“비구들과 함께 왔습니다. 원치 않으실 거란 생각에 입구에서 기다리게 하였습니다.”
“그들을 데리고 오라.”함께 온 비구들도 고개를 들지 못했습니다.
“비구들이여, 모든 존재에게 폭력을 쓰지 말고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말라. 비구들이여, 그대들이 어질고 지혜로운 동반자, 성숙한 벗을 얻는다면 어떤 난관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질고 지혜로운 동반자, 성숙한 벗을 얻지 못했거든 코뿔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좋은 친구를 얻는 것은 참으로 행복하다. 훌륭하거나 비슷한 친구와 함께하는 것은 참으로 행복하다. 그러나 그런 벗을 만나지 못했거든 코뿔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결박을 벗어난 사슴이 초원을 자유롭게 뛰놀 듯 왕이 정복한 나라를 버리고 떠나듯, 상아가 빛나는 힘센 코끼리가 무리를 벗어나 숲을 거닐 듯, 물고기가 힘찬 꼬리로 그물을 찢듯, 모든 장애와 구속을 벗어나 코뿔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물과 진흙이 묻지 않는 연꽃같이, 코뿔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부처님께서 《화엄경》에서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들어 낸다’고 설하셨습니다.
『내 마음이 모든 부처님과 보살님들의 법이다. 내 마음이 곧 부처님의 법인 줄을 알므로 모든 세계를 깨끗이 하기도 하고 모든 겁에 들어가기도 한다. 그러므로 선한 법으로 내 마음을 돕고, 불법佛法의 비로 내 마음을 적시며, 법으로 내 마음을 깨끗이 해야 한다. 꾸준히 나아감으로써 마음을 견고히 하고, 참음으로써 마음을 낮추며, 선정으로써 마음을 깨끗이 하고,
지혜로써 마음을 밝게 하며, 부처님의 공덕으로 마음을 일으키고, 평등한 것으로 마음을 넓혀야 한다.』
내 마음 하나 다스리기가 십만 대군을 다스리는 일보다 더 어렵다고 했습니다.
탐내고 성내고 어리석은 중생의 마음은 늘 한결같지 못하고 대상과 상황에 따라 자칫하면 변하고 흔들리기 마련입니다.
대상에 따라 흔들리며 춤추는 마음을 잘 살펴보아 늘 올바르고 한결같을 수 있도록 부지런히 수행하고 기도하며 정진해 나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