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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삶의 현장에서 중심잡기

박상준
고전연구실 뿌리와 꽃 원장


너무 멀리 가지도 않고 그렇다고 멀리 떨어지지도 않는 것이 말은 쉽지만 실전에서 중심잡기는 그리 녹녹한 일은 아니다.
『노자』의 한 구절을 읽어본다.


天地不仁
천지불인


以萬物爲篘句
이만물위추구


천지는 어질지 않아서
만물을 풀강아지로 여긴다네


풀강아지는 제사지낸 음식을 싸서 대문 밖에 놓아두고 짚으로 엮은 물건이다. 애지중지하지 않고 집착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베푸는 애견대비愛見大悲가 있고 이런저런 인연을 따지지 않고 베푸는 무연대비無緣大悲가 있다.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뭐 그리 허물될 것은 아니지만 자칫 지나치게 되면 그 마음을 받는 사람이 질식당하는 심정이 될 수 있다. 화분에 핀 꽃을 적당한 거리를 두고 바라보면서 감상하면 보는 이도 편하고 꽃도 편안하지만 너무 예쁘다고 화분까지 온몸으로 끌어안고 춤을 추기라도 해버리면 화분 속의 흙까지도 불안해서 어쩔 줄을 모르게 되기가 쉽다.
천지가 어질지 않다는 말은 그런 의미에서 이해가 된다. 만물은 하늘과 땅 사이에서 나왔으니 아껴준다고 하늘과 땅이 바싹 간격을 좁혀서 화분의 꽃을 안아주는 것처럼 꽉 붙잡기라도 해버리면 중간에 있는 만물들은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로 시야를 압축해서 살펴보면 더욱 자명해진다. 낙랑공주는 호동왕자와 밀착된 나머지 자기네 나라를 지켜주는 북도 어떻게 해버렸다. 그 북에게 손이 있어서 몇 줄 심정을 쓸 수 있었다고 가정해보면 역사의 페이지에 어떤 글을 남겼을까. 쓸데없는 상상인줄 알면서도 괜히 궁금해지기도 한다.
나라를 다스리는 통치자는 백성을 어떻게 대하는가에 대해 노자는 이렇게 말한다.


聖人不仁
성인불인


以百姓爲篘狗
이백성위추구


성인은 어질지 않아서
백성을 풀강아지처럼 여긴다네


성인도 백성을 풀강아지처럼 여겨서 집착하지 않는 것이 좋은 것처럼 백성도 성인을 풀강아지처럼 여길 수 있어야 한다.
‘이기적으로 행동하지 마시오’
최근 신문 기사에서 읽은 교황의 말이다. 어느 행사에 교황이 참석했는데 어떤 사람이 교황의 옷자락을 잡고 당기면서 놓지 않는 바람에 휠체어를 타고 있는 사람 위로 넘어졌다. 그런데도 그 사람이 옷자락을 놓지 않자 이렇게 두 번이나 큰 소리를 냈다고 한다. 눈에 보이는 옷자락이 있고 눈에 보이지 않는 옷자락이 있다. 나도 혹여 어떤 옷자락을 붙잡아 당기고 있는 건  아닌가 돌아보게 된다.
그렇게 잡아당길 때 주변에서 보는 사람들까지 참 답답했겠지만 그 옷자락은 또 얼마나 답답했을까. 옷자락임을 포기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옷자락을 추스려줄 일이지 옷자락을 잡아당길 일은 아닌 듯싶다.


天地之間
천지지간


豈猶槖蘥乎
기유탁약호


하늘과 땅 사이의 공간은
아마도 풀무 안의 공간과 피리 속의
공간과 같다고 하겠구나


풀무 속과 피리 속은 살아있는 에너지가 보이지는 않지만 꽉 차있는 공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동을 시키면 바람이 뿜어져 나오고 아름다운 음률이 흘러나온다. 하늘과 땅 사이의 공간에도 그렇게 활력에너지가 사실은 가득 차 있다. 달도 떠있고 해도 떠있고 수성도 떠있고 화성도 떠있다. 태양계 넘어 은하계까지 생각을 좀 넓혀보면 수를 헤아릴 수 없는 행성들이 떠있다. 사이좋게 별들끼리 입체적인 간격을 정확하게 유지하면서 떠있다. 그 거대한 공간 속에 지구도 떠있고 그 지구 표면 어느 한 지점에 나도 잠시 와서 머물고 있다. 생각해보면 한없이 미세한 존재에 불과하다. 소동파는 적벽부에서 그러한 인간의 존재를 다음과 같이 묘사하기도 했다.


寄蜉蝣於天地
기부유어천지


渺蒼海之一粟
묘창해지일속


하루살이가 천지라는 거대한 공간에
잠시 몸을 맡기고 있는 꼴이나
존재의 아득함이라고 하는 것은
드넓은 바다에 떠있는
한 톨 좁쌀 신세로구나


그 좁쌀에 입혀져 있는 옷자락을 당기느라 보내는 시간이 그렇게 짧지는 않은 것 같다. 껍데기에 생채기가 나있는 좁쌀들끼리 서로 부딪치면서 생채기가 부풀게 만들기도 한다. 좁쌀의 생채기 틈새에 간신히 자리 잡고 있는 바이러스들마저 불안해져서 어쩔 줄 몰라 할 때도 있다. 안심바이러스라도 만들어서 좁쌀 생채기 틈새에 주입해야 할 판이다. 어떨 때는 바이러스들끼리 뜀뛰기 자랑을 한다. 어떤 바이러스는 내가 입에 물을 물고 허공에 뿜으면 좁쌀 저 반대편까지 물이 날아갈 수 있다고 자랑을 한다. 다른 바이러스는 그 물줄기를 허공에서 말라버리게 할 수 있다고 장담을 한다. 다른 바이러스들은 저 바이러스가 뿜는 물줄기를 막는 콘크리트벽을 하늘 높이 좁쌀 껍데기에 세워야 된다고 아우성을 치기도 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허공은 결코 굴하지 않는다.


虛而不屈
허이불굴


動而愈出
동이유출


텅 비어 있으면서도 누구에게도 끌리지 않으며
작동시키면 시킬수록 더더욱 에너지를 뿜어낸다네


피리를 불 때 호흡에너지가 통과하는 피리 속의 공간이 텅 비어있으면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주지만 그 공간 속에 이물질이 들어있거나 불어넣는 호흡에너지 조절이 순조롭지 않으면 불협화음을 울려댄다.
불협화음이 울려나올 때 호흡에너지마저 거칠게 조절되면 이제 불협화음은 아들 딸 손자 불협화음까지 마구 생산을 해댄다. 피리 구멍까지 저 다른 구멍 때문에 우리 구멍에서 나가는 소리까지 엉망이 되고 있다고 큰소리로 서로서로를 탓하게 된다. 옆에 있던 피리는 피리 구멍을 통해서 그렇게 탓하지 말라고 소리를 내면서 불협화음을 내고 있는 저쪽 피리구멍의 화를 있는대로 돋군다. 그렇게 서로서로 소리를 내면서 저 피리 때문에 내가 제명에 못 간다고 투덜거린다.
누군가 좁쌀 한줌을 피리 속에 집어넣는다. 좁쌀 껍데기에 붙어있는 바이러스들은 이제 완전히 죽을 것처럼 난리법석을 떨어댄다.
피리구멍 속으로 좁쌀이 튀어나오고 소리는 더욱 기이한 운율을 타게 된다. 어떤 사람은 속도 모르고 참 특이하게 피리를 연주 하십니다 하고 덕담을 건네기도 한다.
이제 피리도 좁쌀도 중심을 잡을 때가 되었다.


多言數窮
다언삭궁


不如守中
불여수중


말을 많이 하다가
자주 곤궁하게 되는 것이
중심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만
같지 못하다네


살아가고 있는 한 순간순간에 호흡의 중심도 잡고 마음의 중심은 어떻게 되어 있는지 안부를 물으면서 발걸음의 중심을 잡아 조고각하 해야겠다.